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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이스댕 Aug 08. 2024

당신 속에 디자이너가 얼마나 들어있나?

디자인 에세이

위의 사진은 얼마전 부엌을 완전히 리노베이션 하면서 새로이 설치한 벽 타일과 전기콘센트이다.


간단한 측정을 해보고자 한다.


위의 사진을 보고 느껴지는 기분을 아래에서 한가지 고르시오.


1. 행복하고 편안하다.



2. 아무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3.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아쉽다.



4. 불편하고 불안하다.



5. 분노가 차오른다.



어떤 기분이 드는가?

그 기분이 자신안에 얼마나 디자이너가 들어있는지를 알려 줄 것이다.


먼저, 디자이너가 들어 있지 않은게 안좋은게 아니라고 밝혀둔다. 혈액형 A 와 B사이 우열이 없는것 처럼.



1번 행복하고 편안하다면, 당신은 좀 낙관적이고 자기속에 디자이너가 10% 정도 들어 있다. 90% 다른것이 들어 있다.


2번 아무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단지 당신은 지극히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않는 사람이다. 그래도 어딘가 찾아보면 5% 의 디자이너는 들어있을 꺼다.


3번 어색하고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당신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있고 실제 주변 사물과 공간을 나름 편하게 고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가 20% 정도는 들어있고, 자주 그 디자이너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


4번 불편학고 불안하기 까지 하다면, 당신은 디자이너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정확히 무엇이 어색함과  불안함을 주는지 말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그 기분이 사라질 수 있는지 느끼기 까지 한다면 당신속에 디자이너는 50%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5번 분노가 차오른다면...

당신은 어쩔 수 없는 디자이너이다. 당신의 80% 디자이너이다. 실제로 그 분노로 설치된 전기 소켙을 뜯어 고치는 행동을 실행한다면. 그 중에서도 젊은 디자이너 이리라.


나는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부엌구석에 있는 이 두 콘센트를 바라보면 화가난다.


어떻게 10c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전기 콘센트의 높이가 5mm이상 차이가 날 수 있나? 그것도 둘다 동시에 새로 만든 것인데..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같은 비용과 노력으로 두 콘센트의 높이를 맞출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것에 대한 분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3차원공간과 물리적 자원을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낭비하는 행동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난 젊은 디자이너는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이걸 뜯어 고치는 일은 하지 않고 있으니.  대신 난 이곳을 쳐다보지 않는다.  이 콘센트들을 바라보면 정신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대학교때 교수님이 그랬다. 원래 화가 많으신 분이기도 했지만, 길거리 전봇대가 바로서있지 않은 것을 보면 무척 화를 내셨다. 화를 많이 내면 오래사는데 지장이 있다. 그 교수님도 일찍 돌아가셨고, 스티브잡스도 오래 살지 못했다.


난 100% 디자이너는 아닌가보다. 눈에거슬리는 디자인이 라도 착한 가격때문에 구입하기도하고, 뜯어고치는 대신 일부러 눈길을 피한다. 디자인보다 실용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신형 자동차보다 3년된 중고차를 선호한다.

아나 내안에 80% 정도만 디자이너로 차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나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게 부끄럽다.


그리고 요즘 난 나머지 20%가 누구인지 찾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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