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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후 Aug 06. 2017

13. 군에서의 출산, 생일이 같은 아이들

중산층 진입 실패의 르포르타주 - 취준생 바보 아빠

첫 아이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태어났습니다. 대대장님은 제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자기도 그랬고 군생활은 그런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대장님이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부대가 있는 경기도 운천에서 서울까지는 한 시간 반 거리였는데, 저는 출산 전날 병원에 갔다가 당일 아침에 다시 중대장님의 연락을 받고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 복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전날 갔으니 아침에 빨리 복귀하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중대장님 본인도 대대장님에게 찍히는 것이 우려되었을 것입니다.   


의무 복무이긴 하지만 저는 직업 군인이었고 군에도 절차상 휴가 제도가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이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볼 수 있었지만 아내는 서운한 마음만 가득했을 것입니다.

 

군생활은 다른 군인 가족들에게도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희 부대는 달마다 몇 주씩 계속되는 훈련이 많았는데, 직업 군인의 가족들이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부대가 훈련을 나가면 동네가 다 썰렁해요.”  

“애들이 아빠 얼굴을 자주 못 봅니다.”  

“한 번 훈련을 가면 몇 주 후에나 집에 오니 이게 어디 사는 겁니까?”  

“맞아요. 오죽하면 동네에 애들 생일이 같겠어요.”    


오죽하면 동네에 애들 생일이 같겠어요.   


이 재치 넘치는 말을 이해 못한 저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지금쯤 군 복무를 하고 있을 테지요. 그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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