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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상 Jan 10. 2020

말머리 아닌 머리말

에세이를 쓰자

먹고사느라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에세이는 잘 쓰고 계신지요? 아마도 짧은 글 한두 편 정도는 완성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목적은 책을 출간하는 것입니다.

에세이라는 하나의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출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독특한 소재를 찾아 본인의 생각을 통해 풀어냈다면 분면 훌륭한 글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으로 엮으려면 책 전체를 통과하는 하나의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죠. 에세이 모음집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신다면, 또 반복되는 잔인한 말을 드려야하겠네요. 그건 유명인이 되고 나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죠.


한두 편 글을 썼는데, 책으로 어떻게 엮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시점이라면, 잠시 에세이 쓰는 것을 멈추고, 책을 출간했다고 가정하신 후, 머리말을 써보세요. 

머리말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갖춰서 쓰면 됩니다.


1. 나는 누구인가?

2. 그런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

3. 그래서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렇게 머리말을 써보면 앞으로 전체적인 구성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가 보입니다.


참고로 제 책 <결국 소스 맛>의 머리말은 이렇습니다.



어쩌다 소스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나는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특별히 요리를 잘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저 아침에 아이 밥 차려주고, 주말에 요리해서 반주 한 잔 즐기는 평범한 글쟁이일 뿐이다.


(중략)


이 조건하에서 나(남편, 아빠, 직장인, 글 쓰는 사람)와 소스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간단한 요리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다만 하루키의 세 가지 조건 중에서 두 번째 조건을 지키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 소스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주변에서, 정확히는 P(아내)가 “오빠는 음식을 참 잘 만들어”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계속 집안일을 시키기 위한 계략이겠지만, 그 말을 듣고 우쭐한 것도 사실이다.


(중량)


‘요남’이라는 우쭐함을 안고 그런 소스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책에는 소스 덕분에 삶이 풍족해진 한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야매’ 레시피들이 담겨 있다.



자, 제가 말씀드린 요소가 들어 있죠?

이 머리말은 실제 책에 사용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앞으로 책을 어떻게 써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지표로만 삼아도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쉬는 타임에 쓰는 머리말,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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