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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16. 2017

'루트 66'을 추억하는 아메리칸 다이너

시카고의 레스토랑 - 루 미첼 브런치 식당

미국은 3월 중순에 일주일 간 봄방학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학생들은 멕시코 칸쿤 같은 곳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요즘은 칸쿤도 인기 허니문 장소가 될 정도로 고급스러운 곳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만, 전통적으로 다른 곳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먹고 즐기며 여행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저희 가족도 이제 슬슬 남편의 마지막 봄방학에 뭐할까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미국의 역사적인 길, 루트 66(Route 66)가 바로 이 곳 시카고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은 이번 봄방학 때는 바로 이 곳으로 로드트립을 떠나자고 했지요. 그리고 저희는 루트 66에 대한 공부를 잠깐 해봤습니다.


루트 66는 1926년에 건설되어 일리노이 주 시카고 현재의 윌리스 타워 앞에서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비치까지 미국 중서부 8개 주(일리노이, 미주리,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를 관통하는 약 3940km(2450마일) 길이의 고속도로'였습니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꿈꾸며 동부에서 서부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이주민들의 길이기도 했지요.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도 등장하고,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의 음악에 '청춘의 추억'으로 노래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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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0년대 미국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더 넓고 빠른 길이 생긴 이후 '루트 66'를 타는 사람은 점점 없어졌습니다. 결국 1985년 폐쇄되어 더 이상 고속도로로서의 의미는 상실되었죠. 이 역사적인 미국의 상징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은 지역 주민들은 다시금 그 시대의 향수를 보존하고자 시민단체와 지방 자치단체가 복원에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2003년, '히스토릭 루트 66'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그 덕분에 지금도 차가 다닐 수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 그걸 타고 여행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처럼 일부러 불편을 감수하고 수행을 택하는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미국에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면 낭만적인 여행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고마운 구글맵은 22개월 아이를 데리고 이 수행길에 오르려는 저희에게 무리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짧은 봄방학 기간 동안 서부의 저 끝까지 왕복을 할 자신은 도저히 없었으니, 저희도 고집부리지 않고 계획을 바로 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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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저희는 루트 66를 추억하며 그 시절의 향수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루트 66가 전성기일 때 여행자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다이너 루 미첼(Lou Mitchell's Restaurant and Bakery)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 것이지요. 아마 우리로 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바로 이 곳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외관부터 빈티지스러운 루 미첼은 루트 66가 시작되는 길목에 있습니다. 지금도 그 식당 앞에 가면 루트 66라고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죠. 루트 66를 타고 가면 지금도 지갑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오래된 모텔이나 미국의 오래된 맛집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루 미첼도 바로 그런 곳 중 한 곳인 거지요. 루 미첼은 아메리칸 다이너, 그러니까 하루 종일 브런치식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팬케익, 오믈렛, 햄버거 등과 웨이트리스가 오며 가며 따뜻하게 계속 채워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지요.



그 역사적인 스토리 때문인지, 추억의 맛 덕분인지 이 곳은 자갓이나 미슐랭 가이드에도 여러 번 소개된 곳입니다. 입구에 길게 줄 선 사람들과 더 이상 붙일 공간이 없이 붙여진 여러 여행 가이드북들의 추천 스티커가 그 인기를 증명하지요. 가장 붐비는 일요일 점심에 찾아간 저희는 운 좋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긴 줄을 제치고 제일 먼저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웰컴 도넛과 함께요.


저희가 시킨 건 맛있는 칠리와 바삭한 프렌치프라이가 함께 나오는 슬로피 조(Sloppy Joe's), 비주얼이 그대로 아메리칸 빈티지인 치즈 버거, 그리고 부드럽고 폭신한 에스빠뇰 오믈렛이었는데, 어른 둘, 아기 하나가 그릇을 싹싹 비워먹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올리브유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오늘날의 세련된 브런치를 생각한다면 좀 촌스러운 맛일 수도 있겠으나, 루트 66를 추억하기에 딱 필요한 그런 정겨운 미국 음식들이었지요.



결국 저희의 '루트 66 로드트립'은 그 시작점에 있는 아메리칸 다이너에서의 아침식사로 끝을 맺었지만,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메뉴의 아침을 먹으며, 저희는 루트 66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를 채우던 그 당시 여행자들의 느낌을 추억할 수 있었으니까요.




시카고에 있는 Route 66 추억거리


루 미첼 다이너

시카고에 여행을 왔다면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합니다. 느끼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대부분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중간중간 서비스로 오렌지도 주고, 또 식후에는 진한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주는데 참 재밌는 풍경입니다. 주말에 대기 시간은 좀 길 수 있지만, 평일에는 오전 5시 30분(주말은 7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부지런하면 줄을 안 서고 이 빈티지하고 친절한 다이너에서 맛있는 아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하이체어, 색연필, 어린이 전용 메뉴 등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해도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http://www.loumitchellsrestaurant.com/


일리노이 루트 66 명예의 전당

루트 66를 꼭 한 번 여행해보고 싶은 분들은 각 지역의 루트 66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길의 역사, 재밌는 스토리는 물론, 그 길 위를 따라 남아있는 역사적인 식당이나 숙박시설들, 그리고 꼭 가봐야 될 명소들이 담겨있습니다. 일리노이 지역의 루트 66 추억을 찾는다며 바로 아래 링크를 확인해보세요.

http://www.il66assoc.org/ 


https://kr.pinterest.com/pin/20519532674676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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