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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n 22. 2017

봉주르 퀘벡

Quebec prieview trip



여행은 걸어 다니는 책 읽기요, 누군가의 하루를 살아보는 일이다.

여행은 스스로 쓰는 소설이요, 내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여행은 어디론가 떠나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여행은 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며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시간이다.


중국 명말 청초의 사상가 고염무가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讀書萬卷 行萬里路"(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다녀라).

세상이 바뀌어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보다, 듣다, 맡다, 맛보다, 느끼다의 

시(視)•청(聽)•후(嗅)•미(味)•촉(觸), 

어느 한 가지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 당연함으로 여기는 건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이 다섯 가지 중 네 가지를 포기하고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보다'를 택할 것이다.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희열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여행 후 글을 쓰는 이유는 기억을 저장하는 의미가 큰데 본 것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지나간 시공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으로써의 기록이다. 

사진 역시 '봄'이다. 

낡은 벽과 녹슨 철문, 비가 내리는 모습이나 하늘의 별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그런 사진을 즐겨 찍는다. 

무생물이지만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 

그들이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며 남긴 흔적, 

그 낡음 속에서 어떤 생명의 힘을 보곤 한다. 

그동안 그 곁을 스쳐갔을 무수한 사람들과 비와 태양, 

밤과 바람 사이에 서 있었을 그 사물의 시간, 

그리고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내 시각이 고맙다.



여행지에서는 잠이 들 때 보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이 더 낯 설 때가 있다. 

그 낯섦이 기분 좋다. 

낯 선 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시간에 대한 설렘이나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 같은 이유들일 거다. 

퀘벡으로 가는 아침도 그럴 것이다.

동행이 없기에 묵언 수행하는 사람처럼 좀처럼 입을 여는 일이 드문 대신, 내 안의 나에게 말 거는 시간이 늘어날 터다. 

그러므로 생각이라는 친구와 부쩍 가까워지고 있음을 흐뭇해할 거다. 


몬트리올 역
퀘벡 역


  기차를 타면 기차가 달리는 게 아니라 풍경이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어릴 때 맨 처음 기차를 탔을 때처럼 나무가 지나가고 집이 지나가고 구름이 지나가고, 그들 곁을 내가 지나가리라.

곡식이나 열매가 매달려있는 밭이거나 빈 들판을 힘 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잘도 지나갈 터다.     

몬트리올에서 퀘벡까지 3시간 20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여행 때마다 고민 고민하며 골라간 책은 배낭에서 나오지 못하고 밤낮으로 잠만 자는 날이 여럿 있으리라 예감한다.    


  

퀘벡은 캅 디아망이라는 벼랑 주변에 만들어진 도시이다. 

높은 지역은 어퍼 타운, 낮은 지역은 로어 타운으로 부르는데 로어 타운은 강변의 항구까지 포함한다. 

어퍼 타운에 위치한 올드 타운은 아기자기한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다름 광장의 중심에는 구 시가지의 상징인 호텔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토낙이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총독 이름을 따서 붙였는데 중세 영화 속에 보던 고성을 닮았다. 

올드 타운의 좁은 골목들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창이 저마다 내 눈길을 채가느라 바쁠 것을 짐작한다. 

허기도 잊은 채, 목에 걸린 카메라의 무게도 잊은 채, 도깨비에 홀린 듯 걷게 될 곳, 

봉주르~~ 퀘벡!  

   

old Quebec
호텔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토낙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하는 골목은 움직이는 아틀리에라 할 수 있다. 

트레조르 화가의 거리라 불리는 그곳에는 개성 넘치는 그림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행복이다. 

잘 하는 게 있다는 건 더 기분 좋은 일이다. 

좋아하면 잘하게 되고, 잘 하면 좋아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제보다 아름다운 그림은 없다. 



호텔 옆으로 난 산책로의 이름은 테라스 뒤프랭,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강 앞에 있는 브륄의 테라스가 생각난다. 

테라스 뒤프랭은 퀘벡의 세인트 로렌스 강변에 700m가량 마루를 깔아놓은 산책로이다.

그곳에 서면 오를레앙 섬의 전경이 오롯이 보인다. 

퀘벡은 인디언 말로 강이 좁아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건너편 기슭에 강폭이 좁아지는 걸 볼 수 있다. 

테라스 끝까지 걸어간 후 계단을 오르면 총독의 산책로로 이어진다. 


테라스 뒤프랭


성벽 안쪽의 어퍼 타운과 로어 타운은 푸니쿨라가 연결하지만 걸어서 돌아보리라. 

쁘띠 샹플랭이라는 이름처럼 작고 아기자기한 요것조것이 발걸음을 시속 100미터로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서로 600m, 남북으로 약 1km의 구 시가지를 돌아보는데 서두를 이유가 없다. 

카페와 갖가지 상점들에는 아기들이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를 닮은 작은 꽃들이 다투듯 피어있고 조곤조곤 담소를 나누며 느릿느릿 길을 걷는 노부부의 미소도 보일 것이다. 



루아얄 광장은 로어 타운의 명소이다. 

아바타 시옹을 건설했던 샹플랭 저택의 정원이었다고 한다. 

루아얄 광장 한쪽에는 프랑스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이 화려한 내부를 자랑한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 그려진 대형 벽화들을 볼 수 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크루즈를 타고 잠시 쉬어갈 참이다.

루아얄 광장의 슈이나르 부두에서 크루즈를 타면 오를레앙 섬과 몽모랑시 폭포, 샤토 프롱트낙의 모습을 바라보며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오를레앙 섬에 잠깐 들러 돌을 자연석을 회반죽으로 붙여 만든 집, 빨갛고 노란 칠이 된 농가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농장에서 메이플 시럽 한 두병 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도로변 노점에서 팔고 있을 베리나 포도를 사서 입 안 가득 달콤한 과즙을 한 움큼 담고 세상 편한 산책을 할 것이다.  

그렇게 72시간 퀘벡에서 지내는 동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어 또 다른 나를 만날 것이다.   
사랑은 이유가 없다.

내가 퀘벡에 가는 것 또한 이유가 없다.

퀘벡, 그냥 그곳에 가고 싶었다.

Au revoir Quebec~~


I have no reasons.

*이 글은 여행을 앞두고 쓴 글이므로 사진의 출처는 Goog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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