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애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와 네팔의 셔파 텐징 노르게이(Shirpa Tenzing Norgay)입니다. 이 두 명이 성공적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한 날은 1953년 5월 29일입니다."
두 사람이 정확시 동시에 정상을 밟지 않은 이상 둘 중 먼저 올라 간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시 물었다.
"힐러리와 텐징 중 누가 더 먼저 올라갔나?"
"뉴질랜드의 애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와 네팔의 셔파 가이드인 셔파 텐징 노르게이(Shirpa Tenzing Norgay) 중에서 누가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은 함께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이 대답도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어서 다시 물었더니 챗GPT는 그제야 이렇게 대답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제일 먼저 도달한 사람은 네팔의 셔파 가이드인 셔파 텐징 노르게이(Shirpa Tenzing Norgay)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에 뉴질랜드의 애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가 정상에 도달하였습니다. "
챗GPT는 이미 사람들이 남긴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표현하고 알고 있는 문장을 조합했을 것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힐러리와 텐징'이라는 이름의 순서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앞에 나온 이름을 기억하고 그 내용을 옮길 때 '힐러리' 만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따라서 사실은 셀파였던 텐징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먼저 밟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게 확실했다.
그래서 70년 동안 사용해 온 두 사람 이름의 순서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생긴 '영국대표 힐러리 (실제는 뉴질랜드 출신)가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했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나름 챗GPT를 훈련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챗GPT에게 이름의 순서와 상관없이 두 사람의 공을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는 윤리적 사실과 상관없이 이름의 순서가 왜 중요한지 설명을 해주고 지금까지의 오해를 바꿔놓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텐징의 이름을 먼저 언급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물어보면서 제대로 내 요구를 따르는지 보기 위해 순서를 틀릴 때마다 따져 물었더니 챗GPT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하기를 10번 정도를 반복했고 그제야 텐징의 이름을 힐러리의 이름 앞에 언급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유명한 힐러리는 영국인이 아니고 뉴질랜드임에도 영국이 마치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것처럼 된 것은 영국원정대의 일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식민지를 착취해서 얻은 부를 활용해서 영국이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했다는 자랑거리를 만들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어마하게 부었을 것이기에 네팔 출신의 셀파인 텐징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게 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네팔에서는 국민영웅이지만)
마치 똑같은 기술력을 가지고도 마케팅과 디자인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은 삼성휴대폰은 전 세계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지만 내부사무실에 '일등엘지'라는 슬로건내걸기나 하던 엘지휴대폰은 세상에서 사라진 것과 같다고나 할까.
앞서 얘기한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얘기로 돌아가, 챗GPT에게 언제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했냐고 물으면 1492년이라고 답을 한다. 과연 그럴까? 초등학생이 처음으로 접하는 정보가 챗GPT의 대답이었다면 그 학생은 콜럼버스 이전에 아메리카대륙에 있던 '것'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할게 될 것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던 것도 자기가 직접 경험한 이후로부터 존재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서양인의 믿음으로 만들어 놓은 사상 위에 세계가 돌아가고 있고 인공지능도 그것을 배우고 있다, 멋 모르는 초, 중, 고 학생들은 인공지능에게 그것을 또 배우고 있다. 아마 나를 포함한 성인들도 그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도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인터넷과 서적으로 많이 있었지만 아마도 인공지능만큼 파급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흩어져있는 정보를 모으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 들고 심지어 책을 읽는 데는 돈까지 드는 반면 인공지능은 접근성이 좋고 편하기 때문에, 또 더 사람스러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더 사실처럼 들리니까.
챗GPT의 대화 스타일과 정보조합 프로세스에 디자이너가 관여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 엔진을 이용하는 보다 상업적인 대화형 서비스에서는 디자이너가 관여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업가들의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