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당근라페가 맛있어서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요리를 할 수 있고, 요리에 흥미가 있다는 게 요즘 따라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해 먹으면 좋은 점이 많다. 직접 재료를 고르고(기왕 먹는 거 좋은 걸로), 원하는 맛으로 정성스럽게 만들 수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돈도 아끼고, 몸도 편안해지고, 무엇보다 남편을 사랑으로 돌볼 수 있어 좋다. 종종 남편이 내게 “배고프면 제일 먼저 너랑 집이 떠올라.”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최근에 당근이 할인해서 가득 구입했다. 그래서 요즘 당근을 매일 먹고 있다. 당근을 매일 먹어서 그런지 눈이 더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근이 많아져서 당근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찾아보다 당근라페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최근에 당근 라페를 처음 만들어봤다. 당근 라페의 재료들이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이라 더 좋았다. 당근라페의 가장 좋은 점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천연 식초를 아주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먹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남편이 당근을 가장 싫어하는 식재료라고 해서 그동안 일부러 구입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며칠 전 처음 식탁에 올린 당근 라페를 맛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당근 요리가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줄 몰랐어.”
그 뒤로는 매일 먹고 싶다며, 매일 만들어달라고 했다. 덕분에 당근, 올리브유, 천연 식초를 한 번에 먹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을 찾았다. 당근을 구입하면서 남편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물었다. 그랬더니 과자를 가득 사달라 부탁했다. 마침 마트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 과자를 30 봉지나 샀다. 15 봉지에 만원 행사였는데 여기에 2,000원 할인 쿠폰까지 당첨돼서 18,000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가격에 구입했다. 과자 30 봉지를 창고 서랍에 예쁘게 진열해 두었더니 보기 좋았다. 정리된 것을 보고 남편이 “편의점이 따로 없네.”라며 즐거워했다.
과자를 잔뜩 쌓아놓고도 밥을 잘 먹어서 그런지 정작 과자는 먹지 않고 있다. 결핍되면 더 먹고 싶어 진다는 말처럼, 창고에 과자와 음료를 가득 채워놓으니 오히려 잘 먹지 않게 된다. 남편 말로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단다. 사실 저녁 식사가 맛있다며 밥 두 공기를 싹싹 비워내는 덕분에 남편 배에는 과자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래서 남편은 과자를 먹을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린다. 이런 남편의 모습이 귀여워서 또 한 번 웃게 된다.
요즘 당근을 좋은 가격에 가득 사두고, 매일 만들어 먹고 있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당근을 듬뿍 살 수 있다는 것, 매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것. 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작은 일상에도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감사를 떠올릴 때마다 삶에 감사가 더 자라난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행복이 넘쳐, 이렇게 글을 남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의 기분은, 아주 오랜만에 맑음이다.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