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 25. 평온한 계절

by 김희경 작가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AI 네 컷 만화


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25. 평온한 계절


이번 달에도 30만 원 식재료 구입비에 맞춰 식탁을 차려내고 있다. 예산을 많이 사용하면 식탁 위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낭비가 생긴다(그렇다고 여기서 더 줄이면 맛과 영양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돈 절약과 건강을 같이 챙기면서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맛있고 간단한 식탁을 매일 차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엔 국산 고추장 4kg을 구입하느라 4만 원 가까이 사용했는데, 이번 달엔 쌀을 구입했더니 5만 원 돈이 훅 하고 사라졌다. 그래도 고추장이든 쌀이든 몇 달 동안(고추장은 6개월) 먹을 수 있으니 전체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괜찮은 소비라는 생각이 든다. 고추양념부터 시작해 들어간 모든 재료가 국산인 고추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외국산 재료를 사용하거나 외국산만을 사용한 고추장들보다 3–4배 가격을 더 줘야 한다. 하지만 비슷해 보여도 외국산을 먹었을 때와 국산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고추장으로 요리했을 때 소화 부분에서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다양한 식재료들을 골라 집밥을 하면서 재료가 결국 몸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걸 명확히 알아가고 있다. 몸은 늘 조용히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를 듣기 시작하니 어떤 재료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래서 국산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등 국산 식재료들을 구입하게 됐다. 보기엔 모두 비슷해 보이고, 맛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먹고 난 후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완전히 다르다.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이번 달에도 30만 원 식재료 구입비에 맞춰 식재료들을 구입했다. 현재 모든 재료들이 절반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로 식재료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구입한 재료들 안에서 다양한 요리를 생각해 만들면 된다. 계란 국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다. 보통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식단을 짜서 남편에게 보내고, 그날그날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편이다. 이렇게 구입했는데도 아직 4만 원 돈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사실 가정생활을 하면서 재정 관리를 내가 하다 보니 식재료 구입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가정생활에서 식재료 구입비 외에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정말 많아서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을 많이 경험해서인지, 지금은 가능한 한 생활에 안정과 질서를 만들고 싶다. 과거의 빈약함(빈곤함) 덕분에, 지금의 삶을 더 튼튼하게 세우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때의 불안정함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작은 비용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오늘의 생활을 위해 과거 미리 사용한 두 명 분의 대학원 학자금 대출(원금과 이자), 월세, 자동차 보험비와 주유비, 공과금(전기, 수도, 인터넷 사용비 등), 필요해서 구입한 공산품(샴푸, 비누, 세재 기타 등등), 십일조, 각자 자신만을 위한 작은 소비 등을 더하면 반드시 철저한 분석과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가 많아 몇 달 내내 아니 일 년 내내 십일조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왜냐하면 십일조를 하지 않고 그 돈을 모았다면 그 돈만 해도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매달 가계부를 작성하고 카드 소비와 소비 내역별로 분류해 점검하다 보면 줄일 수 있는 부분과 줄일 수 없는 부분이 나눠진다. 이때 십일조를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넣을지 필수 지출 부분으로 넣을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십일조를 할 때마다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또 그렇다고 손에 쥐고만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무엇이 옳은지보다, 우리 두 사람에게 어떤 균형이 건강한지 더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우리 둘 다 월급은 십일조를 제하고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주 어려운(실제 어떤지 모름) 시골 교회에 십일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가 십일조를 하지 않게 되면 목사님의 목회 생활과 교회 재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할 때가 있다(십일조가 우리 입장에선 많지만, 교회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언젠가 들었던 어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야기가 떠오른다. 처음 개척 교회를 시작할 때 몇 년 동안 성도가 한 명도 오지 않아 쌀을 사지 못해 굶기를 밥 먹듯 하셨다고 했다. 거기에 임신까지 한 아내가 너무 굶어 기도하며 우는 걸 보고 정말 마음이 아프셨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교회라서, 교회니까 누군가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돕는 마음을 쉽게 거둬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대형, 유명한 교회들과 달리 시골교회들은 처참한 생활을 하며 목회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에 한 사람이라도 십일조를 보내주면(적은 돈이라도) 쌀 한 가마니라도 살 수 있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일들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설교 말씀을 듣고 공부하던 시절부터 1천 원이든, 만원이든 꾸준히 내 소득의 10분의 1을 시골 교회에 보내게 됐다. 아주 적은 돈이지만 라면이라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그 돈을 보내면서 나도 라면을 먹던 때라, 뭐든 먹을 걸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다.


어쨌든 믿음이든, 가스라이팅을 당했든 사람들은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던가. 그런 생각으로 교회에 십일조를 보내면 교회를 통해 목사님, 목사님 가정, 나아가 성도, 그 지역 사회의 가난한 분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누군가는 그 돈으로 해외여행도 갈 수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사람마다 영역에 대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사용하면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십일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는 감사헌금이나 기타 헌금을 하지 않고 오직 십일조만 하고 있다. 그 면에서는 하나님께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다.


매달 국내산 식재료들을 구입해, 내가 할 수 있고,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들을 선정해 매일 집밥을 해 먹고 있다. 매일 집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재정적인 면에서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행복해해서 행복하다. 남편이 웃는 얼굴로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이 든단다. 집밥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를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그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내 행복이라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십일조를 하면 하나님께서 복을 많이 주신다는데, 꼭 재정적인 축복이 아니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작은 것에 감사와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풍요로움도 십일조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제는 남편이 김치를 구입해 달라 요청해 드디어 김치를 구입했다. 내일이나 모레 사이 김치가 도착할 듯하다. 모두 국산 식재료만을 사용해 만든 김치를 구입했는데, 구입하면서도 이 가격으로 재료들을 사서 직접 담글까 많이 고민했다. 요즘 김치 담그는 법 위주로 공부 중인데, 아마 가까운 시일 내부터는 집에서 국산 식재료들을 사용해 김치를 담그게 될 것 같다. 예전엔 누군가 김치를 담그러 오라고 하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통제하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으니 김치도 담그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난다. 누구에게 떠밀려할 때는 몸과 마음이 그렇게 힘들더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생긴 덕분인지 같은 일도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김치가 오면 할 수 있는 요리 개수가 최소 6개가 생긴다. 그러니 이번 달에는 더 많이 풍성하게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자, 이제 벌써 11월. 이번 달을 잘 보내고,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을 준비해야겠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이 괜히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추웠던 지난겨울들도 생각난다. 그래선지 맞이하는 겨울이 참 감사하고, 고맙다. 드디어 내게도 풍성하고 자유로운 계절이 찾아온 것 같아, 고맙다. 올해 남은 날들을 천천히, 내 속도대로 잘 살아봐야겠다. 이제 거리에도 가을이 많이 내렸으니, 가을 길도 좀 걸어보고 말이다.



<11월 식재료 구입 (30 만원 맞추기) >


쌀 20kg 54,803 (11. 2.)(20kg)

앵커버터 5,750 (11. 2.)(454g)

양송이수프 8,850 (11. 2.)(1kg)

홈플러스 53,540 (11. 3.) 과자등

당근 8,540 (11. 7.)(5kg)

홀그레인머스터드 4,480 (11. 9.)(2개)

오징어링등 33,724 (11. 9.)(손질오징어 1.4kg, 닭고기 등)

멸치액젓 3,150 (11. 10.)(500g)

귤 7,900 (11. 12.)(산지 직배송 10kg)

돼지고기 29,984 (11. 12.)(3.2kg)

김밥재료 15,950 (11. 17.)(3세트)(어제 구입)

김치 29,900 (11. 17.)(10kg(첫 가입 1만 원 할인))


-> 11월 18일 오전 기준, 총합은 256,571원.


현재 43,429원 추가 구입 할 수 있음.


참고자료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 돼지등뼈 2kg 물에 담가 3시간 이상 핏물빼주기, 끓는물에 10분 데쳐주기(이때 뼈들에 있는 조각 뼈들을 씻어주기), 물3리터, 된장 2스푼, 소주 반컵, 등뼈넣고, 뚜껑닫고, 1시간이상 삶아주기, 등뼈 육수 분리해주고 양념 넣고, 육수 절반 부어 10-15분 끓이기

양념

고추장 1스푼, 고추가루 5스푼, 멸치액젓 2스푼, 매실액 3스푼, 간마늘 1스푼, 생강청 반스푼, 간장반컵(종이컵 기준), 미림 반컵(종이컵 기준), 후추(취향껏), 통깨 2스푼

최종 끓일 때 : 대파 2대, 양파 1개, 청량고추 3개, 깻잎 10장 (감자나 고구마등 넣고싶은것 넣어주셔도 좋습니다.), 분리해둔 육수 절반 넣기












금요일 연재
이전 24화쓰는 삶을 살아갑니다 / 24. 자율성이 만들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