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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n 19. 2017

48 Hours in Montreal

몬트리올 preview trip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점심엔 뭐 먹지?

내일 친구랑 어디서 만날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다른 결정을 내린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될 상대방의 외모나 성격, 음식의 종류, 옷이나 구두의 스타일과 컬러 등,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 또한 무의식 중에 형성되어 있다.

그건 바로 취향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빨강 노랑처럼 원색을 좋아하는 사람과 무채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취향에 우열이나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 취향은 단순히 그 사람의 기호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취향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지적 능력이나 문화, 예술 작품을 판단하고 향유하는 감수성이나 안목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 바라볼 때 고급 취향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고상한 생활양식, 예술을 즐기는 감수성과 훌륭한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수 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어디선가 저절로 들려오는 무의식적인 청취 말고는 스스로 택하여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벼락부자가 되었다. 뭔가 고상하고 품위 있는 삶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고급 리스닝 룸을 마련하고 최고의 오디오와 스피커를 들인 다음 푹신한 카우치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세계 최고의 명연을 듣는다. 하지만 그 음악은 단박에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음악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그림도 마찬 가지이다. 예술에 대한 안목이라는 게 단시간에 훈련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예술 문화적인 방향으로서의 취향이 형성되려면 오랜 세월 동안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훈련되어야 한다. 명품 옷을 걸치고 값 비싼 보석을 휘감고 있어도 원가 모르게 풍기는 멋이 저급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낡고 빛바랜 코트를 걸쳤어도 뭔가 품위 있고 고상한 아우라가 풍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학식이나 직업을 전혀 모른다 해도 '저 사람은 아마도~' 하는 추측은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 그건 바로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고상한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몸에 배어든 사람 만이 가질 수 있는 지성미가 아닐까 한다.


  

  여행 또한 취향이다. 유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동남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실크로드나 아프리카처럼 광활한 대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쇼핑이 목적인 사람도 있다. 럭셔리한 숙소 대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 가방을 꾸리는 스타일 또한 다르다. 하지만 그 어떤 쪽도 옳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타인의 취향을 내 기준에 맞추어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생 도시에서는 깊이 있는 멋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오래된 것, 낡은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 역시 올드 시티와 올드 타운을 기준으로 한다.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듯 도시의 고풍스러움 또한 단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뭔가를 보기 위한 목적은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예쁘고 앙증맞은 간판을 올려다보거나 아름다운 벽과 창에 시선을 던지며 색다른 그 무엇을 즐기는 맘 하나면 충분하다.      


  캘거리 공항에 렌터카를 반납한 후 비행기로 몬트리올에 도착하는 시각은 새벽 1시, 혹시나 하는 맘으로 공항까지 픽업하러 와줄 수 있는지 내가 머물 숙소의 호스트인 파울리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미안하지만 자동차가 없어서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캐나다는 안전한 나라니까 밤늦은 시각이더라도 택시를 타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안심하라고 덧붙였다. 원래 걱정을 잘 안 하는 성격이지만 살짝 긴장된다.         


몬트리올 공항

   

   몬트리올의 주택에서 철재 계단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지낼 숙소 역시 다르니 않다. 외부에서 2, 3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비상용인가 싶었는데, 각 층을 출입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한다. 100년 전부터 있어 왔던 몬트리올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으로 건물주가 주로 위층을 쓰고 아래층은 대부분 임대를 준다. 처음엔 내부 공간을 더 확보하고 난방비를 절약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몬트리올 커뮤니티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여름이 오면 몬트리올 사람들은 현관 앞 계단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눈다. 하지만 긴 겨울 동안 매일같이 꽁꽁 얼어붙는 계단을 청소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들의 계단 사랑은 지극하다. 최근에 지어지는 현대적인 콘도미니엄에도 계단을 설치하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몬트리올은 퀘벡(Quebec) 주에 있는 도시이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 또는 ‘캐나다의 파리’라고 불리는 몬트리올은 시민의 약 60%가 프랑스어를, 약 20%가 영어를 사용한다.  1535년 프랑스인 자크 카르티에가 발견하여 프랑스인이 정착한 뒤부터 100여 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8세기 후반에 영국령이 되었다. 지금도 영국과 프랑스 양계열의 문화가 접촉하고 있으나 영국 문화에 밀려 프랑스적 색채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233m밖에 되지 않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 로열(Mount Royal)에서 변형되어 만들어진 이름이 몬트리올이고 프랑스어로는 몽레알이라고 부른다. 프랑스계 주민이 많이 사는 몽레알산 동쪽의 시가지는 포석이 깔린 예스런 거리와 많은 성당들이 역사적 전통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 도시에는 프랑스계 레스토랑과 극장이 많아서 ‘북아메리카의 파리’라 일컬어진다. 1844에서 1849년까지는 캐나다의 수도이기도 했다.


   도심의 중앙을 가르는 생 로랑 대로(Blvd. St. Laurent)를 기준으로 서쪽은 영국계, 동쪽은 프랑스계로 나뉜다. 영국 문화가 지배적인 다운타운은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그에 반해 올드 몬트리올의 라탱 지구(Quartier Latin)는 프랑스의 고색창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드 시티에는 몬트리올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재미있는 청동상이 있다. 하나는 영국 견 퍼그를 품에 안은 훤칠한 영국 신사가 프렌치 캐나디안을 상징하는 노트르담 성당을 거만하게 바라보는 동상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 푸들을 품에 안고 샤넬 스타일의 투피스를 입은 프랑스 여성이 영국의 힘을 상징하는 몬트리올 은행 본사를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상이다. 두 동상은 6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들의 품에 안긴 퍼그와 푸들은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표정으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몬트리올은 북미에서 학생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미국의 보스턴과 1, 2위를 놓고 다투는데 몬트리올 인구 200만 명의 15%가 학생이다. 인구의 10%가 대학생인 에스토니아의 타르투나 스웨덴의 웁살라보다 학생 수가 더 많은 도시라 영 시티(young city), 또는 스튜던트 도시(student city)라고 불린다. 하지만 고즈넉한 역사가 느껴지던 타르투나 웁살라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고 생동감이 넘친다.



   캐나다 대부분이 그렇지만 몬트리올의 겨울 또한 길다. 1년 중 다섯 달은 도시 전체가 꽁꽁 얼 정도로 춥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1960년부터 지하 도시(under ground city)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쇼핑센터의 1,000여 개 상점과 80여 개 오피스 빌딩, 호텔, 대학교, 아트센터, 아파트먼트 등이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역이 10개, 출입구 수는 150개가 넘는다. 덕분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겨울에도 실내로 통행하며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몬트리올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여전히 확장 중이며 도시 설립 375주년을 기념하는 올해는 미술관 모두를 지하로 연결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underground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가 몬트리올에 도착하는 전 날, MSO의 시즌 오프 공연이었다. 바캉스 시즌과 맞물린 여름 여행에서는 좀처럼 음악회를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몬트리올 미술관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는데 구관에는 캐나다의 미술 전반을 엿볼 수 있는 판화, 조각, 회화 작품과 더불어 고대 예술, 유럽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상시 전시된다. 신관에는 주로 기획전이 열리는데 달리, 피카소, 르누아르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하니 들러볼 참이다.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몬트리올 노트르담 성당


  몬트리올의 중심 언덕에 조성된 몽 레알 파크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프레드릭로 옴스테드 (Frederick Law Olmsted)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길고 긴 겨우내 그리위했던 햇빛을 받으며 오수를 즐기거나 책을 읽고 집에서 준비해온 런치 박스를 풀어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체로 걸러낸 듯한 공기와 아기 웃음소리 같은 햇빛, 신부의 면사포 같은 하늘이 아름다운 공원 몽 레알의  사람들사이에 내가 있을 것이다.


몽 레알 파크
올드 몬트리올
올드 몬트리올
생 카트린 거리

  1,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박해를 피해 북미로 이주했던 유대인들이 만들기 시작한 베이글은 뉴욕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뉴욕 못지않게 이름값 하는 곳이 몬트리올이다. 60년 전통의 생 비아토 베이글(St-Viateur bagle) 매장에 가면 반죽에서부터 구워지는 과정까지 다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아 흥미롭다. 플레인, 통 밀, 쎄사미, 건포도 시나몬, 아마씨, 양귀비 씨앗 등의 종류가 있다. 베이글의 크기가 다른 곳보다 작은데 반해 구멍은 더 커서 빵의 밀도가 높다. 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만든 후 벌꿀로 간을 한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다음 오븐에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다.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에 커피 한 잔이면 오후 내내 발걸음에 힘이 짱짱할 듯하다.

  

생 비아토(St-Viateur bagle)베이글 샌드위치
몬트리올 여행지도
생폴 거리
몬트리올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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