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생활을 하러 들어가기 3주 전이예요. 미국 가서 하기 힘든 치과 치료도 미리 하고, 건강검진도 받고, 필요한 주방 용품 쇼핑도 하고, 한국면이 더 좋다고 하여 아기 내복도 챙기고, 이것저것 챙기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동안 밀렸던 일들도 하나씩 처리하고 있고요. 그중에 가장 마음에 큰 숙제로 남아있었던 것을 방금 전 끝냈어요. 바로 반년 전에 있었던 우리 아기 돌잔치 사진 셀렉 말이지요.
우리 아기, 아니 이젠 아기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린 리틀 어린이 윤서의 생일은 3월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쁘게, 정성스럽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집에서, 직접 제 손으로 돌상을 차리기로 했죠. 요즘은 웬만한 호텔에서도 깔끔한 소규모 가족 돌잔치를 준비해주기도 하고, 또 전문 돌상 업체도 있지만, 왠지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 엄마가 제 돌상을 직접 차려준 것 처럼요.
요즘 돌상은 보통 동양식, 서양식 이렇게 둘 중에 하나를 골라서 콘셉트를 잡더라고요. 저도 인스타를 보면서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 두 개 다 해보기로 했어요. 집에서 하기 때문에 온 집안을 다 파티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저희 집 같은 경우는 작은 야외 베란다가 있는데, 남은 꽃으로 장식을 하니 훌륭한 포토존이 되었지요.
그럼 기억을 더듬어 돌상에 어떤 것들을 올렸는지 한 번 얘기해볼까요? 병풍은 붓글씨를 쓰시는 제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을 올렸어요. 보통 딸 돌상에는 화접도나 책가도 같은 민화 그림이 있는 것을 사용하던데, 빌리는 것보다 우리 할머니가 직접 서예 하신 것을 올리면 나중에 윤서가 커서 말귀를 알아들으면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더 의미가 있잖아요.
슈가 케이크는 예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동네 케이크 가게에서 주문했어요. 사실 결혼식 때 주문을 하고 싶어서 찜해둔 곳이었는데, 그때는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다른 특별한 날 주문하려고 따로 저장해둔 곳이죠. 내가 원하는 콘셉트, 크기, 컬러를 가져가면 케이크 디자이너 분과 상의를 해서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어요. 전 아기 돌잔치에 올릴 거니까 핑크, 화이트 컬러에 아기 동물들을 장식했죠.
한복은 엄마들에게 인기 있다는 한복집에서 맞췄어요. 요즘은 파스텔이나 톤 다운된 색상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전통 한복 색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전 윤서가 올해랑 내년에 미국에 가서 핼러윈이나 특별한 날에 몇 번 더 입히고 싶어서 최대한 치수를 좀 크게 맞췄어요. 사실 한복은 결혼할 때도 그렇지만, 평소에 입을 일이 없으니까 그만한 투자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친구 추천으로 광장시장에 가서 전통 한복을 하나 사주었는데, 결국 계속 보다 보니 좋은 게 탐이 나서 새로 맞춰주었지요. 사실 엄마 욕심이지 무엇을 입혀도 아기들은 모두 천사같이 이쁘답니다.
그 외에 나머지 것 모두는 저희 엄마의 몫이었죠. 상에 올릴 과일, 음식 준비하는 것부터, 아기 한복에 맞춰 줄 돌띠, 손님들 식사 준비까지. 생각해보니 집에서 돌잔치하겠다고 호언장담한 건 저인데, 결국 엄마가 다 하신 것 같네요. 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엄마의 역할이란... 전 과연 윤서에게 평생토록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더 노력, 노력해야겠어요.
아, 윤서는 돌잡이에서 무엇을 집었을까요? 할머니의 오래된 붓을 집었답니다. 34년 전 저처럼요! 윤서가 무엇이 될지, 그리고 저는 또 무엇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고, 감사한 삶에 대해서 기록을 하는 인생을 산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이 날 윤서 엄마가 고른 돌잔치 준비물
아기 한복 - 강앤리 한복
전통 한복을 입히고 싶어서 찾게된 곳입니다. 어른 한복 맞추는 것과 동일하게 예약을 잡아 피팅을 하게 되니 꼭 전화 예약을 하고 가야 합니다. 아이 한복을 주로 하는 곳이라 아기에게 편한 한복을 잘 만들고, 소재도 좋습니다. 윤서도 한복이 편하고 마음에 들었는지 돌잔치 이후로도 설날이나 추석, 미국에서 할로윈 때도 수시로 입혀달라고 해서 입히고 있어요. 아기는 돌 때 이후 두 돌까지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저처럼 좀 오래 입히고 싶은 분들은 치수를 잴 때 아예 품을 좀 넉넉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시면 됩니다.
슈거 케익 - 서초동 오즈룸
http://www.sugartotal.com/shop/main/index.php
웨딩 케이크로 유명한 미국식 파티 케익 전문점입니다. 1단 케익은 다른 곳에서 많이 볼 수 있으니, 이 곳에서 주문을 이왕 할꺼면 2단 이상으로 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 곳 또한 미리 전화 예약을 잡고 미팅을 한 후 디자인을 결정하게 됩니다. 2단 케이크 특성상 빵은 좀 단단한 편이지만, 많이 달지 않고 맛있습니다.
꽃떡 - 부암동 미정당
외할머니 때부터 집안에 특별한 날 주문을 하는 꽃떡집입니다. 꽃송편의 원조격인 집이고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 정성이 가득한 맛있는 떡입니다. 이 날은 꽃송편과 수수팥떡, 백설기를 돌상에 올렸습니다.
순금 돌띠 - 쥬브의 보석함
http://blog.naver.com/chuchu164/220379963637
인터넷 서핑을 좋아하는 윤서 외할머니가 우연히 발견하고 선물해주신 곳입니다. 파스텔톤으로 손염색한 매듭은 이 자체로도 멋진 작품이고, 또 한복에도 잘 어울립니다. 돌띠의 경우는 돌잔치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으므로 작은 액자를 만들어 아기방에 걸어주어도 좋은 장식품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