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 22. 고운 사람이 되고 싶어

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 22. 당신에게 고운 사람이 되고 싶어

by 김희경 작가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AI 네컷만화

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22. 당신에게 고운 사람이 되고 싶어


남편과 함께 살고부터 매일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매일 아침 서로 행복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매일 밤 고생했다며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다. 나는 딱히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는 편인데(이제야 강박증을 많이 내려놨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남편은 그런 나를 향해 “집에서 지내느라 고생한다.”라고 위로한다. 참 남편은 의리 있고, 사랑 많고, 내가 존경할 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사 온 후 남편과 나는 서로의 역할을 나눴다(나의 제안이었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담당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같은 자잘한 일부터 집 안의 크고 작은 문제까지 모두 내가 맡았다.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살았고, 더 어린 시절에는 농사와 축산을 업으로 하는 농장에서 무급 노동을 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에 보내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살았던 곳의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그 조건 아래 일했던 어린 나는 ‘대가 없이 헌신(노동)하는 법’을 미리 배워버린 셈이 됐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공의존(코디펜던트=돌보는 자)을 키웠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어쨌든 농업과 축산업 농장을 했던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누구보다 바깥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감당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집에 오면 온전히 쉴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남편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일도 있다. 그건 의무가 아니라, 남편의 배려와 사랑이다.


올겨울에는 아침저녁으로 씻을 때마다 추워했던 남편을 위해 욕실 온풍기를 달았다. 매년 난방 제품을 사용하다 전기세 폭탄을 맞았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소비 전력을 꼼꼼히 따져봤다. 초기 구입 자금으로 12만 원 정도 사용했지만, 소비전력이 좋대서 구입했다. 남편의 욕실 생활이 조금 더 푸근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 전기 요금은 조금 더 나오겠지만, 괜찮다.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에 살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주택이 지어진지 30년이 넘으면 반드시 배관 문제를 겪게 되고(막힘, 누수, 냄새 문제), 건물 누수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집에 이사 오면서 화재보험에 가입했는데, 30년이 넘은 주택은 누수 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참 아쉬웠다.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갈라진 자국이 보일 때면, 집주인 어르신께 말씀드려야 할지, 괜히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닐지 고민된다. 주택에 사는 건 이런저런 문제와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 아파트에서 누리지 못할 고요와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살면서 이 평온함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 집처럼 생각하며 산다. 깨지지 않도록, 부서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본다. 이 집은 시어머님의 친구분 건물이라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건물주님은 건물을 구입하실 때 사랑하는 따님 이름으로 건물을 구입하셨기 때문에 명의는 따님, 실계약은 시어머니 친구분과 했다. 매달 월세를 낼 때마다 따님의 이름을 보게 되는데, 참 부럽다.


결혼 전 시어머님이 종종 말씀하셨다.


“건물주 딸과 결혼한 친구 아들은 그 건물에서 편하게 산다더라. 용돈도 많이 주고.”


그땐 그 말이 서운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된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사람이 가진 배경과 시작점이 다르다는 걸 살면서 더 깨달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 나는 남편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오빠도 건물주 딸이랑 결혼했으면 인생이 더 편했을 텐데.”


그러면 남편은 웃으며 말한다.


“우리 여보는 하나님 딸이잖아. 모든 게 하나님 거니까, 그러니까 전부 여보 거야.”


고운 말을 하는 남편을 만나 호강한다. 살다 보면 말속에서 모든 관계가 시작되고, 어그러진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 고운 말들을 먹고 자라는(사는) 나는 정말 부유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사랑을 받으니, 나도 사랑으로 보답하고 싶어진다.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필요한 것을 살피고, 그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해지도록 마음을 쓴다. 고운 남편 덕분에 고운 사람이 되어가는 나. 참 복 받은 사람이다.


오늘은 남편이 씻기 30분 전 욕실에 온풍기를 틀어 놓았다. 바로 들어가도 따뜻하라고. 오늘 아침이 더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준비한다.


“남편~ 일어나. 아침이야~”


아침을 깨우고, 남편을 깨우는 오늘. 우리 집엔 벌써부터 따뜻한 공기가 가득하다.




참고자료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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