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게는 아주 작지만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취직을 하게 되었거든요. 지난 주부터 전 코트라 시카고 무역관에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무려 인턴으로 말이죠!
미국에 다시 돌아온 후 아이들이 차례로 학교로, 데이케어에 가기 시작하고 전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어요. 아이들이 엄마 품을 떠나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동안, 저도 이제 다시 저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아이들이 좀 더 커진 제 품 안에서 더 자유롭게, 여유있게 뛰어놀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우선은 가장 먼저, 지금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어요. 감사하게도 예전에 했던 프리랜서 PR 콘텐츠 만드는 일을 다시 받을 수 있어서 첫 2주 간은 정말 정성을 다해서 기획 자료 라이팅 업무를 했습니다. 십 년 넘게 해온 일인데 또 최근 몇 년 쉬었더니 글 하나 쓰는데 3박 4일은 족히 걸렸던 것 같아요. 또 '비대면', '메타버스' 등 요즘 뜨는 새로운 키워드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얼마나 제가 세상의 변화와 떨어져서 살았는지 실감했어요. 이런 키워드를 제일 먼저 감지하고, 적용하고 알리는 일을 하던 예전의 제가 지금 컴퓨터 화면에 글 하나 쓰기 위해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유튜브 검색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 웃었을까요, 울었을까요? 아마도 그 사이 어디 즈음에 있는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사회랑 저랑 연결시킬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산 것 중에 가장 행복한 쇼핑, 바로 MS office 최신 버전을 샀어요. 몇 년 만에 생긴 제 첫 수입으로요. 회사를 나온 이후에 제 컴퓨터에는 MS office 무료 버전이나 뷰어만 깔려있었어요. 딱히 쓸 일이 없었으니까요. 카드 결제를 하고 제 랩탑에 최신 오피스가 깔리는데 왜 주책맞게 눈물이 나던지요! 이게 뭐라고 그 비용을 아끼고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없다가 생기니 이 기능도 신기하고, 저 기능도 고맙고, 그 기쁨은 두 배, 아니 세 배가 되어주었습니다.
오피스를 깔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몇 년 만에 제 이력서를 업데이트한 것이에요. 사실 한국에서 퇴사를 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경력은 없지만 그래도 미국에 와서 봉사활동을 한 일, 프리랜서 PR 라이터, 아, 그리고 이 브런치 링크도 넣어두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취미로 블로그에 글쓰기를 한 줄 추가했거든요.
이렇게 완성된 '이력서 2021' 버전으로 제가 넣을 수 있을만한 곳이 어딘지 찾아봤습니다. 더 많겠지만 일단 전 linkedin과 Indeed 두 곳에서 알아봤어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홍보 경력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곳들이 어디있는지, 우선 제 집 주변에 열려있는 일자리들을 찾아봤습니다. 미술관 마케팅 어시스턴트, NGO, 보조 선생님 등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곳들을 찾아 하나씩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력서를 넣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니 하나 둘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인터뷰로 진행할 곳, 아직 인사 담당자가 리뷰 중인 곳, 그리고 서류 통과를 하지 못했다고 알림이 뜬 곳. 그중에서 제 마음속 1순위였던 곳에서 연락을 주셔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합격을 하게 되었죠. 물론, 아쉽게도 정직원은 아니고 두 달간 인턴직이었지만요. 그래도 이런 기회를 주신 게 정말 감사하고,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전 마흔 살 인턴, 16년 만에 다시 인턴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아침에 아이 둘 학교 보내고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또 저녁에 퇴근하면 눈썹 휘날리게 집으로 달려가야 되는 스케줄이지만, 그래도 지금이 좋고 행복해요. 두 달 뒤에 이곳이 제 미국에서의 정식 첫 직장이 되어줄지, 아니면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서야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계속 해보려구요. 내가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쭉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