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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22. 2016

아기 세례명 지어주기 프로젝트

아기의 종교에 대하여

3월이 되면 벌써 윤서가 태어난 지 딱 1년이 된다. 아마 내 35년 인생 살아오면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남편과 모두 내가 성당을 다니고, 혼배성사도 했으니, 우리 윤서도 조만간 가톨릭 유아 세례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나의 모태 신앙은 불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양가 모두 불교이므로, 우리 집은 제사도 지내고 모든 것이 불교식이다. 난 어려서부터 '굴렁쇠'라는 불교 어린이 잡지의 기고글을 올리는  단골손님이었고, 초등학생 때는 방학이면 엄마가 해인사, 화엄사, 불국사 등 전국의 사찰로 4살 어린 동생을 데리고 같이 템플 스테이를 보냈다.  어린아이에게 그것이 심오한  종교로 와 닿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도시에서만 살던 나에게 깊은 산속의 새벽을 알게 해줬고,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108배를 하는 고통과 즐거움도 알게 해줬고, 성철 큰스님 이야기나 중광 스님의 그림도 알게 해줬다. 또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지만, 내 밥 그릇에 담긴  쌀 한톨, 고춧가루 하나까지 다 먹어야 비로소 끝이나는 발우공양이나, 죽비소리가 있는 명상 등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내 어린 날의 추억이다. 그 무엇보다도 살면서 계속 내 마음의 그릇을 넓혀가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내가 가톨릭 세례를 받은 것은 28살 때이다. 예전부터 종교를 제대로 하나 갖게 된다면 성당을 다니고 싶었다. 불교는 왠지 내 마음 수양이지, 나를 위로해주고 길을 이끌어주기에는 내 믿음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 가족이 다니는 절이 마치 작은 이 세상과 같아서 돈 많은 순서대로 대접받고, 스님도 대접받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을 봐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떤 종교나 그런 문제는 있겠지만, 가난한, 아니 청빈한 종교에 대한 내 마음 속의 로망이 있었다. 또 유럽 여행을 가면 밀라노 두오모나, 바르셀로나 성 파밀리아 성당 들은 내 마음을 흔들어놨다. 그런 건축물들을 보면 정말 인간이 만든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가 눈에 안 보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뭔가가 뭔지 나도 정말 알고 싶었다. 때마침 내 가까운 친구가 가톨릭 모태 신앙이었고, 내가 세례를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집이 불교이긴 하지만, 1년에 한번 부처님 오신 날에만 절에 올라가는 집이라 그런지, 내가 세례를 받거나, 주말에 성당 나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안 하셨다. 오히려 내가 제 3의 성장통을 겪는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부모나 친구에게 의지 못하는 부분을 어딘가에서 스스로 찾았다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매주 성당을 빠짐없이 가지도 못하고, 미사 때 기도문을 아직도 못 외워 옆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입으로 웅얼웅얼 거리는 나지만, 난 요즘도 기도할 것, 마음 의지할 곳이 필요하면 성당을 찾는다.


재밌는 것은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지혜, 혹은  마음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어렸을 적 나를 키워온 문화였던 불교의 영향을 여전히 많이 받기도 한다. 가톨릭을 알면 알수록 정말 놀랍도록 불교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불교가 깨달음이라면, 가톨릭은 글쎄... 아직 깊이가 깊지 못해 딱 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겠지만, 둘 다 내면의 대화가 많다. 불교가 내 마음 속 혼자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가톨릭은 성모님과의 대화, 예수님, 하느님과의 대화라고나 할까. 겉으로 보면 신에 대한 끝없는 경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맹목적으로 말씀을 따르는게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현실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질문들과 어려움들을 풀어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어가는 과정인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3월 윤서의 생일이 되면 아마도, 내가 다니는 성당, 할머니가 다니는 절에서 동시에 윤서의 생일을 축하하는 세레모니가 있을 것 같다. 난 윤서가 나를 따라서 나중에 성당을 다녔으면 좋겠지만, 그 결정은 어른이 된 윤서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분명 혼자 넘지 못할 산을 만나게 될 거고, 부모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그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어떠한 신앙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느 종교 하나를 주입하지 않고, 나중에 본인이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그렇게 키우고 싶다. 사실, 유아세례를 주기로 했을 때는 가톨릭 신자로 잘 성장할 수 있게끔 부모가 도와줘야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선택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안된다고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역시 난 엉터리 신자이다.


윤서에게 어울리는 세례명을 지어주고 싶어 요즘 며칠 간 고민이 많았다. 언젠가 해외에서 생활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근본 없는 영어 이름보다는 세례명과 같은 것으로 불리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별,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스텔라'라는 이름을 추천해주셨다. Stella Yoonseo Choi. 윤서의 이미지에도 잘 어울리고, 부르면  부를수록 마음에 든다.


윤서가 나중에 어떤 종교를 갖든지 그건 윤서의 성향이고 마음인 것 같다. 윤서가 커가는 길에, 혼자서 건너야만 되는 인생의 외나무 다리에서 윤서가 마음 깊이 의지하고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종교를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세례명 작명소: 바오로딸 수녀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녀님들이 세례명을 지어주신다. 엄마와 아빠의 이름과 세례명을 알려드리면, 수녀님들이 기도하면서 좋은 세례명을 찾아주신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대부분 1주일 안으로 회신을 주시고, 무료이다.

http://fsp.pauline.or.kr/garden/makenam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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