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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27. 2021

자매가 되어가는 시간들

우리 집 식구 드디어 완전체가 되다

브런치를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지난 가을 옐로스톤에서의 글이 마지막이네요. 그 사이에 시카고에는 길고 긴 겨울이 찾아왔고, 저희 가족은 예정에 없던 한국을 잠시 다녀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코로나로 거의 열 달 넘게 혼자 한국 할머니 댁에서 지냈던 우리 집 한 살 막내는 이제 다시 식구들이 있는 시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년 3월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뒤집지도 못하고 허공에 대고 손발을 허우적 대단 백일 아가는 이제 아장아장 걷는 건 진작에 졸업하고 뒤뚱뒤뚱 뛰어다니는 돌쟁이가 되었죠. 그렇게 우리 식구는 열 달 만에 드디어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요즘 하루하루는 정말 어떻게 보내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어요. 가끔 제 인스타그램에 자매가 이쁘게 놀고 있는 순간의 사진을 올리긴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그런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찰나예요. 각자 평생을 외동딸인 줄 알고 살아온 우리 집 두 딸들이 자매가 되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하고 쉽지 않아요. 이건 나중에 시리즈로 글을 쓸 수도 있어요. 오죽하면 요즘 제가 매일 보는 책은 생전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아래와 같은 육아서들이죠. 이제 만 6살, 즉 미운 7살에 진입하는 제 첫사랑 첫째 딸과, 아직 기른 정은 부족하지만 볼 때마다 미안하고 애틋한 우리 둘째 딸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을 해야 맞는 걸까 매일, 매 순간 머리를 싸맨답니다.



아침 일찍 아기 깨는 소리에 일어나 혼자서 삼시세끼 준비하고, 밥 먹이고, 씻기고, 북 치고, 장구치고 하면 첫째 딸 그림책 한 권 읽어줄 시간도, 에너지도 남아있는 게 없죠. 다시 늦은 밤이 되어서야 ‘하루 종일 내가 잠옷을 입고 살았구나’ 깨닫게 돼요. 아기 밥풀이 여기저기 묻어서 굳어버린 한심한 잠옷 말이죠.


그래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건, 아마도 한 번 해봤기에 이걸 알게 된 덕분인 것 같아요. 이 모든 아기의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가버리는 추억으로 남을 거란 사실이죠. 말도 못 하게 힘든 요즘이고, 이런저런 속상한 마음도 많이 드는 날들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제 마음을 스스로 보듬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다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로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보고자 해요. 오랜만에 써서 제대로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첫 글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있으니 좀 울적했던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네요!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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