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그만하기

by 정은길
그림4.JPG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한다고 삶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국어 시험에서 아깝게 틀린 문제가 있었다. 영국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시와 관련해 틀린 것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제였다. 그런데 보기 중에 ‘이 시의 작가는 윌리엄 워스워즈다’라는 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작가의 이름이 이상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시인의 이름은 ‘윌리엄 워즈워스’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 보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문제로 내지는 않았겠지 싶었다. 설마 철자 순서를 바꿔놓는 1차원적인 문제 따위를 냈을까. 내가 아는 국어 선생님은 좀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냈을 거라 기대했다. 설마 했던 내 생각은 현실에선 ‘땡’이었다. 국어 선생님은 작가의 이름을 살짝 변형한 문제를 낸 게 맞았다. 세상에! 선생님은 학생들이 작가의 이름을 달달 외우길 원했던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걸 알면서도 틀렸단 말이야?’, ‘난 항상 고민하다가 시험 문제를 틀린다니까!’ 이런 생각들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문제를 낸 선생님에게 실망했을 뿐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자기 잘못이 아닌 일에 스스로를 탓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가 쓴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 이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요즘 시대를 사는 흙수저 청년들이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현실을 오롯이 자기 탓으로 돌리곤 한다는 것이다. 잘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가 좌절하는 순간을 경험하며 ‘내가 흙수저로 태어난 것이 잘못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을 한민 교수는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내가 당한 피해를 인정할 수 없을 때 그 피해를 입힌 대상을 원망해보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그 원망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누군가 네 잘못을 지적한다 해도 처음부터 무조건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마. 오히려 그 사람이 잘못한 걸 수 있으니까!” 백 번 천 번 맞는 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내게 조언이나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스스로를 탓하는 게 편해서, 익숙해져서인 것은 아닌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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