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오늘도 밥을 차린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비난하려는 목적이 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관계와 감정은 특정 인물을 이상화하거나 동일한 관계를 반복하도록 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삶의 구원자, 기준, 전부로 삼는 관계가 지닌 위험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기록한 개인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전적으로 저자의 주관적 경험과 성찰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다만, 이 글은 특정한 관계를 미화하거나 모범 사례로 제시하지 않으며, 독자 각자의 삶과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기를 전제하지 않습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 정서적 방임, 상실, 관계 의존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과 안전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나 과도한 감정 반응이 느껴질 경우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거나 누군가를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관계를 돌아보며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개인이 겪은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담은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누군가를 대신 살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맡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회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AI 그림
[사진서체: 네이버나눔명조체]
[AI 컷 만화]
레피시 출처 : @yolitib
재료
씻은묵은지 1/4포기, 대파 흰 부분 한 뼘 길이 (잘게 썰어 사용), 다진 마늘 한 큰술, 고춧가루 0.5t, 후추 0.5t, 소금 0.5t, 매실액 1T ~2T, 들기름 1T
조리법
위 재료를 모두 섞어 기름 두른 팬에 5분 정도 볶다가 들기름으로 마무리.
매일 우리 집은 부족한 솜씨지만 부지런한 척하는 내가 밥상을 차려낸다. 그래서 배달 음식은 한 달에 1~2번이면 많이 먹는 집에 속하게 됐다. 매일 밥상을 차려내면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맛과 취향을 관찰하고 기록해둔다. 그래야 맛있고 행복한 밥을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렇게 요리한 지도 3년이 넘어간다. 덕분에 제법 일반 가정집만큼 요리를 뚝딱 해낼 수 있게 됐다.
매일 식사를 하는데 빠질 수 없는 반찬 중 하나가 있다. 배추김치다. 남편은 배추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지난번 남편 본가에서 가득 받아온 김치를 매일같이 먹고 있다. 문제는 밥을 먹고 나면 얼굴이 터질 만큼 붉어지고 두드러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처음엔 알레르기 원인이 어딘지 찾고 또 찾았다. 조미료라고 해 봐야 소금, 설탕 같은 기본 재료라서 원인이 무엇인지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 알레르기 원인이 김치라는 걸 알게 됐다. 얼마나 심각하게 알레르기가 돋던지 약을 먹고 한참 동안 냉찜질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도 많이 했다. 다행인 건 아주 오랫동안 음식 알레르기를 관리해 온 경험이 있어서 남편의 알레르기에 비교적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음식 알레르기가 많다. 거기에 더해 사람 알레르기도 있다.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 곁에 있으면 뭘 먹어도 체하고, 두드러기와 가려움,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덕분에 음식처럼 사람도 가려 만난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알게 된 건데,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이 몸에 신호로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머리로 판단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밥을 먹을 때마다 알레르기가 돋는 남편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남편은 나와 달리 음식 알레르기가 전혀 없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원인을 찾다 결국 김치가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반찬을 하나씩 덜어내고, 양념을 하나씩 바꿔가며 확인했다. 본가에서 맛있게 김치를 담그셨다며 비싼 생굴을 가득 넣었는데, 그 굴이 하필 남편에게 강한 알레르기를 일으켰다. 덕분에 앞으로 남편은 생굴이든 굴이든 조심해야 한다는 분명한 기준을 갖게 됐다. 찾아내지 못했으면 어디서든 이유도 모른 채 아플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그 점만큼은 다행이라고 느꼈다.
생굴이 원인이라는 판단이 서고 나서 혹시 몰라 김치를 씻어보기도 하고, 그대로 익혀보기도 했다. 다행히 단순히 균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득 가져온 김치를 모두 버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김치를 맛있게 익혀 먹기 위해 조리법을 찾아보고, 가장 입에 맞는 방법을 저장해 뒀다. 남편이 정말 맛있다고 말해줄 때마다 그 과정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재료 중 하나가 매실액인데, 올여름에는 매실액을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가능하면 좋은 재료를 남편에게 먹이고 싶어서다. 물론 너무 먹고 싶어 해서 그냥 먹이는 음식들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만두라든지, 이미 조리되어 나온 튀김류 같은 것들이다. 인간이 항상 매일 좋은 음식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가끔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더 짙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화력이 떨어지고, 인생에는 재미보다 견뎌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시기들. 사람에게 음식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적어도 먹는 순간만큼은 힘든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리한다.
매일 함께 식탁에 앉는 사람이 남편이라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의 삶에 남편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의 하루를 떠받치는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밥상을 차린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맛있는 걸 준비할지,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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