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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Feb 13. 2019

기도하는 도시, 천국의 계단

2. 브라가




여행에 앞서 포르투갈 관련 책을 볼 때였습니다.

항공권을 예약한 후 제일 먼저 할 일이 여행할 도시를 정하는 것이지요.

눈을 끄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봉 제수스 두 몬트'

그것은 브라가에 있는 성당 이름입니다.

브라가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종교적 수도입니다.

고대 로마 도시였던 이름 브라카라 아우구스타에서 따온 이름이더군요.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상 벤투 역에서 약 1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브라가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갑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브라가에는 약 70여 개의 성당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봉 제수스 두 몬트는 산에 있는 예수라는 뜻이더군요.

오감 삼덕의 계단이라 불리는 116m의 계단은 양쪽에 지그재그로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계단 참 마다 눈이나 입, 코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분수가 있는데 사람의 오감인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을 청결히 하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계단을 오르는 일이 만만찮지 않을 듯하여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서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그곳 푸니쿨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력 푸니쿨라로 객차의 물탱크를 가득 채워 그 무게에 의해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가게 됩니다. 그때 레일 아래에 깔린 장치에 연결된 산 아래의 객차를 끌어올리게 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두 대의 푸니쿨라가 동시에 오르고 내려옵니다.

많은 성당을 보았지만 이 특이한 구조의 계단은 아름답다 라는 말로는 부족했습니다.


                         

봉 제수스 두 몬트, 각 층의 중앙에 보이는 대리석에서 오감 삼덕을 나타내는 물이 나온다.
푸니쿨라
파이프 오르간


성당 앞에 영화에서나 볼법한 오래된 카메라가 놓여 있었습니다.

전시용인지 정말 작동이 되는 사진기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액자에 흑백 사진이 들어있었는데 아마도 옛날 느낌이 나는 레트로풍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아닐까 짐작해보았습니다. 돈을 주고 한 장 찍어도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남네요.




푸니쿨라는 직선으로 오르는 거라 100m도 채 안되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성당 계단을 내려와서도 산을 한 바퀴 휘돌아와야만 했지요. 기온이 얼마나 높은지 겉옷을 하나 벗었어도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브라가의 올드 타운에 내려 음식점을 찾아갔습니다.

2013년부터 미슐랭 가이드로 선정된 레스토랑이지요.

음식점은 아담하고 소박했으며 값도 여느 음식점과 다르지 않게 저렴했습니다.

미슐랭이라는 기대감이 너무 컸을까요? 음식 맛은 평이했으니까요.

 


포르투에서 느낀 게 '사람들 키가 참 작다' 였습니다.

그런데 브라가 사람들은 더 작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거의 150cm, 젊은이도 160cm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셋의 키가 173, 169, 166으로 큰 편이긴 하지만 좀 의아했지요.

친구가 말합니다.

동로마 제국 때 만들어진 도시니까 아마도 조상들이 이탈리아인이라 그런 게 아니겠냐고요.

그럴 법도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밟아봤으니 오늘 밤도 편안하리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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