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도 모르는 츄파춥스의 비밀
디자인 에세이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미끼들을 한 두 가지씩 가지고 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다음이나 처음 해보는 새로운 일을 시킬 때 풍선이나 사탕을 사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주사를 맞은 다음에 뭐가 속은 듯한 기분이나 처음 겪는 바늘의 고통, 감기약의 인생 쓴맛을 본 다음에 주어지는 사탕은 그 모든 고통을 잊게 만들고 다음에도 병원에 가야 할 때 반감을 낮춰준다.
우리가 생활에서 많은 행동의 동기가 도파민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사탕과 같이 단음식이야말로 극강의 도파민이 아닐까? 우리 어른들도 쉽게 어떤 것에 쉽게 중독된다. 가장 쉬운 예가 유튜브 Short 영상을 끊임없이 넘기는 것이다. 가능한 긴 영상을 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짧은 세로 영상을 하나씩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내 유튜브 홈 화면에서 숏영상을 끄고 휴대폰 홈 화면에서 앱을 제거해 버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사탕이나 쿠키를 선반에 올려놓고 하루에 하나만 꺼내 먹으라고 하고는 사탕이 얼마나 사라지는지 지켜보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사탕이 더 빨리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다. 물론 사탕뿐이 아니다. 아이들이 십 대가 되면서는 사탕보다는 초콜릿이나 음료, 컵라면 등 좀 더 복합적인 맛과 질감의 만족감을 주면서 여전히 쉽게 포도당이나 탄수화물을 얻을 수 있는 간식이나 음식을 찾고 먹어치우는 양과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간식과 음식들에는 특징이 있다. 섭취까지의 과정이 매우 쉽고 고열량에다가 포도당 자체이거나 포도당으로 바뀌기 쉬운 형태의 음식들이다. 마치 유튜브의 짧은 세로영상들이 손에 닫기 쉬운 곳에 있으면서 중간에 어떤 긴 문장을 듣거나 의미를 해석할 필요도 없이 스토리의 결과를 순간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다시 말하면 이미 포장지가 벗겨진 작은 별 사탕을 하나씩 계속 주어 먹고 있는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음식의 섭취 방식인 것이다.
다시 미끼 간식인 사탕으로 돌아가자. 유명한 사탕 브랜드인 츄파춥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츄파춥스 디자인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모두들 알겠지만 츄파춥스는 요령 있게 벗기지 않으면 참 벗기기 어려운 포장비닐에 싸여있다. 당연히 어린아이들은 혼자 벗기기 매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사탕 알의 크기도 입에 물고 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운 크기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빨아먹어서 작게 만들어야 좀 입에 물고 있기 편한 크기로 줄어든다. 다들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입속에 사탕알의 어정쩡한 위치도 그렇지만, 혀로 감싸서 최대한 단맛을 느끼려면 혀의 모양을 사탕에 맞춰야 해서 힘이 들어가야 한다. 심지어 손잡이가 되는 플라스틱 막대가 박혀있어서 침이 새지 않도록 계속해서 빠는 동작을 해야 그나마 입술감각의 쾌적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좀 불편한 사탕이라는 거다.
그래서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왜 츄파춥스의 포장이 벗기기 어려운지. 다음이 그 대답이다.
- 비닐재질이 사탕표면에 달라붙는 동시에 손에는 매끄럽기 때문에
- 사탕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밀봉했기 때문
- 상품을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포장지를 밀착하하려고 단단하게 만들어서
그런데 나는 더 중요한 디자이너의 비밀스러운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 도파민 사이클을 만들어서 상품에 대한 만족감을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의도가 그 비밀이다. 부정적 도파민 사이클은 노력 없이(쉽게)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고 그것이 반복되면 동일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이, 더 자주 그것을 경험해야 하는 악순화에 빠지게 한다. 긍정적 도파민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렵고 귀찮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되는 어떤 행동을 먼저 하고 바로 그다음에 그 수고를 잊을 만큼만의 만족감으로 즉각 보상하는 것이다. 시작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사람은 마지막 단계의 경험을 더 기억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만족감을 기억하게 된다.
츄파춥스 디자이너는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이 어떤 노력을 먼저 투입한 후에 그에 대한 대가로서 단맛의 만족감(도파민)을 얻게 되는 프로세스를 가지도록 상품의 경험을 디자인해 놓았다. 아주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포장을 벗겨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사탕을 먹는 양을 조절해 줄 수가 있다. 혼자 포장을 벗길 수 있는 큰 어린이라도 그것을 먹으려면 포장을 벗기는 성가시고 힘든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감시가 없더라도 무한정 사탕을 먹어 치우는 일을 방지해 주는 거다. 어른들의 경우는 단것에 끌리는 정도가 어린이들 보나 낮기 때문에 당연히 스스로 조절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당 부족상태에 이르러도 두 번째 츄파춥스를 먹으려면 포장을 벗기는 작업이 첫 번째것 보다 오히려 귀찮아져서 두 번째는 그냥 주머니에 넣어둔다 만일에 대비해서.
그런데 최초에 그 어려운 과정을 참고서도 츄파춥스를 먹고 싶게 만들 동기부여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탕의 동그란 모양과 기다란 다리(막대) 모양이 잘 드러나도록 레깅스처럼 밀착형 포장을 했고, 열대과일들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색상의 무늬를 입혔다. 비닐포장재질은 당분이 많은 열매의 표면이나 꿀이 흘러내리는 듯한 자연스러운 광택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적당한 길이와 두께를 가진 막대(손잡이)는 누군가 대화를 하는 도중이라도 불편함 없이 잠시 손에 쥐었다가 계속 단맛을 즐길 수 있다는 사용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무언가를 손에 닿으면 주먹을 쥐게 되는 본능을 만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츄파춥스 상품의 시각적 매력도가 그것을 먹고 싶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먹기 위해서는 일단 만만찮은 포장 벗기기 작업을 먼저 하게끔 해서 그 직후에 얻는 보상인 단맛을 심리적으로 강화시켜 주게 디자인되어 있다. 이런 사이클의 경험은 불편한 과정과 단맛 보상의 균형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너무 쉬운 섭취의 반복(중독)에 따른 심리적 단맛의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섭취량증가를 방지하게 해 준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그 맛에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츄파춥스 회사입장에서는 한 때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수입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츄파춥스가 기막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츄파춥스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전한 도파민 컨트롤을 제공하고 특히 아이들에게도 기다리는 불편함을 참는 훈련, 단 맛의 보상, 치아건강의 균형을 잘 맞춰준다고 본다. 뭐 너무 좋은 쪽으로 해석을 했을 수도 있지만 츄파춥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쉽고, 빠르고, 편한 것만 찾으면서 가속되는 세상에서 이렇게 살짝 천천히 가도록 속도의 균형을 잡아주는 디자인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