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잘 못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다른 글을 월등히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분석하거나 숨은 의미를 찾는 걸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영화 리뷰 글을 쓰고 싶었다.
장애인이나 장애를 다룬 영화를 중심으로 말이다. 누구보다 분석을 잘하거나 뛰어나게 영화를 해석하는 능력은 없지만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다룬 영화나 다른 미디어에 대한 글을 장애인만의 시선으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첫 영화로 뭘 쓸까 고민하던 중, 지난 해 써둔 글을 다시 보니 브런치에도 올리면 좋을 거 같아 살짝 다듬어 올리게 되었다.
새해전야는 '러브액츄얼리'나 '좋아해줘'처럼 여러 커플이 함께 나오며 각각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다.
이혼 후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커플, 이별 후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인연, 국제결혼을 앞둔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 다양한 커플들 중 내가 다룰 커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 래환과 오월이다.
래환은 4살 때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다.
밝고 긍정적인 원예사 오월은 래환의 연인으로 그에게 봄같은 존재다.
에이전시의 연락으로 래환은 광고나 후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자, 에이전시는 선수 래환보다 그의 연인 오월에게 관심이 많다. 선수로서의 래환이 아닌 장애를 가진 래환과 장애가 없는 오월의 만남을 드라마틱하게 내보낸다.
래환에겐 선수로서 좋은 기회지만 그 기회가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아닌 장애에 맞춰지며 겪는 심정과 오월에 대한 마음, 두 사람을 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4살 때 사고 당하고 독일로 이민 가서는 정말 편견 없이 잘 살았어요.
그런데 한국 오자마자
"장애가 있으니까 봐줘"
"장애가 있으니까 안 돼"
"장애, 장애, 장애"
다시 4살 때로 돌아간 거 같았어요
독일에서는 편견없이 살았던 래환을 한국에서는 장애라는 테두리안에 한정짓는다. 그 안에서 래환은 자신이 없어진다.
사랑하는 연인 오월에게 항상 받기만 하는 것 같고,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거 같아서. 사람들이 그에게 없는 한쪽 다리를 오월이 되어준다며 감탄하고 그녀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만큼 래환은 작아진다.
편견이란 게 그렇다. 사람을 위축되게 하고 자신감을 없게 한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장애가 있든 없든 그는 그다운 삶을 살고 싶고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걸텐데. 사람들의 시선은 장애로 인한 포인트를 찾으려 한다. 두 사람을 차별과 역경을 이긴 사랑으로 보는 것은 그 안에 편견과 동정이 밑바탕이기에 가능한 시선이기도 하다.
"열심히해서 메달 따고, 결혼해서 애 낳고, 죽어라 대출금 갚고, 다 그렇게 사는거지.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평범하게."
"야, 세상에 평범한 사람이 어디있어? 다 전쟁 치르면서 사는거지."
나도 어릴 때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쯤인데 그때부터 장애가 있는 내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걸 향할때 생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재활 트레이너의 말이 와닿았다.
"야, 세상에 평범한 사람이 어디있어? 다 전쟁 치르면서 사는거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산다.
장애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간다.
래환과 오월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커다란 벽을 넘거나 위대하고 특별한 사랑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당신같은 삶을 앞으로 쭉 살아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