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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May 02. 2017

잘 고른 호텔 하나, 육아 여행 일당백

2017년 3월 그리스 아테네

오늘은 잠깐 쉬어가는 제가 아이와 떠날 때 숙소를 고르는 팁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는 호텔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난 2년간 떠났던 수많은 여행들을 통해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얻게 된 엄마, 아빠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운 육아 여행 호텔의 선택의 기준 몇 가지.


베이스캠프는 시내 가까운 곳에


우선, 아이가 피곤해하면 언제든지 호텔에 들어가서 쉬다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시내에 있는 호텔을 선호합니다. 아침에 한 번 나가면 밤늦게까지 호텔에 다시 들어가기 애매하게 멀리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지요. 아직 두 살 윤서는 중간에 낮잠을 두 번 정도 자야 하기 때문에 유모차에서 재울 때도 있지만 거리가 멀지 않다면 마음 편하게 호텔에 들어가서 푹 재우는 게 남은 하루의 일정을 보내기에 더 좋습니다. 그동안 엄마, 아빠도 잠깐 눈을 붙이며 쉴 수도 있고요.


그리스 아테네 킹조지 호텔 -

예전 그리스 왕실로 쓰이던 건물을 그대로 레노베이션 한 호텔입니다. 시내 중심지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아테네에서 가장 큰 백화점도 있어서 아이와 지내기 편리하지요.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꼭대기 튜더 홀에서는 창 밖으로 아크로폴리스 신전이 보이고, 또 식당 자체도 예전에 연회장으로 쓰였던 곳이었는지 마치 박물관 안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윤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지요.

http://www.kinggeorgeathens.com/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담고 있는 숙소로


너무 큰 규모의 브랜드 호텔보다는 그 지역의 특색을 잘 반영한 중간 규모의 호텔을 선호합니다. 왜냐면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할 때는 생각보다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많거든요. 어느 도시를 가나 똑같은 인테리어 콘셉트와, 로비에서 똑같은 향기가 나는 호텔보다는 과거에 어떤 의미 있는 건물로 쓰이던 곳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하거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지요.


예를 들면 지난겨울에 다녀온 프라하의 수도원 호텔처럼요. 몇 백 년된 수도원의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고, 또 그 안에서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레시피에 따라 만드는 수도사들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 이런 곳이라면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프라하의 추억을 쌓을 수 있겠지요.


굳이 비싼 호텔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와이너리 민박, 말과 소를 만지고 구경할 수 있는 랜치 숙소 등 독특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익숙한 것을 떠나 조금만 용기를 가져보면 새로운 여행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 세인트 아우구스틴 호텔 -

오래된 수도원의 일부를 빌려 호텔로 개조한 곳. 새벽 적막에 수도원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컨시어지에 미리 문의를 하면 일주일에 단 하루, 지정된 날에 평소에는 닫혀있는 수도원의 안 쪽까지 프라이빗 투어를 할 수 있는데 이 호텔에 묵는다면 꼭 해봐야 할 프로그램입니다. 많이 안 알려져 있고, 호텔에서도 먼저 알려주지 않으니 혹시 이 호텔에 묵게 된다면 먼저 컨시어지에 물어보고 예약을 해두세요!

http://www.augustinehotel.com/



제주도 이안재 -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제이룩의 에디터의 집이자, 이제는 숙소로도 운영을 하는 곳입니다. 제주도의 동쪽 마을 이안재에 있는 200년 된 전통 제주 가옥 형식이지요. 집 한 채 전체를 빌릴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아담하고 이쁜 마당도 있고, 또 집 안은 현대식으로 개조를 해놓았기 때문에 아이와도 편리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저와 윤서, 엄마와 할머니까지 모두 함께 간 3대 모녀 여행이었는데 모두 만족하면서 지낸 숙소였습니다. 뜨끈한 온돌방에 덮었던 이불을 잊지 못해 사장님께 부탁드려 온 가족이 세트로 똑같이 맞춰오기도 했지요.

https://ko.airbnb.com/rooms/10301125 



수영장이 있으면 금상첨화


저희 가족에게는 수영장이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더욱이요. 윤서는 어려서부터 수영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고 짐을 챙기면 자연스레 수영복과 슬리퍼를 집어 듭니다. 아이에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유적지를 오래 돌아본 날이면 '호텔에 가면 수영할까?'라고 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부 중 한 명만 수영장에 따라가 주면 되기 때문에 그 날 더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은 그 시간 동안 육아에서 해방되어 잠깐이나마 쉴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집에서 윤서 수영 담당은 대부분 남편입니다.)


미국 뉴욕 메르디앙 호텔 -

아이가 있을 때 머물기 좋은 뉴욕의 호텔.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 수영장도 있고, 1층에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 Norma's도 키즈 프렌들리. 공원이 가까워서 산책 나가기도 좋고, 유모차 가지고 다니기 어려운 복잡한 타임 스퀘어와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쾌적합니다.

http://www.parkermeridien.com/

뉴욕 센트럴파크 내려다보이던 메르디앙 호텔 수영장


강원도 삼척 솔비치 호텔 -

한겨울에 갔는데도 뜨끈한 야외 해수 풀장에서 놀 수 있었던 곳. 실내에는 유아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놀 수 있습니다.

http://www.daemyungresort.com/sb/sc/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들이 참 많아요. 12월에 떠났던 솔비치 야외 해수 풀장.


어느 조용한 마을의 안 유명한 호텔


가끔은 호텔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인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시골 마을에 있는 호텔이라도 말이지요. 저희는 지난가을 보스턴 근교 애머스트 지역에 있는 로드 제프리 인을 그렇게 찾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남편의 대학생 시절을 보낸 애머스트 컬리지 안에 있는 작은 호텔인데 학생 시절 이 호텔 앞을 지나칠 때마다 나중에 졸업 후에 가족이랑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아담한 호텔이었는데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꾸며져서 마치 1800년대 미국집에 초대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바지런히 어디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호텔에서 쉬면서 근처 산책도 하고, 남편이 지냈던 기숙사와 우편함도 만져보고, 충분히 재밌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미국 뉴잉글랜드 로드 제프리 인 -

애머스트라는 작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 있는 호텔입니다.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애머스트 컬리지 교내 안에 위치하고 있어 졸업한 동문들, 재학생의 부모님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고 있지요.

http://www.lordjefferyinn.com/ 

아빠의 졸업 앨범을 찾을 수 있었던 애머스트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Lord Jeffery Inn


고맙고 또 고마운 로열티 프로그램


만약 선호하는 호텔 브랜드가 있다면 충성심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호텔 브랜드들마다 각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시기별로 등급을 매기지요. 1년에 몇 박 이상을 하게 되면 등급이 점차 올라가게 돼서 혜택을 소소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가장 고마운 혜택은 바로 룸 업그레이드입니다. 스위트룸이 비어있는 날에는 웬만하여서는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라도 라운지 입장은 시켜주기 때문에 한밤중에라도 언제든지 아이에게 필요한 우유나 레인지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얼리 체크인,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밤 비행기 타고 집에 가는 날 아침부터 짐을 다 싸서 아이를 데리고 시내를 배회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난가을 포틀랜드 여행을 갔을 때는 날씨가 안 좋은 비수기라서 그런지 저희가 묵었던 나인스(The Nines)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일주일 동안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당시에 저희는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원베드룸에 세 식구가 끼여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우와, 우와' 거리며 이 집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더랬죠. 방이라기보다는 아파트 같았던 이 스위트룸에는 벽난로가 있는 거실, 주방과 다이닝룸이 따로 있고, 심지어 재밌는 책들이 쌓여있던 서재방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걸 일반룸 비수기 가격으로 있었단 말이지요!


미국 포틀랜드 나인스 호텔 -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있는 부띠끄 호텔입니다. 아트를 테마로 하고 있는 곳이라 호텔 곳곳에서 멋진 패션 아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로비에는 Urban Farmer라는 유기농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입니다. 유기농 식탁으로 유명한 포틀랜드 지방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지요.

http://www.thenines.com/

아침에 눈뜨면 창 밖으로 저 멀리 마운트 후드가 보이던 방


마지막 하나 더 덧붙인다면, 아이가 만약 어리다면 여행하는 동안 도시를 자주 이동하지 말고 한 곳에 머무르는 여행을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이의 컨디션과 엄마, 아빠의 컨디션이 날마다 좋을 수는 없거든요. 예를 들어 5일을 여행 간다고 하면 그 중간 3일째 되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텔 방에서 뒹굴뒹굴 낮잠도 자고 느지막이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들어오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합니다. 그래야 나머지 여행을 또 힘내서 즐겁게 할 수 있지요. 이렇게 길게 예약을 해야 될 때는 호텔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세요. 2박을 하면 1박을 더해 준다거나, 3박 가격으로 5박을 할 수 있는 패키지들이 종종 나오거든요. 이런 행운이 있는 여행이라면 더욱 즐겁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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