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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l 27. 2022

4. '현기증 3 총사' 맞네요

에기솅




알자스의 숙소를 꼴마르로 정하고 인근 빌리지 세 곳을 가보기로 한 건 구글의 이미지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블로그의 정보를 참고하지 않은 이유는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궁금한 점을 찾아보곤 한다.

그때 우연히 이 제목을 발견했다.

'현기증 3총사'

작가는 내가 선정한 세 빌리지를 현기증 3총사라 표현했다.

그 말은 절묘했다.

심도 있는 글의 내용과 맛깔난 표현 등이 맘에 쏙 들었다.

진심으로 그 작가의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린다.

앞서 본 히보빌레나 리퀘위르도 예뻤지만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곳이 에기솅이다.

이른 아침 좁은 골목 사이로 파고드는 한줄기 햇살들은 잘 벼려진 칼날처럼 빛났다.

경쟁하듯 가꿔논 꽃송이들과 수 백년을 버텨온 시간이 빚어낸 오래된 집들은 뭔가 모를 푸근함이 느껴졌다.  

전복 모양의 골목길은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달팽이처럼 더뎠다.



 

주차장 옆 마을 안내도
달팽이 같은 에귀솅
집과 집의 틈새로 파고든 햇살
아름다운 덧창 너머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그릇이 사랑스럽다.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더 빛나는 마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함의 아름다움
자연이 만들어 낸 회화


'어떡하지? 여기가 너무 좋아, 벗어날 수가 없네.'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지만 한계가 있다.

한정된 프레임 속에 갇힌 오직 모양과 색깔 뿐이다.

그 시간속의 분위기와 느낌을 담을 수 없다.

하지만 기억의 한계를 알기에 연신 셔터를 누른다.


유럽의 중세 시대 올드 타운들을 수 없이 다녔다.

그러나 비슷한 곳은 하나도 없다.

나름의 특징이 다 있기 마련이다.

에기솅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약 1500여 명, 1년에 이곳을 찾는 이의 수는 약 80만 명이라고 하니 이미 유명세를 탄 곳이다.

부지런히 가꾸고 새로 칠하고 정돈한 소박한 정성이 곳곳에 묻어났다.

이른 아침이라 골목은 조용했다.

집안에는 고소한 빵 내음과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하리라.

혹시나 달그닥거리는 그릇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말없이 골목을 걸으며 그들의 일상을 오버랩시켰다.   



 

빈티지해서 아름다운 벽
레터링과 창과 꽃의 조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



독일은 1차 대전의 패배로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 알자스를 프랑스에 빼앗겼었다.

2차 대전이 시작되고 히틀러의 최대 숙적이던 프랑스의 알자스는 6주 만에 독일 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스트라스부르와 뮐루즈 등이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알자스 지방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알자스는 독일과 프랑스 양국의 문화와 언어 음식 등이 어우러지며 독특하고 매력 있는 지역으로 남게 된 것이다.

  

에기솅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마치 마을 전체를 한 사람이 디자인한 듯 정돈되고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유럽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축물과 그들이 갖고 있는 색채 때문이다.

낡았지만 추하지 않게 보수하고 칠하고, 은은한 파스텔 색조의 조화가 눈을 편하게 하면서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예쁜 쿠키와 캔디로 만들어진 과자나라 같기도 하다.


첫인상은 두 번째와 다르다.

계절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공기와 기온이 달라서, 또는 시간이나 기분, 냄새 같은 것들로 인해 감회는 달라진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첫인상을 잊지 못한다.

그 후 3번을 더 갔지만 갈 때마다 달랐다.

물론 첫 번째가 최고다.

어디든 그렇다.

에기솅은 한 번으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 좋은 첫느낌, 그것으로 충분하다.



렌트할 집을 소개하는 알림판
15세기에 만들어진 분수대와 콘스탄틴 대제 동상
창에 하트 표시가 있으면 결혼 할 딸이 있다는 뜻이고 다이아몬드 표시는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소망을 의미



'우리도 젊은 친구들처럼 점프샷 한 번 해볼까?'


나의 제안에 친구들은 흔쾌히


'좋아'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해, 내가 하나 둘 셋 할 테니 셋에 점프하는 거야'


해병대 교관처럼 빠르고 강렬하게 소리쳤다.


'하나, 둘, 셋!'

셔터를 눌렀다. 

친구들은 파란 하늘의 구름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평균 나이 62세의 점프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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