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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Feb 25. 2019

포르투갈의 어머니

14. 기마랑이스




디노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Good Morning,
Dear SK and friends,

Did you and rest well? Is everything working well?
We wish you enjoy well your stay in Porto. 

Would you like to know the coast and the neighboring towns of Vila do Conde and Póvoa de Varzim to the North and near the Porto? 
Ines and I, tomorrow, Friday, after lunch, 3:00 p.m., we have our free schedule, and we will be very glad to do this trip with you if it is your will and don't damage your plans. :)

About your gifts, life is made up of simple things -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kindness. :)

Any support or information we keep in touch.
Have a good day
Warm regards
Dino & Ines Vilar


금요일 오후에 스케줄이 없으면 그들 부부와 근교의  Vila do Conde and Póvoa de Varzim에 함께 가자는 제안이었지요.

호스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흥미로운 일이지요.

그동안 그런 제안을 받아본 적도 없고요,

하지만 우리는 기마랑이스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그 일정을 취소하고 그들과 함께해도 상관은 없었지요.

그런데 왠지 부담스러웠어요.

꼼꼼하고 치밀한 그의 성격을 이미 짐작했으니까요.

고맙지만 다른 스케줄이 있다고 정중히 답장을 했습니다.


기마랑이스는 상 벤투 역에서 기차로 1시간쯤 걸리는 곳입니다.

포르투 철도청은 2개월 전부터 예매를 할 수 있는데요.

미리 예매하며 1등석을 2등석보다 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도시를 이동할 때 모두 1등석을 이용했지요.

물안개가 꿈처럼 피어오른 강을 건너는 겨울 풍경이 흑백사진 같았습니다. 








이슬람의 지배에서 벗어난 포르투갈의 첫 수도가 기마랑이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포르투갈의 발상지, 또는 건국의 도시라고 부른다고 해요.

오래된 성벽에 "포르투갈은 여기서 탄생했다(AQUI NASCEU PORTUGAL)"라는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발길 닿는 대로 걷습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한가롭습니다.

나무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심어 만든 직사각형의 정원이 나타났습니다.

지도를 보니 브라질 헤푸블리카 광장이군요.

그 끝에 구알테르 성당이 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도시의 느낌이 고상하고 품위가 있습니다.

집들이 비교적 크고 비어있어 을씨년스러운 곳이 눈에 띄지 않았지요.

건국 도시답습니다.


 


 



 



포르투갈의 암바 장군은 수비에 족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왕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그때 상대방 진영에서 그를 왕으로 추대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암바는 올리브 나무 옆에 창을 꽂으며 그 창에서 싹이 나서 나무가 자라나지 않는 한 왕이 되지 않겠다고 충성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올리베이라 광장 옆에 아치형으로 감싼 십자가가 있는데 그게 바로 그 자리입니다.

광장 옆에는 성모 성당이 있습니다.

초록색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어요.

이네스가 만들어준 케이크와 커피는 그야말로 엑설런트였지요.

태양광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선글라스가 없었더라면 눈도 못뜰 지경입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달콤한 시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행복합니다.

일본 단체 관광객이 차분하게 가이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그룹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어디서나 행동이 조심스럽고 조용조용 말하는 게 인상적이지요.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배워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올리브 나무 옆 암마가 창을 꽂은 자리(중앙에 십자가가 있다)
성모 성당 파이프 오르간
올리베이라 광장
현재는 아케이드와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구 시청 관저




광장을 지나 골목을 쭉 따라가니 또 다른 동네가 나옵니다.

분수가 있고 비교적 규모가 큰 집들이 늘어서 있는 평화로운 주택가였어요.

방금 비질을 한 듯 길거리가 아주 깨끗합니다.








그 끝에 브라간사 공작의 저택이 있습니다.

규모가 무척 커서 기마랑이스 성인 줄 알았습니다.

브라간사는 포르투갈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공작입니다.

정교한 태피스트리, 도자기, 가구 등이 인상적입니다.

천장의 구조가 특이해서 자세히 보니 배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1959년부터 대통령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하다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군요.

샹들리에와 연회장, 그리고 작은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운 저택입니다.














저택을 나오니 출출합니다.

벌써 2시가 넘었어요.

깔끔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친절하나 좀 수줍은듯한 청년이 주문을 받으러 왔습니다.

메인 요리에 어떤 종류의 고기가 있느냐고 물으니

바칼라우, 치킨, 비프, 포크 등이 있다고 합니다.

치킨을 주문했지요.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치킨이 모두 팔려서 없다고 합니다.

잠깐 착각해서 잘못 말했다고 미안하다며 본인이 영어를 잘 못한다고요.

음식은 그럭저럭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디저트로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니 브레이크 타임이라 문을 닫더군요.

겨울이라 해가 일찍 떨어지니까 동 루이스 다리 너머로 벌써 노을이 붉습니다.

기마랑이스는 참한 도령 같은 도시였습니다.








기마랑이스 역
동루이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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