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Sep 01. 2016

서래마을 이야기

어제 포스팅에서 제가 서래마을에서 30년 넘게 산 토박이라고 했었죠. 오늘은 또 무슨 글을 써볼까 고민을 해보다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주제, '우리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어요.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쓰는 글도 재밌지만, 제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 대해서만큼은 제일 잘 이야기할 자신이 있거든요. 또 조만간 이 곳을 잠시 떠나 살게 될 테니, 제가 이 곳에서 좋아하던 것들에 대해서 글을 써두고 나중에 추억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맛집들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서래마을에는 정말 많은 식당들이 있어요. 대부분 이태리 식당, 프랑스 식당, 그리고 이자까야죠.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은 나폴리식 피자를 만드는 피자리아인 '볼라레'예요. 화덕에 구운 쫄깃한 도우 위에 정말 신선한 식감의 토마토소스와 하몽, 루꼴라가 얹어서 나오는 루꼴라 피자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죠. 특히 이 집에서 맛있는 건 식전 빵이에요. 허브향이 은은하게 나는 뜨거운 빵에 큐브 모양으로 다진 차가운 토마토소스를 한 입 베어 물면, 여기가 이태리보다 낫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다만, 파스타는 보통의 맛이에요. 만약 이 곳에 가신다면 파스타, 피자를 시키는 대신에, 피자 두 종류를 시키시는 것을 추천해요.



또 다른 식당은 '톰볼라'예요. 여기도 이태리 식당인데 볼라레 보다 훨씬 오래되었죠. 아마 서래마을에 생긴 이태리 식당 중에서 가장 형님 격일 거예요. 이 곳은 분위기도 이태리의 한 작은 마을에 있을 법한 분위기예요. 제가 듣기로 성악을 전공하러 이태리로 유학을 가셨던 여기 사장님 부부가 결국은 요리를 배워서 이 곳을 오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루꼴라 피자와 스테이크, 봉골레 파스타가 맛있고, 특히 이 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될 메뉴는 티라미슈예요. 처음 주문할 때 미리 티라미슈를 냉장고에 넣어서 살짝 얼려달라고 부탁하시면 식후에 정말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티라미슈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다음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가게들. 프랑스 학교 근처에 있는 '오리엔탈 무드'는 제가 오며 가며 항상 들르는 곳이죠.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인테리어 소품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고, 짐 톰슨 느낌의 패브릭으로 만든 쿠션이나 커튼 등도 상담을 통해 직접 제작할 수 있어요. 특히 이 곳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여기 사장님께서 직접 디자인하시는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들이 정말 이쁘기 때문이에요. 제가 한동안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이 곳만큼 제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가진 곳이 드물었어요. 액세서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꼭 들러보세요.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기도 한대 '루밍'이라는 인테리어 소품 가게도 제가 우리 동네에서 좋아하는 곳이에요. 특히 요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 나오는 많은 디자인 소품들은 거의 대부분 이 곳에서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트렌디한 리빙 셀렉샵이죠. 특히 2층에는 어린이방에 놓으면 잘 어울릴 가구들과 소품들을 전시해놓았는데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거나, 좀 센스 있는 선물이 필요할 때 이 곳을 들리면 분명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또 이 곳의 위치가 서래마을 입구에서 언덕을 주욱 올라가면 언덕의 거의 끝자락에 있어요. 늦가을 노란 단풍이 질 때 이 곳에서 뒤를 돌아 언덕을 내려다보면 정말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길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다음은 제가 좋아하는 꽃집. 서래마을에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꽃꽂이를 하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에 제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했어요. 바로 '폴즈 가드너'. 얼마 전에 제 친구 대학원 졸업식이 있어서 꽃다발을 주문했는데, 귀하고 좋은 꽃들도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있고, 또 가을 느낌 물씬 나는 디자인을 해주셨어요. 특히 이 곳의 장점은 가드닝과 녹색 식물, 특이한 모양의 화분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 있을 법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진 이 곳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평소 꽃을 배워보고 싶었던 분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보세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제가 좋아하는 장소는 서래마을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 공원'이에요. 서래마을의 작은 광장과 같은 곳이죠. 매년 겨울이면 이 곳에서 프랑스 학교와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서 프랑스 인들이 직접 만들어주는 따뜻한 뱅쇼와 크레페를 맛볼 수 있어요.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열고 있는데 소박하지만 즐거운 마을 축제예요. 또 한 달에 한 번씩은 이 곳에서 플리마켓을 열어요. 동네 주민들이 서로 안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서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고 하는 그런 곳이에요. 몇 년 전에 저도 제 동생과 나가서 집에 안 쓰는 물건들을 죄다 팔아 꽤 쏠쏠한 수입을 올린 적이 있지요.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멋진 공원이랍니다.


서래마을에도 이제 초가을이 찾아왔어요. 아마 몇 주 안에 마을 안 공원과 가로수 나무들에 노란 단풍이 들겠죠. 늦가을, 진한 노란 단풍이 온 마을을 물들일 때, 서래마을에 한 번 놀러 오세요. 정말 찬란하게 아름다운, 정겨운 저희 동네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홈메이드 돌잔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