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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r 17. 2020

코로나 시대, 미국 기업들의 홍보법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국의 모든 곳이 멈춰 섰습니다. 아이들의 학교도 멈추고, 직장도 멈추고, 식당들도 멈추고, 모든 곳에 불이 꺼졌습니다. 한 순간의 일입니다. 2주 전 제가 다시 미국에 돌아올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가격리를 하는게 '매너'인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정말 달라진 것이지요. 미국은 하루하루, 아니 한 시간 한 시간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바이러스와 직결된 물품을 찾는 수준이었다면, 그 이후 며칠은 (전 세계 뉴스에서도 기이한 현상이라고 많이 보도된) 화장지, 고기, 물 사재기로 이어졌고, 이제는 샴푸, 치약, 캔 음식 등 썩지 않는 모든 것을 쓸어 담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미국에선 이 소리 없는 전쟁이 끝나고 나면 곧 2차 대전, 환불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얘기했죠.


며칠 전 만해도 브랜드를 이것 저것 고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이젠 어떤 물건을 팔던 선반이었는지 추측도 안가는 수준입니다.


CITI 은행 CEO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도대체 왜?

요즘 제 이메일함에는 'Letter from CEO'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한가득 쌓이고 있습니다. 회사도 안다니고 있는 저에게 어떤 CEO가 이메일을 보낸걸까요? 퇴사를 한 이후에는 저런 이메일을 써본 적도(예전에 한국에서 홍보일을 했던 제 업무 중 하나는 이런 CEO의 레터 초안을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읽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어디서 온 CEO의 레터였냐구요? 제가 가입하거나 쇼핑을 한 기록이 있는 미국의 거의 모든 기관, 브랜드에서였습니다. Gap이나 J.Crew부터 거래하는 은행사, 카드사, 그리고 멤버십 가입을 해둔 Children's Museum, 링컨파크 동물원까지 말이죠. 대부분 내용은, 1. 오프라인 매장을 얼마간 닫을 것이니 온라인 매장을 이용해달라 2. 불가피하게 오픈해야 되는 은행 같은 곳들은 청결 유지를 어떻게 할 것이고, 개인 고객들에겐 일시적으로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이다 3. 교육 기관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 등이었습니다. 어찌나 이메일들을 조목조목 정확하고 친절하게 잘 썼는지, 제가 만약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면 잘 저장했다가 활용하고 싶은 문구들이 가득했습니다. 역시 PR의 고향, 미국다웠습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기업, 기관들은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이 불안한 시대에 어떤 식으로든 고객들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또 그들의 관심과 애정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방식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지요. 며칠 전 한국 뉴스를 보니 서울시향에서 공연장에 못 오는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시향 공연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서울 시향, 베토벤 '영웅'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이것도 서울 시향의 너무 좋은 코로나 시대의 위기관리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홍보에서 위기관리라 하면, 기업의 대변인을 통해 원 보이스(하나 된 목소리, 일관된 정보)로 외부에 정확한 정보가 신속히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필요시 CEO가 기자회견이나 매체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입장과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팩트가 잘못된 기사를 정정을 요청하는 것 등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보자면 이런 서울 시향의 이런 온라인 공연은 이건 기존 홍보의 위기관리 영역은 아니지만, 기업의 이미지 관리를 하는데 이보다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 '영웅' 라이브 스트리밍 SPO Online Concert 'Eroica' Live Streaming

https://www.youtube.com/watch?v=dgJ2xRuKQk0


수족관이 살아있다! 위기 상황, 새로운 PR의 시대

오늘 받았던 소식 중에서 재밌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카고의 대표적인 수족관인 쉐드 아쿠아리움(Shedd Aquarium)에서 도착한 소식이었지요. 미국의 거의 모든 다른 박물관들처럼 이곳도 이번 주부터 장기간 휴장에 들어가는데요, 수족관이 텅 빈 이 시기를 활용해 이 곳에 살고 있는 펭귄 커플, Edward와 Annie에게 수족관 전체(심지어 직원들 오피스까지!)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펭귄들은 봄이 되면 집을 짓고, 알을 낳는 Nesting season이 되는데 이 시기면 항상 커플 둘이 사이좋게 꼭 붙어다니거든요. 그리고 다음 주에는 아쿠아리움 팬들이라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이 펭귄들의 재밌는 수족관 데이트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치 예전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수족관에서 펭귄 커플은 어떤 데이트를 즐길지!


관광객들이 걸어다니던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귀여운 펭귄 커플, 에드워드와 애니.


코로나로 미국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멈춰 서고 있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기업과 기관들의 노력을 계속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힘든 시간들이 다 지나간 후에는, 이 시기에 고객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곳들은 더 큰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거대 기업이든, 동네의 작은 가게든 크기를 막론하고 말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쩌면 PR의 위기관리 3.0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정말 진정성 있게 고객을 생각해 아이디어를 내고 커뮤니케이션을 한 곳들이 더 잘되고 길게 사랑받는, 그런 시대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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