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진입 실패의 르포르타주 - 취준생 바보 아빠
은행은 돈을 만지는 곳이다 보니 돈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도둑질을 당해서 CCTV 조회를 요청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카드를 훔쳐서 남의 돈을 인출한 사람이 대부분 친구나 친인척 등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해도 아는 사람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CCTV를 통해서 ATM 앞에 서있는 용의자를 확인할 때마다 나지막한 한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니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업무 중에 흔하게 발생하는 일은 백만 원 묶음에 만 원짜리가 한 장 더 많거나 부족한 사고였습니다. 그런 것은 보통 저녁 마감 때 발견되는데 인과 관계 확인이 어렵고 금액이 적어서 담당자가 그냥 가지거나 메우는 식으로 알아서 처리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은행원이 바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고객이 다른 은행에서 현금 백만 원 한 다발을 가져와서 그걸 그대로 우리 지점에다 입금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때, 만 원이 남으면 그건 십중팔구 다른 은행 직원이 실수로 만 원을 더 내준 것이었습니다. 그럴 경우에 그 돈을 그냥 본인이 가지는 직원도 있었고, 손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고 돈을 내어 드리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손님이 그 돈을 가지던지 출금한 은행 직원에게 돌려주는지는 알 바가 아니고, 본인은 정직이라는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후자에 속했는데, 그건 제 맘에 작은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그 자부심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고객에게 120만 원을 받고 210만 원으로 입금 처리하는 등 이런저런 실수로 제가 메워 넣은 돈은 몇 개월이 지나면서 제법 쌓여갔습니다. 밤을 새워 가며 CCTV와 전표를 수 차례 뒤져봐도 원인을 못 찾으면 결국 제가 물어내야 하는 돈들이 쌓여갔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마감을 하는데 돈이 남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잃은 돈과 얼추 비슷한 금액이더군요. 저는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그러나 그 시간은 며칠 가지 못했습니다. 돈이 적게 입금된 걸 알고 고객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히 이치였습니다. 저는 지점장님으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놀랬습니다.
‘나는 지금껏 무슨 생각으로 살아온 것일까?’
어떤 변명으로도 퇴색되지 않는, 그것은 명백한 도둑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