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필드 뮤지엄 자연사 박물관
제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제 남편따라 시카고에 가서 같이 살 거라고 하면 대부분 첫 반응은 이 세 가지였어요. '그럼 직장은?', '애는 누가 봐?', '거기 정말 춥다는데 아이 데리고 가서 살 수 있겠어?'. 딱히 명쾌한 답을 제 스스로도 찾지 못하고 이래저래 무거운 마음을 안고 시작한 시카고 생활, 저와 저희 가족은 조금씩 여기 삶에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의 두 질문의 답은 앞으로 계속 찾아야 될 숙제이지만, 세 번째 날씨에 대한 질문을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시카고의 진짜 추운 겨울을 안 만나봐서 그러는진 몰라도 생각보다 살만합니다. 대신 겨울엔 눈이나 비가 오지 않아도 잿빛 하늘에 안개가 잔뜩 낀 고담 시티 같은 우울한 날들이 많기는 하죠. 저같이 여기 사는 사람에게는 사실 날씨 안 좋으면 집 밖에 안 나가면 되기 때문에 괜찮지만, 여행자들이라면 크리스마스 여운이 가신 1월, 2월은 시카고를 방문하는 시기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아침에 커튼을 열면 밖에 나가는 대신 호텔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질 테니까요.
며칠 째 비가 내릴락 말락 하는 날들이 연속되는 요즘,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윤서가 답답해하는 것 같아 지난 월요일에는 필드 뮤지엄을 다녀왔습니다. 그 날은 마틴 루터 킹 데이라 미국이 공휴일이었는데, 무료 박물관 데이이기도 했거든요.
박물관에 들어가면 로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수(Sue)'라는 공룡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Tyrannosaurus rex)의 실제 화석이지요. 백악기 후기(6800~66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는 길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40.5 피트, 키는 13피트나 되는 정말 큰 공룡입니다. 아마추어 고생물학자인 수 헨드릭슨은 1990년, 가장 완벽하고 (약 85%) 2001년까지는 가장 거대했던 티라노사우루스 골격 화석을 사우스다코타 주의 페이스 부근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수 헨드릭슨의 이름을 기념해 '수'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수'는 이 필드뮤지엄의 간판스타이기도 해서 이 앞에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습니다.
여기 1층에 전시되어있는 뼈는 모두 진짜인데, 딱 하나만 가짜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머리지요. 티라노사우르스는 머리가 엄청 크고 무거운 공룡이었다고 해요. 뼈 무게만으로도 600파운드에 달해 안전상의 이유로 진짜 얼굴뼈는 2층에 따로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실감 나지요. 티라노사우루스는 난폭한 육식 공룡이었기 때문에 그 시대 공룡 중에서도 가장 상위 계층에 속해있었고, 또 먹잇감을 발견하면 무참하게 공격을 한 후에 먹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둘 중에 하나가 화석이 되어 만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드뮤지엄은 자연사 박물관이에요. 엄청나게 방대한 종류의 동물들의 표본을 실감 나게 볼 수 있고, 그 외에 인류학, 식물학, 동물학, 지질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아이들도 알기 쉽게 전시해놓았어요. 또 앞에 버튼을 누르면 그 동물의 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게 해서 아이들이 더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요. 학 코너에는 동양의 학 문화에 대해서 소개를 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500원 동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매년 2월, 남편이 다니는 시카고 부스 MBA에서는 이 곳 필드 뮤지엄에서 Winter Formal 파티를 해요. 모두 드레스와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고 참석하죠. 이 곳 박물관도 멋진 조명으로 마치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분위기로 변신을 하구요. 우선 윤서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필드 뮤지엄의 숨겨진 매력을 또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시카고 뮤지엄 무료입장 데이
시카고에는 생각보다 무료로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는 날이 많아요. 일리노이 주 거주자만을 위한 혜택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관광을 하러 시카고를 방문한 분들도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날들이 있지요. 만약 근처의 다른 박물관과 시카고 관광 코스를 모두 방문하려면 Citi pass를 구입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무료 뮤지엄 데이 안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timeout.com/chicago/kids/activities/free-museum-days
콩순이 공룡 탐험대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4HMn3BJ24Y
요즘 윤서는 콩순이 캐릭터 비디오에 푹 빠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공룡 탐험대 '에요. 유치원 친구들과 공룡 박물관에 가서 공룡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인데,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제가 몇 번을 봤는데도 재밌어요. 수 백번을 돌려보다 보니 이젠 저도 거기 나오는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가 되어버렸죠. 이번에 다녀온 시카고 필드 뮤지엄은 바로 이 콩순이 공룡 탐험대가 갔던 공룡 박물관과 정말 닮아 있었어요. 필드 뮤지엄을 아이와 갈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기 전에 이 동영상을 먼저 보는 걸 추천합니다. 아이가 처음 필드 뮤지엄을 가서 거대한 공룡을 보고도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가는데 도움을 주거든요. 의외로 도움을 많이 받은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