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틴 호텔 프라하
MBA 2학년을 보내고 있는 남편에게 아마 요즘은 살면서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시기인 것 같아요. 1학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 스트레스도 사라졌고, 학교 수업도 빡빡하지 않고요. 내년부터는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질 테니 저희 부부는 최대한 이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연말을 어디서 보낼까 하다, 남편이 어디 뉴스에선가 체코 프라하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나온 것을 보고 와서는 올해는 꼭 여기를 가자고 했어요. 프라하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온 지금,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이 도시가 벌써 그리워 질정도로 흠뻑 빠져있다 온 것 같아요. 그 추억을 정리하기에 포스팅 하나로는 모자랄 것 같아,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순서대로 한 번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프라하의 호텔 이야기예요.
저희가 일주일 동안 지냈던 곳은 바로 프라하성 아랫동네에 있는 아우구스틴 호텔(혹은 아우구스티네)이었어요. 이 호텔은 글로벌 브랜드는 아니지만 SPG의 럭셔리 컬렉션 그룹에 속해있는 호텔이에요. 이런 호텔들의 장점은 전 세계에서 이 호텔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세인트 레지스, 웨스틴, 쉐라톤 등의 경우 전 세계 어느 호텔을 가나 각 호텔의 급에 맞는 퀄리티와 서비스는 보장받을 수 있지만, 또 스타벅스의 카페라테처럼 전 세계 어디에나 규격화된 스타일이 있지요. 그에 반해 럭셔리 컬렉션에 속해있는 호텔들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가 좀 더 녹아있어서 매력적이죠.
Augustine Hotel
http://www.augustinehotel.com/
Letenská 12/33, Prague 1, 118 00, Czech Republic
+420 266 112 233
이 호텔은 13세기 아우구스틴 수도원이었던 곳의 일부를 개조해서 만든 호텔이에요. 아직도 땅 주인은 수도원이고 호텔은 100년간 이 땅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호텔은 수도원 바로 옆에 붙어 있어요. 입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한 모양새로 말이죠.
이 호텔은 방이 101개뿐이에요. 과거에 수도원으로 쓰인 것을 그 모양 그대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일반 방은 평수도사들이 사용했을 것처럼 목조로 된 하얗고 소박한 방에 성당의 종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이쁜 창문이 나있어요. 스위트룸도 종류가 여러 개인데, 타워 스위트의 경우에 말 그대로 수도원 3층 탑 전체를 방으로 만들어서 전망이 아주 잘 보이게 만든 곳이고, 또 프레스코(Fresco) 스위트룸은 19세기 프레스코화가 방 천제에 꾸며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지요.
이 호텔을 숙박하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수도원 투어이지요. 따로 호텔에서 공지를 하지 않으니 미리 컨시어지에 물어봐서 예약을 해야 돼요. 수도원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수도사들이 동행을 하는 날만 가능합니다. 저희가 갔던 시기 기준으로 화요일, 목요일 오후만 가능했는데, 저희는 안타깝게도 이 수도원 방문 프로그램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되어서 수도원 내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지요.
그래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절한 컨시어지 담당자를 만나면 호텔의 각 스위트룸 구경은 물론,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비밀의 정원까지 구경을 할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는 저렇게 열쇠로 잠겨진 식당으로 가는 통로의 나무 문을 컨시어지가 열어주면, 바로 수도원으로 통하는 길이 나옵니다. 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와 차분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게,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와 순간 이동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이 호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14세기 아우구스틴 수도사들이 만들었던 레시피 그대로 만든 맥주, St. Thomas Beer에요. 이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지요. 맛이 더 깊고, 부드럽고, 뒷맛은 진한 커피와 초콜릿과 같아요. 프라하를 여행한다면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한 번 맛보기를 권합니다. 체코의 또 다른 명물 크리스털 잔과 함께 선물용으로 판매도 하고 있어요.
이 맥주는 호텔의 두 개 바에서 맛볼 수 있어요. 지하 1층에 위치한 동굴 스타일의 Brewery와 14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식사를 하던 Refectory 바이지요. 몇 백 년 전의 수도사들이 식사를 한 곳에서 그들이 만든 레시피의 맥주를 마시는 경험, 묘하면서도 재밌습니다.
프라하에는 이 곳 말고도 더 좋은 호텔이 많겠지만, 크리스마스에 이 호텔을 선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자정 미사를 하러 수도원 안의 성당을 다녀올 수 있고, 또 하루 종일 성당에서 저 멀리 들려오는 여러 나라 언어의 성탄 미사가 이번 여행의 분위기를 더해 주었거든요. 오늘 밤에도 우리가 떠나온 저 수도원 안에는 성당의 종소리가 아름답게 울리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