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맥과이어

매니지가 필요해

by 은상

설날에는 아무도 브런치를 방문하지 않을 듯하여, 한 주 쉬었습니다.


아무튼!

나의 <습작1>은 <습작2>가 되었고, 또 <습작 3>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군주론》 관련 내용 삭제!

몬스터를 잡는 복잡한 직업에 관한 설정 삭제!

특수 능력 부분 대폭 수정 및 삭제!

초기 나오는 여자 친구와 라이벌 관계인 상대 일단 삭제!

(웹소설에서는 초기 5화까지는 주변 인물보다 주인공을 부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임.)

아포칼립스 설정 삭제!

이렇게 <습작 5>까지 오다 보니 <습작>만 모아도 장편 소설 한 편은 거뜬히 만들 분량이 나왔다.

하지만 초기 설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난 이 소설을 쓸 자신이 없었다.

결국 <습작>은 영구 폐지하고 ‘헌터’라는 설정만 살려서 다시 쓰기로 했다.

습작을 수정하는 데만도 몇 개월이 걸렸고, 결국 접어 버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냥 연재라도 한 번 해보지 그랬어요?”

그럼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잠시 웹소설 연재의 구조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야겠다.

웹소설은 말 그대로 웹에 연재하는 소설이다.

누구나 자기 블로그를 만들거나, SNS에 연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가 흐르는’ 곳은 일명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곳들이다.

이곳에 연재를 해야 내가 목표로 하는 ‘돈’을 벌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웹소설 플랫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 페이지’다.

그리고 (대중적인 면에서) 그 아래로 ‘문피아’, ‘노벨피아’, ‘리디’, ‘조아라’ 등이 있다. 또 다른 플랫폼이 있으나 여기까지만 일단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누구나 가장 상위권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를 하고 싶어 한다. 당연히 ‘피가 많이’ 흐르니까.

그런데 이곳은 개인이 연재하고 싶다고 해서 연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 연재를 하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매니지’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계약을 맺는 루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매니지’에만 집중하자.

매니지는 매니지먼트사를 줄인 말인데, 도서 출판 시장으로 빗대서 설명하면, ‘출판사’다.

출판사가 하는 일이 무엇일까?

작가와 계약해서 작가의 글을 가공해 책으로 만들어 서점에 유통하고 홍보한다.

매니지는 출판사, 서점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이 교보문고를 찾아가 책을 냈다고 하면, 그걸 받아서 서가에 전시해 줄까?

당연히 아니다.

교보문고와 게약 관계에 있는 출판사가 책을 보내줘야 전시하고 판매한다.

그래서 상위 플랫폼에 연재하고 싶으면 매니지와 계약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과 대형서점이 다른 점이 있다.

대형서점은 계약된 출판사의 책이라면 일단 받아서 신간 코너에 전시해 준다. 잘 팔리면 그 자리를 넘어 베스트 코너로도 진출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만 안 팔리면 일주일 만에도 서가에서 내려와 벽에 꽂히고, 그러고도 안 팔리면 반품이 돼 출판사로 돌아온다.

플랫폼은 대형서점과 다르게 사전에 잘 팔릴 것 같은 작품만 받으려 한다.

당연히 매니지는 플랫폼의 구미에 맞는 작품을 찾고, 구미에 안 맞을 듯한 작품은 거른다. (플랫폼과 매니지의 수직계열화 이야기는 이번에는 생략하겠다. 여기서 중요한 게 아니니까.)

결과적으로 매니지를 통과하는 게 1차 관문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스포츠 전문 매니저인 제리(톰 크루즈)는 지금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재능이 잠들어 있는 미식축구 선수 로드(쿠바 쿠딩 주니어)를 알아보고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결국 제리와 로드는 대박을 친다.

이제 “그냥 연재라도 한 번 해보지 그랬어요?”라는 질문의 답을 해야겠다.

웹소설계에 있다는 친구가 다니는 회사가 ‘매니지’였다.

나는 내가 로드이기를 바랐고, 친구가 제리이기를 바랐다.

그러니 당연히 제리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게 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결론적으로 ‘지름길’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또 다른 활로를 찾아야 했다.

그건 다음 편에 계속 이야기하기로 하자.

이전 04화군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