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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an 29. 2017

내가 사랑하던 모터쇼를 추억하며

미국 여행 - 디트로이트 모터쇼 2017

자동차 브랜드의 홍보팀에 있으면서 전 세계 수많은 곳에서 열리는 론칭 행사로 출장을 가볼 수 있었는데, 딱 하나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이 바로 해외 모터쇼입니다. 보통 해외 모터쇼는 그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홍보팀에서 담당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굳이 지원을 나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간혹 다른 출장과 일정이 맞물려 모터쇼도 함께 보는 기회를 얻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전 그런 기회가 없었지요.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 기회가 생겼습니다. 시카고에서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나이아가라까지 로드트립을 다녀오는 길에 디트로이트를 들르기로 한 것이지요. 운 좋게도 그 날은 모터쇼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티켓은 온라인에서 미리 구입하면 누구나 쉽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세계 5대 모터쇼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모터쇼 , 일본의 도쿄 모터쇼 , 스위스의 제네바 모터쇼 , 미국의 디트로이트 모터쇼 , 마지막으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이렇게 세계 5대 모터쇼이지요. 사실 예전에 글에 썼다시피 요즘에는 자동차 회사들도 라스베이거스 'CES(ConsumerElectronics Show)'  같은 곳에 더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모터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ilvermouse/24


사실 예전에 자동차, 중공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디트로이트는 요즘 그 역할을 멕시코, 중국에 넘겨주면서 러스트 벨트가 되어 마치 고스트 시티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또 우범 지역으로 낙인이 찍힐 만큼 여행자들이 많지 않은 도시기도 하지요. 특히 저희가 간 날은 도시 전체에 짙은 안개가 자욱이 깔린 날이라 더 으스스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코보센터 모터쇼장. 바깥 도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이 안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특히 모터쇼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인산인해였지요.

 


이 날 제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당연히 BMW 부스. 예전 서울 모터쇼, 부산 모터쇼를 준비하던 시절도 그리웠고, 또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얼마나 더 멋지게 만들어놨을지도 궁금했지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서 그럴까요? 사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BMW 부스는 평범했어요. 재밌는 볼거리나 아기자기한 부스 인테리어는 한국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했지요. 그래도 역시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명성에 맞게 이번에 새로 출시될 뉴 5 시리즈의 월드 프리미어가 이곳에서 있었습니다. 마침 스페인에 뉴 5 시리즈 출장을 가있는 전 동료들의 페이스북 타임라인 때문에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괜히 더 반가웠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회사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자동차의 미래는 바로 무인 자동차 기술이었습니다. 이제 전기차나 충전 시설 등 E-모빌리티(Electric Mobility)는 당연한 것, 평범한 것이 되어버려서 사람들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자동차 브랜드들에서는 무인 자동차 시대에 자동차가 이동하는 엔터테인먼트 룸으로서의 기능을 어떻게 할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동차 안은 마치 아늑한 거실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놓았고,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느낌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그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도록 상상의 나래를 제마다 펼쳐보였죠. 물론 1,2년 후의 얘기는 아닐 수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10년 안에는 자동차를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재밌는 건 역시 미국 자동차 브랜드였어요. 서울 모터쇼에서 현대, 기아차의 위상처럼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어서겠지요. ‘미래의 도시(City of Tomorrow)’를 테마로 만들었던 포드 전시장에는 규모도, 선보인 프레젠테이션 기술도 대단했어요. 부스 안에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되어 있고 4D 자동차 레이스 게임기가 관람객들의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안에서 자체 생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볼거리가 가장 풍성한 부스라서 그런지 관람객도 가장 많았습니다.



모터쇼에 처음 가본 윤서와, 함께 간 5살 꼬마도 자동차들이 신기한지 재밌어했어요. 직접 차를 타보기도 하고, 레고로 만든 배트 모빌을 구경하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아이를 데리고 라스베이거스 CES 쇼를 한 번 가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먼 미래처럼 보이는 신기한 지금의 기술들이 윤서가 제 나이가 될 때쯤이면 일상적인 것이 되거나, 혹은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있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만들고 찾아가는 최신 모터쇼나 가전쇼를 그대로 얼려 수 십 년 후에 녹인다면 그 자체 그대로 훌륭한 근현대 박물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재밌는 상상을 하며 안갯 속 디트로이트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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