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나무 Jan 25. 2024

사랑의 무게 9톤, 예술의 다리

34. Pont des Arts






센 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코 알렉상드르 3세 다리입니다.

화려한 금빛으로 치장한 다리 앞부터 내로라하는 파리의 엑기스들이 줄줄이 이어지지요.

퐁뇌프와 예술의 다리도 여행자들에게 유명합니다.

센 강 주변의 관광 명소는 거의 아는데 도무지 무엇인지 모를 곳이 있었지요.

예술의 다리 건너편에 있는 그곳은 큐폴라의 크기로 보아 분명 뭔가 예사롭지 않은 곳임이 틀림없습니다.

주변을 지날 때마다 꼭 한 번 가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는 의심할 여지없이 가장 낭만적인 장소 중 하나입니다.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진 보행자 전용 다리인 그곳은 단연코 연인들의 명당이지요.

화가들은 이젤 앞에 앉아 하늘이 수놓은 천 가지 그림자를 캔버스에 옮기고 여행자들은 행복한 미소로 사진을 찍으며 버스커들은 신나거나 감성적인 음표로 다리의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Pont des Arts (예술의 다리)



전 세계 관광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게 사랑의 자물쇠입니다.

예술의 다리 또한 일명 사랑의 자물쇠가 명물이었던 때가 있었지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이니셜이 적힌 자물쇠를 다리의 철재 난간에 매달고 열쇠는 센 강에 퐁당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모습소셜 미디어에 게시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2008년, 자물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난간의 일부가 휘어졌습니다.

다리를 폐쇄하고 보수를 했으나 얼마가지 않아 또 난간이 주저앉았습니다.

안전은 물론이요, 미관상의 문제도 제기되어 파리시는 벌떼처럼 감싸고 있는 금속 자물쇠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 무게가 무려 90톤!

이제는 자물쇠를 매달지 못하게 난간을 유리로 바꾸었습니다.

덕분에 앤틱하고 낭만적인 다리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극성스러운 사람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표적을 만들고 있더군요.

철재 가로등의 작은 구멍까지  필사적으로 걸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퐁뇌프는 물론이고 여기저기 틈만 보이면 자물쇠가 달려있습니다. 

사랑을 지키고 싶은 연인들의 열망은 막을 수 없는가봅니다. 




철망에 가득 매달아 놓은 자물쇠
자물쇠 철거
가로등에 걸아놓은 자물쇠
철재 난간에서 유리 난간으로 바뀐 현재 예술의 다리(정면에 보이는 건축물이 학술원)




내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건물은 바로 프랑스 국립 학술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루브르 박물관과 학술원을 잇는 예술의 다리는 파리의 심장부나 마찬가지죠.

일반인들에게는 토요일만 개방하고 있더군요.

들어갈 수는 있지만 도서실과 안뜰만 볼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안뜰로 들어섰습니다.

건물의 외관에 비해 중정은 별로 크지 않더군요.

2층으로 올라가니 도서관이 보였습니다.

도서관 밖의 계단에서 책을 보는 학생도 있었지만 책을 볼 것도 아닌데 들어가는 건 매너가 아니라는 생각에 들여다보지는 않았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 중 하나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12권의 노트와 그림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학술원
중정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1층과 2층 난간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들의 흉상이 놓여있음


학술원 도서관



프랑스 학술원은 1795년 설립된 프랑스의 국립 아카데미 기관으로 프랑스의 과학, 문학, 예술 엘리트를 한데 모아 학문과 예술을 완벽하게 다듬고 독립적인 사고를 키우며 정부 기관에 자문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성계의 의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곳은 5개의 아카데미로 구성되는데, 공식적인 모임에는 전통복장인 녹의(habit vert)를 입는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수 총 40명)

금석문·문예 아카데미 (회원수 총 55명)

과학 아카데미 (회원수 총 263명)

예술 아카데미 (회원수 총 63명)

윤리·정치학 아카데미 (회원수 총 50명)



도서관 맞은 편의 쿠폴라 아래
정기 학술회가 열리는 방
학술원 회원의 전통복장 녹의(habit vert)
프랑스 학술원



그린색 자수가 놓인 전통 복장이 꽤 지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역시 파리의 감각은 남다르다 싶어요.

아무튼 늘 궁금했던 국립 학술원을 다녀오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네요.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 중 파리에서 그곳이 무엇일까 궁금했던 분이 한분이라도 계셨다면 좋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사랑의 자물쇠를 채워본 적 있으신가요?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커플의 사랑이 이어지고 있을까 궁금하네요.

이런 문제로 보자면 나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사람인데 그렇게 따지면 MBTI도 믿을 게 못되나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파리의 사소한 궁금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