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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Apr 13. 2020

아주 특별한 에그 헌팅

코로나 시대의 부활절을 맞이하는 법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특별한 부활절이 또 있을까요? 미국은 오늘 이스터 데이였지만, 전국의 성당, 교회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정부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죠. 캔자스 지역에 한 교회가 문을 열고 예배를 했는데, CNN을 포함한 전국의 방송사들이 다 취재를 갈 정도로 이슈거리가 되기도 했죠. 부활절에 문을 여는 교회,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이 이야기가 정말 뉴스감이 될 정도로 지금 미국의 모든 곳은 셧다운 상태입니다.


사실 이스터 데이는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에요. 바로 제2의 핼러윈과도 같은 날이기 때문이죠. 핼러윈처럼 아이들은 부활절이 되면 성당이나 교회 혹은 시에서 운영하는 파크 디스트릭트의 야외 잔디밭에 가서 에그 헌팅을 하거든요. 그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디나 초콜릿, 캐러멜 등이 들어가 있죠. 사실 직접 해보면 별 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봄의 추억이죠.


아이의 두 살, 세 살 이스터 데이 추억. 너무나 평범한 날들이었지만, 다시 보니 눈물 찔끔 나게 그리운 날들.


그래서 올해는 좀 특별한 이스터 데이 에그 헌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집에서 이스터 데이 파티를 하기로 한 거죠. 학교도 가지 못하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생활이 벌써 두 달째, 어른이나 아이나 그 날이 그 날 같은 요즘 좀 특별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예쁜 초대장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연말에 가지고 놀았던 레고 상자를 활용해서 에그 헌팅 바스켓을 만들기도 했죠. 사실 요즘에 아이와 집에서 계속 놀아주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이렇게 재료와 테마를 정해주면 아이가 혼자 방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색칠하고 나오는 크래프트 타임은 정말 고마운 시간입니다. 마트에 가서 알록달록 초콜릿 에그도 한가득 사 오니 얼추 우리만의 이스터 데이 파티를 위한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스터 데이날 아침, 아이가 잠에서 깨기 전에 집 안 곳곳에 에그를 꼭꼭 숨겨두고 아이가 깨기를 기다렸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뜬 아이는 일어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한 손에는 초대장, 한 손에는 자기가 만든 바구니를 들고 에그 헌팅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방에 에그가 몇 개 숨어있는지 알려주는 지도를 보면서 아이는 순식간에 바구니를 한가득 채워왔습니다. 너무 재밌다며 '해피 댄스'를 추면서 말이죠.



내년 부활절엔 부디 아이가 동네 친구들과 야외에 나가서 뛰어놀면서 에그 헌팅을 할 수 있겠죠? 아주 특별했던 부활절 에그 헌팅은 올해 한 번뿐이기를 바라면서, 엄마는 또 새로운 한 주 아이와 뭘 해주며 놀아야 될까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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