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눈이 마주쳤지
어디 눈을 똑바로 뜨고!
날 선 나의 말에 너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갔어
엄마가 말하는데 어딜 보는 거야?
연거푸 쏟아지는 가시에 앙다문 너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어
어쩌라고.
피식 웃은 것 같기도 했고, 한숨이 끓어오른 것 같기도 했어
별거 아니었는데
아니 애초에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아
어느새 우리는 창과 방패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를 유지한 채
상처를 더 긁어내려고 그렇게 애쓰고 있는 거야
너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빈둥거리며 누워있는 너의 등이 못생겨 보였던 걸까
숙제하는 동안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너의 입술이 미웠던 걸까
어쩌면 너의 모습에서 내가 보여서
그게 그렇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내가 너의 나이쯤 됐을 때 라디오에 울려 퍼지던 광고 문구가 떠올랐어
그래, 난 엄마처럼 살기 싫었어
엄마가 싫었던 건 아니야
그냥 왠지 싫었어.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그래서 그 광고가 참 좋았어
홀로 몇 번씩 읊조리기도 해봤어.
살아보니 옛말이 틀린 게 없더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지
우리 엄마를 심은 곳에 내가 난 게 당연한 건데
난 뭐가 그렇게 못마땅했던 걸까
엄마의 가장 싫어하던 모습이 내 안에서 꿈틀대는 걸 발견하면
그게 나의 발작 버튼이 되었지
엄마처럼 살기 싫었는데
엄마를 닮아가는 그 모습이 싫었어
어쩌면 그래서일까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이 네게 보일 때
나는 한 번 더 무너져
나 심은 데 네가 나온 게 당연한데
너는 부디 나처럼 되지 않길
나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면 안 되는 걸까
알아, 그저 나의 욕심이라는 것쯤은
그래도 말이지
한 번씩은 내 말도 들어주면 좋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일단 그 노래부터 좀 꺼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