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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l 06. 2016

아름다움은 옷을 바꿔 입어도
변하지 않는다

영화 미션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넬라 판타지아






  오지에 파견된 가브리엘 신부가 활과 창으로 무장한 과라니족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연주한 ‘Gabriel's Oboe’를 기억하십니까? 언어도 감정도 통할 것 같지 않던 원주민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던 멘도자를 선교사로 변화시킨 감동적인 영화 <미션>입니다. 지난여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 합창으로 화제가 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 환상 속에서)는 영화 <미션>의 테마 Gabriel's Oboe에 키아라 페라우(Chiara Ferrau)가 가사를 붙여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르면서 널리 알려진 노래입니다. 


“다음 곡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 미션을 위해 작곡한 기악곡입니다. 약 3년 전에 제가 모리코네 씨에게 저 곡을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완강히 거절했고 저의 간절한 마음을 알 때까지 2개월마다 편지를 썼고, 결국 허락했습니다. 그때 정말로 기뻤습니다. 이 곡은 아름다운 노래이니까요.” 1999년 3월,《One Night in Eden》콘서트 비디오 녹화 작업 중 그녀가 소개한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약 1만 5천 장이 팔렸지만, 방송에 소개된 후 2달간 그간 4년간의 판매량을 훌쩍 넘어섰고 2010년 발매된 그 어느 해외 음반보다도 높은 판매를 기록한 것이라 하니 괄목할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롤랑 조페 감독의 연출, 제레미 아이언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해 화제를 낳았던 고전영화 <미션>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의 감미로운 선율로 인해 더욱 빛날 수 있던 건 아닌지요. 1750년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부근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당연히 바로크 시대의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려니 했습니다. 나중에 엔리오 모리코네의 곡이라는 걸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거대한 이과수 폭포의 상류에서 한 명의 신부가 십자가에 묶인 채 떨어지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그(가브리엘 신부 : 제레미 아이언스)는 음악을 통해 원주민들에게 다가갔고, 마음을 연 원주민들은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합니다. 노예 사냥꾼인 로드리고 멘도자(로버트 드니로)의 습격으로 과라니 원주민들이 납치당하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을로 돌아온 로드리고는 원주민을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아넘기고 애인과 동생 펠리페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요. 그러나 로드리고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의 동생의 정사 정면을 목격합니다. 로드리고는 이성을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고 동생과 다투다가 그를 죽게 합니다. 하지만 동생을 사랑했던 그는 자책감에 곡기를 끊고 목숨을 끊으려고 합니다. 이때 마을로 돌아온 가브리엘 신부가 원장 신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로드리고를 설득하여 원주민 마을로 데려갑니다. 로드리고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의미에서 그가 그간 용병 생활을 하면서 사용했던 무거운 갑옷과 칼 등을 끌고 마을까지 고행의 행군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과라니족 마을에서 자신이 학대하고 노예로 사냥했던 마을 사람들은 무기와 갑옷이 든 망을 칼로 끊어주며 용서와 사랑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예수회 신부의 일원이 된 로드리고는 사랑의 마음이 눈 뜨고,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어 훌륭한 신부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새로운 영토 분계선 조약에 따라 과라니족의 마을이 무신론의 포르투갈 식민지로 편입되고 원주민들을 다시 노예로 살아가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가브리엘 신부는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도와 무저항의 방법을 선택하지만 로드리고 신부는 무력의 저항을 택하여 그들과 싸우게 됩니다. 로드리고가 가브리엘에게 축복해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의 막강하고 압도적인 병력 앞에서 과라니족과 선교사들은 전멸합니다. “신부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나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들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 때문입니다.” 추기경의 독백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 숭고하게 삶을 내던지면서 사랑과 종교를 지켜낸 신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목입니다. 


  

 Mission -  Gabriel's Oboe  (Ennio Morricone)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의 지휘자 강마에(김명민)가 형편없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운 선율의 조화를 느끼게 하며 단원들을 압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느껴지세요? 여기는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새로운 세계입니다. 넬라 판타지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i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그게 가브리엘의 오보에든 넬라 판타지아든 아름다움은 옷을 바꿔 입어도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Sarah Brightman  -  Nella Fan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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