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mouse Jan 05. 2016

수입차 홍보는 무슨 일을 할까?

나의 밥벌이 이야기 (1)

오랜만에 회사 얘기를 해볼까 한다. 워크 앤 라이프에 대해서 쓰려고 만든 브런치인데, 어쩌다 보니 그 비율이 라이프에 많이 치우친 것 같다. 우선은 내가 가장 쉽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의 PR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서 그런 건지, 여기 일이 더 바빠서 그런 건지, 대학 졸업 후 직장에서 영원히 막내일 것 같았던 내가 벌써 직장 생활 10년 차가 됐다. 아직 전체 그림을 얘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홍보업계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나의 시각에서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로는, 수입차 브랜드 홍보팀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일단 수입 자동차 브랜드를 산업군으로 우선 알아야, 괜한 선입견이나 불필요한 기대감으로 이 업계에 들어오는 실수를 안 할 수 있다. 보통 홍보대행사 시절에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때 보통, 럭셔리, 테크, 금융, 소비재 등으로 분류해놓고 본인에게 어떤 업계가 더 맞을지 고민을 한다. 몇 년을 지내보니 그래프로 수입차 브랜드의 업무의 좌표를 그려 보았을 때, 이 모든 것들의 중간 즈음이다. 일반 소비재라고 하기에는 분명 럭셔리한 부분이 있고, 마냥 화려한 럭셔리로 분류하기에 수입차는 자동차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버려 그 만큼 무거운 이슈들이 많다. 그 외에 새로운 자동차 신기술에 대해서도 홍보를 해야 되니 테크도 빠질 수 없고, 자동차 금융 회사도 우리가 홍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금융 쪽도 알아야 한다. 전체적인 임직원을 보았을 때도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서 남성의 비중이 많이 높고, 평균 나이도 많고, 근속연수도 길다.


자동차 브랜드 홍보팀에 들어와보면 보통 일이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기업 홍보(Corporate Communications)와 제품 홍보(Product Communications). 기업 홍보는 우리 브랜드의 명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 회사의 실적과 성과, 브랜드 마케팅과 SCR 활동 홍보, 지속가능성 이슈,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은 '기업' 홍보 담당자가 해야 될 역할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기에 담기지 않는 많은 일들과 또 홍보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도 있으니, 그건 나중에 다시 천천히 얘기해봐도 좋겠다.


BMW 5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가 탄생시킨 아트 콜라보레이션 작품.(KIAF 2013)
BMW 그룹의 대표적인 헤리티지 문화 행사인 이태리 꼬모 호수에서 매년 열리는 꼰꼬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 (2013)

제품 홍보는 이런 거다. 'MINI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모델로 거듭난 뉴 MINI 클럽맨은 소형급 중 가장 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136마력, 22.5kg•m 최대토크의 힘을 발휘하는 3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으며,...'라는 얘기가 나오면, 이건 '제품' 홍보인 것이다. 신모델 국내외 런칭, 시승기를 위한 시승차 관리, 미디어 기술 교육 세션 등. 다시 말해, 자동차 그 자체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더 차가 잘 팔릴 수 있게끔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차뿐만이 아니라 경쟁사 브랜드에 어떤 라인업들이 나오는지도 귀를 쫑긋 세우고 레이더망을 잘 돌려야 되기 때문에 자동차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직업이다.


MINI 팬들의 기대주, 가장 최근에 런칭한 MINI 클럽맨 런칭 현장
매년 가을이면 강원도로, 남해로, 그 해에 런칭한 모든 모델들과 함께 미디어 시승 행사를 떠난다


이 두 가지는 성격이 정말 다르기 때문에 홍보팀 안에서도 그 역할을 하는 담당자가 보통 구분이 되어있다. 어떤 브랜드의 경우에는 기업 홍보팀, 제품 홍보팀 이렇게 두 개가 따로 있어서 독립된 팀 형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만약 나에게 어떤 업무가 더 맞는지 궁금하다면 이렇게 알아보면 된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듣고, '아, 저건 몇 년도 어떤 모델이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고민할 것도 없이 제품 홍보를 해야 된다. 그에 반해, 최근 트렌드와 문화,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이 많고,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작은 소재로 잘 엮어서 스토리텔링 하는 것에 센스가 있다면 그건 기업 홍보 쪽이 더 맞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시피, 난 기업 홍보 쪽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능들과 신차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면 몇 날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되지만, 회사의 브랜드, CSR, 기업 문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몇 날 며칠이고 술술 말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사실 브랜드의 훌륭한 홍보 담당자라면 어느  한쪽에 강점은 가지고 있되 양 쪽 모두를 균형감 있게 알고 있어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 공부는 나의 영원한 숙제이다.


그래도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수입차 홍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모른다고 미리 겁먹을 것도 없고, 자동차는 좋아하지만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실망할 것 없다는 거다. 도전해보기도 전에 쉽게 포기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아깝다. 모르긴 몰라도 홍보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재밌고, 남들은 쉽게 해볼 수 없는 특별하고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입차 홍보인 것 같긴 하다.


모르겠다. 나중에 또 다른 도전을 해봤을 때 지금 내가 한 소리를 보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를 했었구나, 할 수는 있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쨌든 내가 꼬꼬마 시절에 그려보았던 수입차 브랜드 홍보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기서 보낸 시간은 후회 없을 만큼 재밌었다는 것이다. 내 손으로 만원 한장 버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던 내가 벌써 지난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나에게 맞는 직업 잘 선택한 거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