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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Aug 09. 2022

16. 여기 프랑스 맞아?

Le havre





"르 아브르의 의사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뜬 것은 제롬이 십 대 초반일 때였다. 제롬의 어머니는 병약한 아들이 좀 더 좋은 교육을 받길 원했기에, 르 아브르를 떠나 파리 뤽상부르 인근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여름마다 우리는 이곳, 르 아브르로 놀러오곤했다."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 1869년 ~1951년)의  <좁은 문>(프랑스어: La Porte Étroite)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르 아브르'라는 이름은 그저 그냥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단어에 불과했지요.

그곳이 어딘지 당연히 몰랐지만 궁금해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 게 또 있습니다.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명성을 얻게 만들어준 오페라 <마농 레스코>에도 '르 아브르'가 등장합니다.

'투옥 - 르 아브르로 가는 여정' 은 마농레스코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

여주인공 마농이 체포되어 '르 아브르'로 이송되는 과정을 그린 이 간주곡은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마농의 사랑과 회한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지요.


'Le Havre'에서 Havre는 노르만어로 '항구'라는 뜻입니다.

그 '르 아브르'로 갑니다.



France map
Normandy map




이제 파리를 떠나 15일 동안 노르망디 해안에 있는 에트르타, 옹플뢰르, 도빌, 트루빌, 몽 생 미셸, 생 말로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첫 번 째 숙소를 르 아브르에 정한 이유는 다름 아닌 렌터카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에트르타에 집을 구하려고 했었지요.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코끼리 바위 절벽이 있는 해변을 바라보며 잠에서 깨고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수에 젖는 낭만적인 며칠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작은 해변 마을 에트르타에는 렌터카 영업소가 없었습니다.


파리 생 라자르 역을 출발한 기차는 2시간 20분 만에 르 아브르 역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1층 하버 뷰(유럽의 1층은 우리의 2층),

두 친구의 양보와 배려로 나는 발코니가 있는 방을 쓰기로 했습니다.

발코니로 바로 연결되는 문을 열고 나가니 길 건너편 바다에 커다란 크루즈가 정박해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르 아브르에는 하루에도 2~3척의 크루즈가 드나드는 큰 항구이다



여행을 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지도를 찾아보게 되지요.

그 도시와 관련된 예술가들의 생애와 흔적을 좇다 보면 '이 사람이 죽었을 즈음에 이 사람이 태어났구나' 하는 시대적 비교도 하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도를 보면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도 노르망디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르 아브르는 모네를 비롯하여 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찾던 곳입니다.

 

우리 셋은 물과 먹거리도 사야하고 주변도 파악할 겸 항구 쪽으로 나갔습니다.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늘이 그냥 그대로 모네의 그림입니다.


'모네의 구름이 하늘에 걸려있어'


여행 중에는 평소보다 하늘을 자주 보게 됩니다.

본다기보다 저절로 보인다는 말이  적절하겠네요.

고층 빌딩과 산이 비교적 적은 유럽은 그렇습니다.

하늘과 맞닿아있는 먼바다에 뭉게구름이 수없이 겹쳐 있었습니다.

'인상파'라는 명칭을 탄생시킨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Impression, Soleil Levant)>가 그곳에서 그려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그 하늘의 구름을 보니 너무 와닿았습니다.




르 아브르 항구의 두터운 구름 (2022.5.24 스마트폰 촬영)



최근 미국의 한 교수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1872년 11월 13일 오전 7시 35분,

르 아브르 항구의 한 호텔에서 그린 작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모네는 지금은 유명해진 해돋이 그림의 제목을 선정하게 된 사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풍경화는 단지 인상일 뿐이고, 순간적인 것일 뿐이기에 인상주의라는 용어가 유래했다. 알다시피 나 때문에 우리에게 붙게 된 꼬리표이기도 하지만, 나는 르아브르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안갯속의 태양을 그리고, 배의 돛대들을 전경에 그려 넣은 그림을 보냈다. 그림의 제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르아브르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담을 수 없었기에 "<인상>이라고 적으시오"라고 말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클로드 모네는 파리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르아브르로 이사하여 유년기를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서 보냈지요.

르아브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그가 후일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날씨가 바다와 육지에 미치는 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지방의 화가 외젠 부댕을 만난 것은 모네가 위대한 화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이 되어준 셈입니다. 부댕은 실내의 화실이 아닌 밖에 나가 빛을 관찰하며 그리는 회화의 개념을 소개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노르망디 여행에서의 최대 수확은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부댕의 그림을 실컷 볼 수 있었음입니다.



모네 <해돋이, 인상> 1872, 르 아브르



'여기 프랑스 맞아?'

'하늘은 딱 <나는 모네다>하는데 주변 풍경이 전혀 프랑스 같지 않아'

 

프랑스라면 어디서든 100년이 넘는 건축물은 기본이고 중세시대의 건축물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도무지 그런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현대식 아파트들이 똑같은 모양과 사이즈로 줄지어 있고 멀리 방파제와 삭막한 공장들이 보였지요.

장식적인 것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기능성을 강조한 간소화된 직선 건축물들이 다소 차갑고 지루한 느낌이 들더군요.

역에서 숙소로 오면서 본 풍경도 마찬가지였고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곳은 숙소만 있을뿐 사실상 매일 인근 지역으로 나갈 예정이었지만요.

 

그 단조로운 풍경 을 깨는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색동저고리 같은 컬러니까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컨테이너를 기묘하게 연결해서 만든 작품이었어요.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나 추락하면 안 되니까 가까이 가지 말자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조물의 제목은 '카텐 드 컨테이너스(Catène de containers)'

빈센트 개니베트(Vincent Ganivet)라는 작가가 2017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르 아브르 도시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높이가 무려 30m니까 아파트 10층 높이입니다.

38개의 컨테이너를 이어서 두 개의 아치형 통로를 만들었는데 조립 공정에서 접착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대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를 땅에 부어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하게 했다고 합니다.



 

'카텐 드 컨테이너스(Catène de containers)'


500년 역사를 기념하는 문화 축제의 하나로 아브르의 여름(Summer in Havre)이라는 프로젝트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화제가 된 프로젝트 중 하나가 해변가의 캬반느(해변에 설치된 개인 캐비닛)인데요.

네덜란드 그래픽 아티스트인 카렐 마르텐스(KAREL MARTENS)가 캬반느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어 열 가지의 알록달록한 컬러를 입혔답니다.

마치 컬러 띠를 두른 듯한 캬반느들이 여러 개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경쾌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고 도시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효과가 있더군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참여하지 않았던 캬반느 주인들이 뒤늦게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문의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해안 도시, 코스타 노바에 갔을 때 보았던 줄무늬 집들이 연상되는 캬반느들의 변신이 아름답습니다.



 


해변가의 캬반느(해변에 설치된 개인 캐비닛)



르 아브르에 가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

'앙드레 말로 미술관' (Musee d'art moderne Andre Malraux)입니다.

보통 줄여서 MUMA라고 부르지요.


그곳은 클로드 모네의 스승으로 알려진 외젠 부댕(Eugene Louis Boudin, 1824-1898)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잘 알려진 인상파 작품도 꽤 많다는 정보를 얻었지요.

르 아브르의 미술 애호가, 올리비에 센(Olivier Senn, 1864-1959)은 귀한 인상파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손녀딸 엘렌 센 (Hélène Senn)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그 작품들을 이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하는군요.

기증한 작품 205점이 더해지면서 MUMA는 오르세 미술관에 이어 두 번째로 인상주의 회화 작품을 많이 보유한 미술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의 소장품이 공공 장소로 돌아가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기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자랑이자 자부심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결정이었겠지요.

기부 문화가 발달한 서구 사람들의 마인드가 좋아보입니다.




엘렌 센 (Hélène Senn Foulds)
무마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는 엘렌 센



그러나 저러나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대체 미술관 이름이 앙드레 말로지? 그 사람은 프랑스의 소설가인데 화가이기도 했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찾아본 결과,

앙드레 말로가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1961년, 그의 주도하에 그 미술관이 설립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그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MUMA 미술관은 바다가 보이는 구조로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매끄럽고 투명한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 자연광이 작품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런데 빛이 그대로 투과되면 자외선이 그림을 손상시킨다는 건 비전문가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미술관의 지붕 위에 설치된 알루미늄 루버 블레이드는 빛이 건물 내부로 범람하기 전에 필터링을 하고 오팔 유리창이 아침 태양의 광선을 약화시키도록 만들었다는군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빛을 부수고 걸러내어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는 부드러운 자연 빛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Muma



독특한 것은 또 있습니다.

여타의 미술관처럼 방을 따로 나누어 작품을 전시하지 않고 복도처럼 쭉 이어진 오픈형 구조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은 보통 수십 개의 방에 그림을 나누어 걸지요.

방마다 벽의 컬러를 차별화하여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재미도 있습니다.


MuMa는 벽은 흰색, 천장은 불투명한 아크릴로 자연광을 흡수하게 만들어서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작품 수가 가장 많은 부댕의 그림은 시리즈로 한 곳에 몰아서 배치를 한 것이 특이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댕의 소 그림만 모아 걸거나 외젠 부댕의 풍경화들만 모아서 배치한 것이죠.


그 외 클로드 모네, 카미유 코로 , 외젠 들라크루아 , 귀스타브 쿠르베 , 에드가 드가 , 에두아르 마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폴 고갱 , 알프레드 시슬리 , 카미유 피사로 , 폴 세루지에 , 앙리 마티스, 라울 뒤피, 니콜라 드 스탈 등의 쟁쟁한 작품들은 따로따로 한 점씩 배치하여 걸려 있었습니다.







외젠 부댕의 그림 '소'

  





중요한 것은 모네의 스승으로 이름만 알고 있던 외젠 부댕의 그림의 발견입니다.

괜히 청출어람이 아니더군요.

부댕의 그림은 결코 모네의 그림에 뒤지지 않는 수작이었습니다.

컬러 톤이나 구도 등이 모네의 그림과 많이 닮았습니다.

모네가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했을 변방의 화가 부댕은 아마 많이 흐뭇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외젠 부댕 풍경화
외젠 부댕



르 아브르는 18세기 말, 프랑스 4대 항구에 속할 정도로 컸다고 합니다.

세계대전 때 집중적인 함포사격을 당하면서 폐허가 되었는데, 영국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때는 독일군의 사격을, 독일군이 점령한 후에는 다시 영국군의 사격을 맞았지요.

그때 이 도시는 80퍼센트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다시 복구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는데요.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로 샹젤리제 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고풍스러움을 보존하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던 프랑스 건축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총지휘 아래 100명의 건축가에게 블록을 지정해주고 공장식 건물을 올리게 했습니다.

20년(1945년~1964년)에 걸친 도시 계획으로 인해 현재의 르 아브르가 부활하게 된 것이죠.

사연을 알고 보니 이 도시를 건축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여긴 아파트가 다 똑같아, 크기도 같은 것 같지 않아?'


왜 그런지에 대한 그 이유도 있습니다.

오귀스트 페레는 도시 계획 프로젝트의 하나로 모든 아파트를 6미터 24센티미터로 모듈화 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똑같아 보이는 게 아니라 똑같은 거죠.

재건된 르 아브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05년)되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르 아브르'라는 도시는 오귀스트 페레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르 아브르의 아파트는 사이즈가 같다


도심 한복판에 특이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되지 않은 그곳의 이름은 'Le Volcan'

이름 그대로 화산입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건축가 니마이어가 건축하여 1982년에 오픈했다고 하네요.

이 건물 안에는 도서관과 극장, 영화관, 콘서트 홀 등이 포함된 종합 예술센터였습니다.

밤에는 하얀 볼케이노가 스크린이 되어 아름다운 영상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Le Volcan



그렇게 새로 탄생한 르 아브르는 성당 마저 현대적입니다.

르아브르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 성 요셉 성당(Church of Saint Joseph)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수박처럼 이 성당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것과 내부는 매우 다릅니다.

13,000여 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한 이 성당 역시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의 역작입니다.

알고 보면 에트르타나 옹플뢰르를 가기 위해 지나치는 도시가 아니라 여행자들이 찾아올만한 매력이 가득한 도시가 르 아브르였습니다.




요셉 성당(Church of Saint Joseph) 외부


요셉 성당(Church of Saint Joseph) 내부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마르셸의 첫 기차여행은 할머니와 함께 노르망디 지역으로 설정된 가상의 도시 바알베크(Balbec)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해변에서 알베르틴을 만나지요.



해돋이는 삶은 달걀이나 그림이 든 신문, 카드놀이 또는 배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강물처럼 긴 여행의 동반자다. 어느 순간 내가 잠이 들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조금 전 내 정신을 가득 채웠던 생각들을 열거해 보려고 했을 때(또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 불확실성조차 긍정적인 대답을 주려 했을 때) 나는 차창 너머 작은 검은 숲 위로 부드러운 솜털 같은 부분이 장밋빛으로 고정되어 꼼짝하지 않는 깊게 파인 구름을 보았는데, 그 빛을 흡수하여 물들인 날개의 깃털이나 화가의 충동적인 몸짓이 칠해 놓은 파스텔처럼 변하지 않을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난 이 빛깔이 무기력하거나 변덕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필연성이자 삶 자체인 듯 느껴졌다. 이내 이 빛깔 뒤로 빛의 공간이 몰려왔다. 그러자 빛깔은 더욱 선명해졌고 하늘은 살구색으로 변했다. 나는 창문에 눈을 붙이면서, 마치 빛깔 자체가 자연의 심오한 삶과 관계된다는 듯 더 잘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선로가 방향을 바꾸면서 기차도 방향을 틀었고, 그러자 아침 경치는 창틀 안에서 달빛 비치는 푸른빛 지붕이 있는 밤의 마을로, 온갖 별이 뿌려진 하늘 아래 어둠의 유백색 진주 빛 때가 낀 빨래터 있는 밤의 마을로 바뀌었다. 내가 분홍빛 하늘의 띠를 잃어버리고 슬퍼했을 때, 그 띠는 다시 반대편 차장을 통해 그러나 이번에는 붉은빛이 되어 나타났고, 선로의 두 번째 모퉁이에서는 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진홍빛을 발하는 변덕스럽고 아름다운 아침의 그 불연속적이고도 대립되는 단편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화폭에 담기 위해, 이런 단편들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과 연속적인 화폭을 가지기 위해,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계속 쫓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출처 : 민음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4>



아름다운 글, 마르셸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시작이며,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중 제롬이 어린 시절 보냈던 곳이며,

모네가 해돋이를 그리던 곳,

르 아브르(Le Havre)는 그토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르셸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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