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영어를 썩 잘하진 못하지만 영어초보를 지나 조금씩 말을 하게 되면서 각종영어 자료나 영의학원 강의에 불만을 가지게 된 적이 있었다.
문법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5 형식 문장'이니, '현재완료분사'라는 등 그 이름으로는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도 없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책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그중 하나가 조동사에 관한 것인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동사를 사용해야 하는지 정말로 알기 어려운 문제가 늘 있었다. 지금도 어려운 것이 조동사와 전치사이다. 오히려 현재 완료, 과거 완료, 완료형 가정등은 입으로 잘 나오진 않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것들이니 연습 부족이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조동사는 언제 쓰는지 모르겠고 실제로 영어로 된 계약서나 법률 조항을 읽을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놈이라서 잘 알아야 하기도 한다.
조동사는 대부분 지금부터 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그 일을 짐작하는 데 사용하지 이미 확실히 일어난 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사용할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추측성이 포함된 경우이다. 일어난 사실을 추측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면 그냥 동사를 사용한다.
그래서 어떤 조동사를 언제 사용하면 좋을지 여러 교재에서 여러 예문을 비교해서 패턴을 찾아서 나름 조동사 지도를 만들어 사용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내가 아는 어떤 교재도 이렇게 설명해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조동사 지도를 만들어 나름 이해하고 사용하려고 했었다.
조동사들의 쓰임새는 지도에서 네 가지 축상의 위치로 정의했다.
'주관적'이라고 함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지금 이 순간에 결정했기 때문에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나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해야 한다. 물론 그 배경에 다른 판단, 예를 들어, 계획, 도덕적 의무 등, 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말하는 내용만큼은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다만 대상행동에 대해 이제 처음 얘기하게 된 현재시점과 행동의 결과가 나타나는 시점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고 다른 정황들이 덜 고려되었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객관적'일 때 보다 낮다고 봐야 한다.
'객관적'이라고 함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이미 도덕적 의무, 당위성, 정황, 논리, 타인의 의지 등에 따라 정해져 있거나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미 적혀있거나 법칙화된 무엇을 따라야 하는 행동에 대한 얘기, 말하는 상대와 나 사이에 공통적으로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표현하는 등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상행동에 대한 얘기가 이미 진행되어서 행동의 결과가 나타날 시점과 가깝거나 암묵적으로 합의 없이는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다른 정황들이 벌써 고려되었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주관적'일 때 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강한' 영역에 있는 조동사들은 매우 직설적이고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사실을 고려하며 상대를 고려하기보다 말하는 나 자신이나 행동의 결과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이다. 직설적이다 보니 상대를 덜 배려해서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는 상황에서 잘 못 사용하면 무례하게 들리는 표현이 될 수 있다.
'부드러운' 영역에 있는 조동사들은 간접적인데, 나의 주장이나 현재 만들어진 주장이 아닌 듯 표현하면서 상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동시에 이미 이전에 만들어진 생각이라는 것으로 표현되어 예상하는 결과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완곡히 표현하는 것들이다.
이들 대부분의 조동사들은 과거, 미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데 나는 will 은 미래, would는 과거형이라고 배웠다. 미래와 과거라는 개념은 추측과 사실의 (또는 강하고 주관적인 것과 완곡하고 객관적인 것의) 부분 집합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위 지도에 하나의 축상에 나열할 수가 없다. 한쪽이 과거, 중앙이 현재, 다른 한쪽이 미래 이렇게 나열하지는 못한다. 굳이 시간 개념을 넣는다면, 시공간의 개념이 맞는데, 현재/가까운 공간/관계가 왼쪽-윗 방향이고 과거/미래/먼 공간/관계가 오른쪽-아래 방향이 될 수는 있겠다.
다음은 여러 조동사를 위의 맵에서 정의한 개념을 넣어서 해석해 보았다.
may - might
She may be here tomorrow :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여자는 내일 여기에 올 거야.
It might rain this afternoon : 낮은 확률일지라도 오늘 오후에 비가 올 거 같아.
May I help you? : 물론 혼자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혹시(낮은 확률일지)라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will - would
He will have finished the job by tomorrow : 지금 내 생각에는 그 사람 일을 내일 끝낼게 분명해
I really will stop smoking : 어쨌거나 난 이제 담배를 끊을 거야.
The car wouldn't start this morning : 아침에 내차가 시동할 의지가 없었지.
Would you open the window please? :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거기 창문 열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나요?
must - shall - should
Rob must be home by now : 롭은 분명히 지금 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해.
This form should be filled in in ink : 이양식은 지워지지 않은 잉크로 쓰는 게 좋지.
Shall we go out for lunch?: 우리 둘 다 배고픈 상황이니 밥 먹으러 나가는 게 좋겠지?
I should be very happy if I had nothing to do :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행복하겠지.
물론 이렇게 직접 말하진 않겠지만 이런 뉘앙스로 생각하고 적당한 조동사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고 앞으로 전치사도 이런 방식으로 사전적 뜻이 아닌 상황적 뉘앙스로 이해하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