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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07. 2017

아티스틱 겨울나기, 시카고 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 겨울은 소문대로 정말 추워요. 본격적인 시카고댁이 된 후 맞는 첫 번째 겨울이지요. 저희가 살고 있는 곳은 미시간 호수와 붙어 있어서 그곳에서 불어오는 찬 호수 바람에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 나가노는 것도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시카고 엄마들은 방학 때 아이들을 실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고 해요. 저도 이제 시카고 맘이 되었으니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하나하나 윤서와 함께 찾아보려고요.


그래도 벌써 시카고에 저와 윤서의 아지트가 하나 생겼어요. 집 근처에 있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바로 그곳이지요. 윤서를 유모차에 태워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10분 정도 거리, 꽤 가까이에 있어서 오며 가며 갈 수 있어서 시카고에서 가장 먼저 연회원권을 끊은 곳이기도 합니다. 윤서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바로 1층에 위치한 Family Room이에요. 윤서와 같은 영유아 어린이들이 벽에 그림도 그리고, 퍼즐도 하고, 공작 미술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곳이지요. 특히 이 곳은 미술관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한 곳이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요.


시카고 미술관: http://www.artic.edu/ 


시카고 미술관은 미국 3대 미술관으로 꼽힐 만큼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이 가득한 보물 창고예요. '와, 이 그림이 여기에 있었어?'라고 놀라는 작품들이 한 두 개가 아니죠. 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고 관광객들이 적은 편이라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곳에는 미술 관련 프로그램이 정말 잘 운영이 되고 있는데, 특히 Family Room 어린이 프로그램은 시설도, 내용도 참 좋아요.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자세히 관찰을 하고, 그걸 스스로 자기 작품으로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테마가 바뀌어가며 준비가 됩니다. 또 Drawing Room은 방 벽면을 모두 화이트보드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누구나 가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지요. 윤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오늘 오랜만에 방문하니, Family Room에서는 이번 주까지 열렸던 특별전  Moholy-Nagy: Future Present 주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어요. 색종이, 셀로판지, 컬러펜, 가위, 스티커 등으로 오리고, 그리고, 붙여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지요. 이 곳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나이가 윤서처럼 아주 어린아이부터 중학생 정도까지 있기 때문에 작품의 수준도 다양해요. 다 만든 작품은 집에 가져갈 수도 있고, 또 원하면 이 곳에 기증을 해서 벽에 걸어둘 수도 있지요. 아이들에게도 내가 만든 작품이 미술관에 걸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더 이 곳에 애착을 갖고, 또 미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겠지요? 이 곳은 지도 교사가 따로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유롭게 재료를 가져다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한국에 잠깐 다녀온 이후, 이번 주는 윤서와 제가 다시 이 곳 시카고 생활에 천천히 적응해가는 시간이에요. 식구들 많고 강아지들과 함께 사는 시끌벅적 서울 집에서 생활하다, 이 작은 집에서 둘이 오도카니 지내야 되기 때문에 윤서도, 저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도 아직 밥물 못 맞추는 저에 비해, 윤서는 시카고 일상에 하루하루 잘 적응해가고 있어요.


서울에 다녀온 후 저희 집에는 새로운 게 하나 생겼어요. 바로 윤서의 냉장고 드로잉북. 윤서 이모가 챙겨준 화이트보드 시트지를 냉장고 앞면에 붙였더니 사이즈가 딱 알맞았어요. 두툼한 카펫을 깔아주고 그 위에 색색가지 사인펜을 주었더니 부엌 한편에 윤서의 작은 미술 아뜰리에가 만들어졌지요. 시카고 미술관의 드로잉 룸처럼요. 그리고 윤서는 하나씩 부엌 서랍을 열어가며 쌀, 콩, 랩 등 다양한 생활 속 미술 도구들을 발견해 작품에 활용하고 있어요. 요즘 부쩍 엄마한테 딱 붙어 있으려는 통에 요리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제 옆에서 윤서는 그림을 그리고 노니 윤서는 윤서대로 즐겁고, 저도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지요.


길고 긴 시카고의 겨울 덕분에, 아마도 윤서의 냉장고 드로잉북에는 더 많은 그림들이, 그리고 엄마의 부엌에서는 맛있는 겨울 간식들이 만들어지겠죠? 올 겨울, 우리 집 작은 부엌에서 윤서와 엄마가 한 뼘씩 더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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