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정책과 관세가 만들어낸 웃기는 경영 이야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남편이 제게 물었습니다. “X-Men은 사람일까? 사람이 아닐까?” 공상 과학 영화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저는 사실 X-Men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 조차 없었으니 그 질문은 그다지 흥미롭게 들리지 않았지요. 그런 쓸데없는걸 왜 물어보냐고 했더니 그 날 있었던 학교의 Managing the Firm in the Global Economy 수업에서 이것에 대한 흥미진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 비싼 MBA 수업료를 내고 교수와 학생들은 왜 이렇게 한심스러운 주제에 대해 격띤 토론을 벌인 걸까요?
X-Men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Marvel 사는 6년간 X-Men이 사람이 아니라고 법정에서 주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2003년 미국 연방 법원으로부터 X-Men은 사람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지요. 그 법정 공방 시작의 비밀은 바로 X-Men 인형에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무역 정책상 사람 형상의 인형은 12% 관세가 적용된 반면 (HTS(Harmonized Tariff Schedule) 코드9502.10.40), 동물 또는 사람이 아닌 ‘non-human creature’ 장난감은 그 절반 정도의 (HTS코드 9503.49.00) 6.8% 관세가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Marvel사의 경영진은 인형의 관세를 파격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X-Men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설득해야만 했지요. 영화에서 표현되는 돌연변이 X-Men들의 인간성에도 불구하고 Marvel사는 회사의 수익성을 우선시하여 X-Men은 사람이 아니라고 6년간 주장해왔던 것입니다. 그 웃지 못할 판결 덕분에 Marvel사의 자회사 Toy Biz Inc의 장난감 판매 수익성은 약 5% 좋아졌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Marvel이 자사의 대표 캐릭터 격인 X-Men의 인간성을 부정하면서까지 변경하려고 했던 Harmonized Tariff Schedule (HTS). 이 사건으로 인해 X-Men의 오랜 팬들은 Marvel에 배신감을 느끼고 보이콧을 했다고 하니, 이건 마치 7살짜리 꼬마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아버렸을 때의 배신감 정도에 비할 수 있을까요?
이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억지스러운 법정 공방의 결과는 사실 무의미해졌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 장난감 관세가 0%로 바뀌었거든요. 그 장난감이 사람의 형상이든, 아니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우스꽝스러운 Marvel사의 이야기는 미래의 CEO 꿈나무들의 교과서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또 재밌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의 정책들을 바꾸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 바꿔놓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MBA 인기 과목 순위이지요. 한국과는 달리 내수 경제가 중심인 미국에서는 MBA 학생들에게 Managing the Firm in the Global Economy와 같은 무역 정책 수업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무역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무역 정책이 실제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tool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이지요. 기업관점에서 무역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인기 없는 수업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이 수업은 어느새 학생들의 다음 학기 수업 소쿠리에 살포시 담기게 되었습니다.
Marvel사의 X-Men이 인간인지 아닌지에 대한 법정 공방은 아래 기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