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로 돌아온 우리의 일상
미국에 돌아온 후 2주가 지나고, 드디어 두 아이 모두 차례대로 학교에 갔어요. 첫째는 작년 킨더가든을 다니던 초등학교에 1학년으로 들어갔고, 둘째는 대망의 데이케어 생활을 시작했죠. 두 아이, 그리고 저 우리 모두 이번 주는 허우적 허우적 헤매는 중이에요. 그렇게 조금씩 자기의 새로운 미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중인 거겠죠?
한국 나이로 7살이 된 첫째는 한국을 오랫동안 다녀온 덕분에 한국말은 정말 많이 늘어서 가끔 깜짝 깜짝 놀랄 정도로 멋진 말들을 하곤 해요. 예를 들면, '이 아이스크림은 내 인생의 아이스크림이야!'같은 표현을 하죠. 한국에 있는 동안 유치원을 4달 다녔는데, 정말 하루하루 재밌게 다녔거든요. 매일 놀러 다니는 줄만 알았는데, 미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익숙지 않았을 한국어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쓰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중언어의 어려움은 아이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되는 숙제 같아요. 몇 달을 한국에서 한국말만 쓰다가 미국에 돌아오니, 다시 영어의 문턱을 넘어야 되는 숙제가 새로 생겼죠. 데이케어나 킨더가든 시절에는 미국 아이들도, 저희 같은 인터내셔널도 다 같이 영어를 잘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1학년부터는 좀 달라지거든요. 이제 여기 아이들에게 영어는 모국어가 되었어요. 한국어가 이제 완벽하게 자기 모국어가 된 아이에게 다시 영어를 배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엄마 마음에 조금 걱정이 되어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오늘 선생님 말씀은 다 알아들었니? 친구들이랑은 얘기 잘했니?" 물어보곤 하는데, "응, 난 다 알아들을 수 있고, 다 말할 수 있어!"라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보면 안심도 되고, 엄마 걱정할까 봐 그렇게 대답하는 것 같아 짠하기도 해요.
난생 처음 미국에서 유아원 개념의 데이케어를 다니게 된 둘째는 뭐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이에요. 한국에서 반나절 놀이 학교를 잘 다녔기 때문에 좀 익숙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또 여기 오니까 다 새로운가 봐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에, 처음 보는 얼굴색의 선생님과 친구들, 낯선 공간과 처음 먹어보는 점심 메뉴들이니까요. 아침마다 유치원을 안 들어가겠다고 울면서 카시트에서 엉덩이를 빼지 않고 있는 통에 애를 먹곤 했어요. 그래도 다섯 번째 날이었던 금요일 오늘은 처음으로 안 울고, 대신 시무룩한 얼굴로 등원했답니다.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적응 기간 동안에는 두세 시간 정도만 짧게 지내다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12시 전에 데리고 와야되요. 아이를 데이케어에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장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오면 벌써 픽업 시간이 되곤 하죠. 그래도 정말 남편의 출장이 시작된 이후로 미국에서 나 홀로 두 아이 육아하느라 내 시간은 단 1분 1초도 없었던 지난 시간에 비하면, 이 두세 시간의 시간도 저에겐 꿀 같은 시간이에요.
이번 주 저는 저만의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은 아이 데이케어 근처에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해서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그도 업데이트하고, 뭐 새로운 것을 배워볼까 찾아보기도 하죠. 예전에 했던 작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도 알아보는 중이고, 또 미국이란 사회에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어떻게 하면 좀 더 engaged 되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첫 직장에서, 그리고 두 번째 직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멘 땅에 헤딩하며, 고군분투하며, 언젠간 저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고민, 아마도 저 말고도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라면 다 같이 하고 있을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치게 될 수많은 실패들과 작은 성취들 앞으로 여기 제 블로그에 소소하게 풀어볼게요.
자, 벌써 이렇게 글을 한 바닥 쓰고 나니 베이비 둘째의 픽업 시간이 다 되어버렸습니다. 엄마의 이 짧고 달콤한 혼자만의 시간은 이제 다음 주 월요일로 또 기약하고, 아이들과 즐거운 주말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