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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12. 2020

미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코로나 태풍

우린 어떤 우산을 준비해야될까?

3월 말로 잡힌 영주권 인터뷰 일정을 앞두고 우리 가족은 지난 주 다시 시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로 하루하루 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유치원 종업식은 취소되고, 새로 들어가기로 한 어린이집의 입소도 무기한 길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던 날 인천공항은 이보다 한산할 수가 없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우리 또한 마스크와 손소독제로 무장을 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항상 꽉 차서 가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 믿기 힘들 정도로 텅텅 비었다.


미국에 도착하니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비행기에서 이제 막 내린 사람들뿐이었다. 중동에서 도착한 비행기와 같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우리는 그들을, 그들은 우리를 서로 조심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뿐, 입국 심사에선 열체크도, 어느 나라에 머물다 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이래도 되는 건가 약간 고개가 꺄우뚱 해졌지만, 그래도 입국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우리는 당장 먹을 음식과 물을 아마존 프레시로 배달시키고, 2주 동안은 다른 사람들을 되도록 만나지 않게 집에서 최대한 머물기로 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열고 한국에서 구하지 못한 마스크를 사려고 아마존에 들어갔다. 넉넉하게 구할 수 있으면 마스크가 귀한 한국에 보낼 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바이러스 차단용 마스크는커녕, 일회용 덴탈 마스크까지 모두 품절. 그나마 주문할 수 있는 덴탈 마스크는 50장에 100불, 한 장에 2천 원 꼴로, '중국'에서 '한 달 뒤' 배송을 해준다고 했다. 다음 주부터 당장 출장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남편을 위해서 일단 급한 대로 그거라도 주문을 했다. 분명 미국 뉴스에서는 연일 '아프지 않은 사람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의료진을 위해 의료용 마스크 구입을 자제해야 된다'라고 나오고 있는데 오히려 그게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부추긴 것 같다.


아직 시카고 시내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은 안보인다. 사실 이젠 쓰고 싶어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 CNN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손소독제가 모두 동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며칠 동안 다들 눈치 게임을 하는 듯 보였던 미국도 며칠 사이에 코로나 비상 상황으로 태세 전환을 한 듯하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 주에도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점점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큰 건물들에서도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 뉴스에선 미국 사람들이 모두 미쳐버릴 정도로 좋아한다는(March Madness) 대학 농구 경기(NCAA)와 NBA 모두 관중 하나도 없이 경기가 열릴 거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의 3월 대표적인 행사인 St.Patrick's Day에 시카고 리버 초록색으로 물들이기 행사도 취소되었다.


방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유럽과의 모든 여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봄방학이라 가족끼리 유럽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마 한국처럼 학교들이 하나 둘 기약 없이 문을 닫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처럼 보인다. 이미 동부의 하버드 같은 대학에서는 봄방학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온 학생들을 이번 주까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여름 방학 이후에 돌아오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기록에 남을 전대미문의 봄학기가 될 것 같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대형 오피스 건물인 푸르덴셜 빌딩에도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한 달간 한국에서 이 불안한 코로나 사태를 직접 겪어보니, 이제 여기서 내가 뭘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들과 이 시간을 건강하게 잘 보내는 것. 눈과 귀는 열고 있되 너무 많은 불필요한 정보에 휘둘리고 불안해하지 않는 것. 우리가 그렇게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사이, 부디 모두가 안녕한 봄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우리 동네 슈퍼마켓엔 벌써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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