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9월이 되고 미국의 새 학년이 시작됐다. 첫째 윤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숫자, 5학년이 되었다. 처음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등교하던 날,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며 수 십장의 사진을 찍은 것이 정말 얼마 전 같은데. 새 학기가 시작되고 몇 주 지났을 무렵 아이들 학교에서 Open House를 했다. 부모와 선생님이 만나서 학교 얘기도 듣고 교실 구경도 가는 날이다. 아이가 더 어릴 때 이런 학교 행사에 가고 싶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빡빡했던 회사 때문에 거의 가지 못했다.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혼자 외로웠을 어린 윤서에게 참 미안한 마음뿐이다.
Open House에서 오랜만에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났다. 나한테 해줄 얘기가 있다며 부르더니 "예전에 걸스카웃 하고 싶다고 했지? 이번에 5학년 자리가 나서 그룹 리더에게 너희 딸을 추천했어"라고 말했다. 사실 걸스카웃은 몇 년 전, 아이가 2학년때 하고 싶다고 해서 알아본 건데 이제야 연락이 왔다. 대부분 1학년에 시작해서 중간에 나가는 인원이 있어야 추가 인원을 보충을 하는데 대부분 나가지 않고 매년 등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을 대기하다가 걸스카웃 마지막 학년인 5학년이 되어서야 자리가 난 것이다. '딱 1년 남은 이 상황에서 하는 게 맞나, 아닌가?'고민을 하다가 아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데로 반응이 예전과 달리 뜨뜻미지근하다. 아이도 고민을 하다가 친한 친구가 같이 한다는 소리에 "그래도 뭐 1년이라도 해보지. 재밌을 것 같은데!"라며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에 둘째가 걸스카웃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 걸스카웃 가족에게 우선권을 주는 Sibling 찬스를 잡아야 하니까!
그 때 더 많이 사줄걸, 걸스카웃 쿠키
사실 좀 귀찮고 번거롭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걸스카웃을 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처음 가입을 할 때 (엄마가) 이것저것 링크를 타고 신청을 하고 가입비를 내면 그걸로 끝. 걸스카웃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학교가 끝난 뒤 동네 도서관에 모여 진행을 한다. 매달 주제가 바뀌는데 어떤 날은 Women in STEM이라고 해서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와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Self Defence의 날에는 동네 무술학원을 빌려서 하루 기본 호신술을 배우기도 한다. 12월에는 특별 이벤트로 시카고 극장에 가서 크리스마스 뮤지컬을 볼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걸스카웃 쿠키 판매 행사도 있다. 예전에 건너,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의 친구 딸이 보내준 링크를 타고 몇 박스 주문을 해줬던 기억이 나는데, 그걸 부탁하는 그 걸스카웃 맘의 심정이 어땠을지 조금은 알겠어서 웃음이 났다.
드디어 지난주에 첫 걸스카웃 미팅이 있었다. 사실 회사 끝나고 서둘러 아이를 픽업해서 가도 됐는데, 그냥 이 날은 왠지 종종 거리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른 여유 있는 부모들처럼 아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 정문에서 픽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일 년에 그런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데 이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회사 반차를 내고 일찌감치 아이 둘을 차례로 픽업하고 동네 도서관에 갔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열댓 명의 여자 아이들과 걸스카웃 엄마들이 초록 티셔츠를 입고 모여있었다. 내가 몇 년 간 지켜보니, 아이는 낯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또 그렇다고 엄청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단, 조용히 스르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너무 늦게 가입을 한 게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다행히 아이는 친구를 만나 즐겁게 첫 모임에 들어갔다.
미국 걸스카웃 맘, 방금 또 새로운 쇼핑의 문을 여셨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가는 것에 아이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하는 나도, 다행히 거기서 몇몇 얼굴 트고 지내던 엄마들을 만났다. 덕분에 아이들이 걸스카웃 활동을 하는 동안 근처 피자 집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 반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니 걸스카웃 열쇠고리도 만들고 책자도 받은 아이는 너무 재밌었다며, 다음번에도 또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런 아이를 보니, 마지막 학년이라 고민을 했었는데 해보기로 잘 결정을 한 것 같았다. 조금은 촌스럽고 유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가 더 커버리면 이런 귀여운 활동들을 더 이상 해볼 기회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다 보니, 걸스카웃 맘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이 안에서 펼쳐질 재밌는 날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