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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13. 2020

시카고에서 아이와 이 봄을 보내는 법

한국에 있는 동안 동네의 온라인 맘 카페에 가입을 했다. 이 코로나가 터지고 나선 딱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해서 하루에 한 번 그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서 무슨 새로운 글들 올라왔나 보는 게 하루 일정에 포함됐다. 엄마들의 주된 이야기는 마스크 구하기 정보, 학교 언제까지 휴학할지 워킹맘의 고민, 그리고 그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아이들과 하루 종일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될지에 대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조금 예민하게 이 사태의 변화를 미리 감지했던 엄마들은 이미 지난 1월 구정 이후부터 주욱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니,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떤 엄마들은 한 달 학원, 유치원 안 보내고 교육비 아낀 그 이상으로 쿠팡에서 아이들 시간 보낼 장난감, 육아템들 사는데 돈을 썼다고 고백하니 다들 신앙고백처럼 자기 집 이야기 보면서 위안 얻으라는 댓글들이 주욱 달렸다.


어쨌든 난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잠깐 집 앞에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사러 나가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행인 건 백일 갓 지난 둘째는 서울에 두고 와서 첫째는 잠깐이지만 다시 예전 외동딸 시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의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의 코로나 시작으로 인해 또 다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이어질 듯하다. 오늘부터는 시카고 전역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학교들은 하나 둘 문 닫을 계획을 밝혔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를 집 앞 데이케어에 맡겨두고 오랜만에 혼자서 시카고 시내를 돌아다녀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진작에 넣어둔 채, 이제 이 시간을 아이와 어떻게 잘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든 것들이 조용히, 그러나 빠른 속도로 멈춰가고 있다. 학교도, 직장도, 주식 시장도, 심지어 디즈니월드도.


한국의 엄마들이 집에서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쿠팡을 뒤지듯, 나도 여기서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아 아마존을 헤맸다. 미국에 온 지 며칠 안돼 5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이에게 생일 선물로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엄마, 아빠 안 찾고 혼자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어 보이는 스티커 만드는 기계를 선물해줬다. 아이가 직접 색깔을 칠하고 향기를 덧입혀 스티커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장난감이다. 잠깐 장 보러 나가는 길에 아트, 크래프트 재료를 파는 마이클스에 들러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3개 고를 수 있게 해 줬다. 평소라면 구경만 하고 나오거나 기껏해야 1개 고를 수 있게 해 줬는데 3개씩이나 고르라니, 아이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 비즈, 반짝이, 스티커 등을 장바구니에 3개 담았다. 아이의 이 지루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것이 무엇인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그리고 유치원도 안 다니고 있는 아이를 하루 종일 놀리기가 좀 그래서 요즘 한창 숫자 배우기 삼매경인 아이에게 시계 보는 법과 돈 세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줘 보기로 했다. 이것 또한 육아는 장비발, 아마존에서 꽤 괜찮아 보이는 교육 재료를 주문해서 놀이 삼아하고 있는데 좀 어려워하면서도 곧잘 따라 한다. 아마도 이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한국의 사교육은 두 갈래로 갈 듯하다. '집에서 가르쳐도 충분히 되는데?'라며 다니던 학원을 다 끊을 부모들과 고개를 절레 절레하며 '역시 약은 약사에게, 교육은 전문가에게!' 기꺼이 한국의 편리하고 훌륭한 사교육의 수혜자가 될 부모들! 흠, 우리 집은 아무래도 후자가 될 듯 하긴 하다.


자, 이걸로 시간 읽는 법을 배워보자!


아이는 평소에도 자기 물건 필요한 것들을 이것 저것 잘 챙기는 성격인데, 어제는 자기 핸드백에 마스크 하나, 손소독제 하나, 클리넥스 하나를 넣어두었다. 집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 아직까지 크게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이 집 밖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떤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잠에서 깨 눈 비비고 나에게 안기는 아이는 오늘 하루 또 뭐하고 놀지 궁리를 하고 있다. 아, 뭘 어떻게 얼마큼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는 혼돈의 요즘, 아이는 내가 해야 될 일을 알려준다. 커피를 내리고, 오늘의 글을 쓰고, 아이가 노는 걸 옆에서 지켜봐 주는 일, 너무 어둡고 길지 많은 않은 시간이 되도록 이 다섯 살 아이의 봄을 지켜주는 일. 오늘도 이렇게 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슈퍼마켓에 파는 케익 재료를 사다가 또 한 시간 즐겁게 보냈다. 자, 다음은?




미국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나의 즐겨찾기 리스트 1


1. Michaels Kids (어린이용 아트 & 크래프트 용품점)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아트 & 크래프트 용품점인 마이클스에서 선보이는 어린이 제품용 사이트다. 나이대 별로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제품들이 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손으로 조물조물 뭐든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반짝반짝 다양한 재료들을 파는 보물창고가 되어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집에서 간단한 과학 실험을 해볼 수 있는 STEM 상품들도 있으니 학교에 못 가고 있어 하루하루 집에서 TV만 보는 아이들을 둔 부모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듯하다.

https://www.michaelskids.com/


2. Paper Source (스테이셔너리, 크래프트 전문점)

내가 미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테이셔너리 전문점이다. 품질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운 카드, 노트북 제품들을 많이 파는데, 특히 윤서는 이 곳에서 파는 어린이 크래프트 세트를 좋아한다. 계절별로, 이벤트별로 다양한 크래프트 상품들을 선보이는데 요즘에는 부활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봄 느낌 물씬 나는 파스텔 계열의 장식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종이 리스도 만들고, 배너도 만들어보고 봄 분위기 나는 집을 꾸며보면 좋을 듯하다.

https://www.papersour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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