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주부, 미국 슈퍼마켓 입성기

by Silvermouse

저는 초보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낮은 단계인 왕초보 주부이기도 합니다. 짧은 신혼집의 생활도 친정집에서어서 1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밥을 필요가 없었고, 아기가 생기고 남편이 혼자 미국에 유학 이후에는 아예 친정집에 들어가서 숙식을 해결했기 때문이죠. 그전에 성인이 이후 10 동안은 회사 생활하느라 밖으로만 돌아다녀서 집에서 요리나 살림을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 그러니까 유치원, 초등학생 시절에는 엄마가 요리를 하시는 편이라 엄마를 도와 콩나물도 키우고, 파이도 구워보고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만, 그 이후에는 엄마도 일을 하셨기 때문에 살림을 그만두셔서 딱히 제가 부엌에 들어갈 기회가 없었지요. 그리하여 저는 밥물도 맞추는 왕초보 주부가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에 오기로 이후에 가장 걱정이 것은 바로 ''이었습니다. 당장 시카고 공항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 아기에게 밥을 먹여야 하는데 도대체 , 어떻게 먹여야 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한국에서 이유식을 한가득 꽝꽝 얼려 아이스팩에 넣어와 며칠간은 그걸 하나씩 해동해 먹였습니다. 남편과 저, 그러니까 어른들의 밥걱정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그나마 트렁크에 넣어온 햇반과 김이 믿을 구석이었지요.


그리하여 시작된 미국 생활, 다행히 저희 앞에는 마리아노스(Mariano's)라는 정말 사랑스러운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오면 항상 즐겨 찾는 슈퍼마켓 홀푸드와 약간 비슷한 슈퍼마켓인데, 홀푸드처럼 오가닉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중적인 식료품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가격도 합리적이고 품질도 좋습니다. 2층으로 된 슈퍼마켓 안에는 작은 스시바도 있고, 훌륭한 와인 코너도 있고, 육류코너에선 고기를 고르면 자리에서 엄청난 화력의 바비큐를 해주기도 하죠. 하루에 곳에 가는 어느새 단순한 삶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학교를 가있는 동안에는 18개월 딸을 데리고 사실 어디 멀리 가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유모차를 끌고 마리아노스를 하루에 바퀴씩 돌고 나니 '나도 요리를 하고 싶다'생각이 불끈 솟아났습니다. 신선한 고기, 생선, 야채, 과일, 치즈, 와인. 모든 것들이 지금은 그대로 보이지만, 왠지 이것들을 조리하면 멋진 요리가 탄생할 있을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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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드디어 요리에 도전을 해볼 만하겠다,라고 생각이 곳은 바로 시카고의 한인 슈퍼마켓 H Mart에서였습니다. 곳은 지금까지 제가 미국에 남편 만나러 때마다 그렇게 기를 쓰고 햇반, , 라면 한국 재료들을 가지고 왔나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서 구할 있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을 팔고 있었어요. 라면만 하더라도 농심 신라면부터 제가 좋아하는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라면까지, 신세계 백화점 지하 슈퍼마켓보다 크고 다양한 규모의 라인업을 자랑했지요. 그뿐 아니라, , , 미역 등의 종류만 하더라도 CJ, 풀무원 한국의 대기업 브랜드부터 일본 브랜드, 미국 자체 생산 브랜드까지 전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섹션 쪽부터 끝까지 세계 컬렉션이 되어 있었죠. 가격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20% 정도 조금 높은 정도 수준, 아무리 빠듯한 재정의 유학생 부부 생활이라지만 정도면 것도 없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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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 제 생애 첫 미역국을 끓여보았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깊은 신뢰와 믿음으로 사숙(?)한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를 보고 하나하나 따라 해 보았지요. 얼추 비슷한 모양새의 미역국이 끓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믿을 수 없었지만, 18개월 아기 윤서는 엄마의 첫 미역국을 큰 수저로 푹푹 떠서 두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입이 유독 짧아 아기 수저 하나 떠 먹이는 것도 힘든 아이인데, 마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저는 그 모습이 감격스러워 고맙다, 고맙다 거리며 펑펑 울었지요. 부끄러워서 공개는 못합니다만, 남편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자신감 붙은 미역국만 끓여대서 불린 미역만 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나씩 응용을 해서 북엇국도 끓이고, 김치국도 끓이고, 다른 사람은 못 주지만, 제 식구는 먹일 수 있는 수준의 음식 몇 가지는 만들 줄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제 요리 실력이 늘었을까요? 연말을 맞아 한국에 한 달간 다녀온 뒤 제 요리 실력은 다시 제로가 되어버렸습니다. 한 달만에 부엌에 들어오니 머릿속이 하얘졌거든요. 며칠 동안 밥 물 맞추는 감을 잃어버려서 물밥이 되거나, 꼬들밥을 한 솥 만들어놨지요. 그래서 그 밥에 전자레인지에 데운 햇반을 잘 섞어서 그럴듯한 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다시 난생처음 미역국을 끓이는 사람처럼 레시피를 여러 번 읽어가며 점점 미역국에 가까운 음식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그래도 다행인 인생에서 이루지 못할 숙제처럼 여겨졌던 가지, 자전거 타기와 요리, 중에 하나는 리스트에서 영원히 삭제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하면 있겠다란 자신감이 생긴 거지요. 이제 다시 마리아노스와 H마트를 바퀴 둘러보면 감이 돌아올 것이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저만의 작은 부엌에서 오래 걸리긴 해도, 뚝딱뚝딱 요리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 제가 예전에 회사 생활을 하며 일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라는 알았거든요. 그렇게 왕초보 주부에서 초보 주부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카고의 슈퍼마켓


마리아노스(Mariano's): 시카고 전역에 10개 이상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대형 로컬 슈퍼마켓입니다. 식료품 중심의 마켓이라 제품이 싱싱하고 다양합니다. 홀푸드와 비슷한 고급스러운 느낌이지만, 좀 더 대중적인 가격대와 분위기라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육류, 생선 코너에서는 싱싱한 재료들을 골라 계산을 한 후 영수증을 보여주면 원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바비큐를 해주는데 무료입니다. 이 외에도 핫 & 콜드 샐러드바, 햄 & 치즈 스탠드, 스시바, 꽃집, 베이커리 등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들을 살 수 있고, 특히 방대한 셀렉션을 자랑하는 와인샵에서는 금요일 밤 재즈 공연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장을 볼 수 있어 와인잔을 들고 슈퍼마켓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marianos.com/


H 마트: 미국 전역에 있는 대표적인 한국 슈퍼마켓입니다. 수 십 년 전 LA의 가주 마켓만 기억하고 있던 저에게 행복한 충격을 안겨준 곳이기도 하지요. 작은 이마트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한국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료들을 찾을 수 있고, 한국식 회 코너, 반찬 가게, 빵집, 육류코너, 한국 가전제품, 상비약 등이 있습니다. 시카고에는 현재 3개 H 마트가 있는데, 아쉬운 점은 제가 살고 있는 Loop 중심 지역에서 30분 -1 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굿뉴스는 2017년 상반기 도심에 있는 west loop에 새로운 지점이 생긴다고 하네요. 그러니 예전처럼 한국에서 올 때 애써 무거운 짐들을 다 가져올 필요가 없습니다. 지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마트 근처에 찜질방 사우나, 뚜레쥬르, 카페베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http://nj.hm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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