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동안 동네의 온라인 맘 카페에 가입을 했다. 이 코로나가 터지고 나선 딱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해서 하루에 한 번 그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서 무슨 새로운 글들 올라왔나 보는 게 하루 일정에 포함됐다. 엄마들의 주된 이야기는 마스크 구하기 정보, 학교 언제까지 휴학할지 워킹맘의 고민, 그리고 그 수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아이들과 하루 종일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될지에 대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조금 예민하게 이 사태의 변화를 미리 감지했던 엄마들은 이미 지난 1월 구정 이후부터 주욱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만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니,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떤 엄마들은 한 달 학원, 유치원 안 보내고 교육비 아낀 그 이상으로 쿠팡에서 아이들 시간 보낼 장난감, 육아템들 사는데 돈을 썼다고 고백하니 다들 신앙고백처럼 자기 집 이야기 보면서 위안 얻으라는 댓글들이 주욱 달렸다.
어쨌든 난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잠깐 집 앞에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사러 나가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행인 건 백일 갓 지난 둘째는 서울에 두고 와서 첫째는 잠깐이지만 다시 예전 외동딸 시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의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의 코로나 시작으로 인해 또 다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이어질 듯하다. 오늘부터는 시카고 전역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학교들은 하나 둘 문 닫을 계획을 밝혔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를 집 앞 데이케어에 맡겨두고 오랜만에 혼자서 시카고 시내를 돌아다녀야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진작에 넣어둔 채, 이제 이 시간을 아이와 어떻게 잘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엄마들이 집에서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쿠팡을 뒤지듯, 나도 여기서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아 아마존을 헤맸다. 미국에 온 지 며칠 안돼 5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이에게 생일 선물로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엄마, 아빠 안 찾고 혼자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어 보이는 스티커 만드는 기계를 선물해줬다. 아이가 직접 색깔을 칠하고 향기를 덧입혀 스티커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장난감이다. 잠깐 장 보러 나가는 길에 아트, 크래프트 재료를 파는 마이클스에 들러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3개 고를 수 있게 해 줬다. 평소라면 구경만 하고 나오거나 기껏해야 1개 고를 수 있게 해 줬는데 3개씩이나 고르라니, 아이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 비즈, 반짝이, 스티커 등을 장바구니에 3개 담았다. 아이의 이 지루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면 그것이 무엇인들!
그리고 유치원도 안 다니고 있는 아이를 하루 종일 놀리기가 좀 그래서 요즘 한창 숫자 배우기 삼매경인 아이에게 시계 보는 법과 돈 세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줘 보기로 했다. 이것 또한 육아는 장비발, 아마존에서 꽤 괜찮아 보이는 교육 재료를 주문해서 놀이 삼아하고 있는데 좀 어려워하면서도 곧잘 따라 한다. 아마도 이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한국의 사교육은 두 갈래로 갈 듯하다. '집에서 가르쳐도 충분히 되는데?'라며 다니던 학원을 다 끊을 부모들과 고개를 절레 절레하며 '역시 약은 약사에게, 교육은 전문가에게!' 기꺼이 한국의 편리하고 훌륭한 사교육의 수혜자가 될 부모들! 흠, 우리 집은 아무래도 후자가 될 듯 하긴 하다.
아이는 평소에도 자기 물건 필요한 것들을 이것 저것 잘 챙기는 성격인데, 어제는 자기 핸드백에 마스크 하나, 손소독제 하나, 클리넥스 하나를 넣어두었다. 집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 아직까지 크게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이 집 밖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떤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잠에서 깨 눈 비비고 나에게 안기는 아이는 오늘 하루 또 뭐하고 놀지 궁리를 하고 있다. 아, 뭘 어떻게 얼마큼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는 혼돈의 요즘, 아이는 내가 해야 될 일을 알려준다. 커피를 내리고, 오늘의 글을 쓰고, 아이가 노는 걸 옆에서 지켜봐 주는 일, 너무 어둡고 길지 많은 않은 시간이 되도록 이 다섯 살 아이의 봄을 지켜주는 일. 오늘도 이렇게 또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아트 & 크래프트 용품점인 마이클스에서 선보이는 어린이 제품용 사이트다. 나이대 별로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제품들이 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손으로 조물조물 뭐든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반짝반짝 다양한 재료들을 파는 보물창고가 되어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집에서 간단한 과학 실험을 해볼 수 있는 STEM 상품들도 있으니 학교에 못 가고 있어 하루하루 집에서 TV만 보는 아이들을 둔 부모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듯하다.
내가 미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테이셔너리 전문점이다. 품질과 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운 카드, 노트북 제품들을 많이 파는데, 특히 윤서는 이 곳에서 파는 어린이 크래프트 세트를 좋아한다. 계절별로, 이벤트별로 다양한 크래프트 상품들을 선보이는데 요즘에는 부활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봄 느낌 물씬 나는 파스텔 계열의 장식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종이 리스도 만들고, 배너도 만들어보고 봄 분위기 나는 집을 꾸며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