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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n 30. 2024

행복의 기준, 만족의 잣대

10. 몬티키엘로(Monticchiello)






'한 가지 상의할 게 있어.'


밀라노를 출발한 후 2시간 만에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빠져나온 후 멤버들에게 말을 꺼냈다.


'여기서 렌터카 사무실까지 도보로 800m, 자동차로는 4.7km야.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좀 먼 거리고 택시를 타려면 2대가 필요한데 너무 비싸거든.

너희도 비슷하게 나왔겠지만 우리가 오늘 밀라노 숙소에서 기차역까지 3km인데 미터 요금으로 37유로가 나왔어.

도보 거리보다 자동차 거리가 먼 것은 여기가 워낙 구도심이고 거의 일방통행이라 뺑글뺑글 돌아가서 그래.

내 생각에는 운전할 사람만 렌터카 사무실로 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여기서 캐리어를 갖고 기다리는 게 어떨까 싶어?'


막내 MH가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BB언니랑 나는 여기 남아서 캐리어를 지킬 테니 언니들은 차를 빌려오세요.'


기차역에 있는 주차장 위치와 주소를 알아내느라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구글맵스에서 검색한 바에 의하면 렌터카 사무실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뒷 편의 좁은 골목에 있다.

기온은 26도지만 오후 12시의 내리 꽂히는 햇살이 무척 뜨겁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추가 운전자인 SH가 국제 면허증을 캐리어에 넣어 놓은 걸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면허증을 가지러 되짚어 역으로 떠나고 나와 SY는 번호표를 뽑은 후 차례를 기다렸다.

이윽고 우리 번호가 떠서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니 그 사무실은 여기가 아니고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단다.

급한 마음에 유리창에 쓰여있는 업체 이름만 보고 들어간 게 실수였다.


몸에 딱 붙는 슈트를 입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청년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그의 이름은 파스콸레(Pasquale),

내가 B와 이용하려고 예약한 차는 소형 승용차이고, 세 명이 이용할 A자매의 차는 SUV였다.

그런데 차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한다.

A자매가 탈 차도 역시 동급으로 업그레이드,

트리에스테에서도 승용차를 예약했는데 미쯔비시 suv로 업그레이드해 주었었다.

운이 좋은 편이다.


그 후 13일 동안 운전을 하면서 승용차를 빌렸더라면 어려웠겠다 싶을 때가 많았다.

좁고 가파르며 구불구불한 길은 기본이요, 비포장 도로도 많았기 때문이다.

청년은 우리들의 숙소 위치를 묻더니 혹시 몬테풀차노에 가게 되면 이 와인을 꼭 마셔보라며 메모를 해주었다.

그리고 차를 반납할 때 그 와인이 어땠는지 소감을 말해달란다.

피렌체의 티본스테이크 맛집도 알려주었다.


싹싹하고 친절한 파스콸레에게 혹시 결혼했느냐고 물었다.

'No'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그의 대답은 No였다.

그 질문을 한 것은 친절한 그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는 친구들과 여행할 때마다 선물을 준비한다.

한국 전통자수로 만든 손거울을  훈민정음이 인쇄된 종이로 포장했.

그리고  여행 중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줄 작은 선물도 여러 개 준비하여 가방에 하나씩 갖고 다닌다.

그날 갖고 있던 것은 한국의 전통 누빔 방식으로 만든 여성용 지갑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전해주니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했다.

받는 사람도 기분 좋지만 주는 마음도 그에 지지 않는다.




호스트에게 선물하는 손거울




자동차는 도보로는 15분, 차로 5분 거리의  주차장에 있는데 거기까지 차로 데려다준다는 거다.

피렌체에  도착한 지 이미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주차장까지 거의 20분이 걸렸다.

피렌체 올드타운의 도로는 유독 좁은 돌길에 항상 여행자가 넘쳐나는 곳이다.

인도가 좁으니 사람들은 수시로 차도를 이용한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노인 등 걸림돌이 많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드디어 어느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포드(ford)에서 만든 KUGA라는 이름의 하이브리드 SUB차량 두 대를 인수했다. 




피렌체에서 렌트한 자동차



역에서 기다릴 사람들 생각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자매들의 차를 앞세우고 차를 출발했다.

역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울지 나는 알고 있다.

바로 1년 전 5월, 바로 이곳 피렌체에 9일 동안 머물며 수없이 걸었기 때문이다.

ZTL(Zona Traffico Limitato, 통행제한 구역으로 거주자와 허가받은 차만 통행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이탈리아 도시의 대부분에 있다)의 빨간 불이 켜져 있는 도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오토바이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어 이 길이 도로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좁은 길을 지나고 또 지나갔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운전을 처음 해 본다는 SH와 SY는 앞에서 침착하게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이 보인다.

다행히도 우리를 기다리는 B와 M이 서 있는 곳에 차 두 대가 정차할만한 공간이 비어있었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운 후 빛의 속도로 캐리어를 실었다.

그리고 자매들에게 말했다.


숙소로 곧장 가지 말고 어제 내가 얘기한 coop, 거기서 만나.

주소 받았지?'

'응 알았어 언니, 거기서 만나.'


미리 검색한 결과 숙소가 있는 몬티키엘로 주변에는 큰 마켓이 없었다.

그래서 숙소 도착하기 30분 전쯤, 주차장도 넓고 아주 슈퍼마켓 coop을 미리 찾아 자매들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토스카나의 숙소는 두 곳으로 각각 5박, 7박을 할 거라 먹거리들을 넉넉하게 살 요량이다.


그렇게 거의 두 시간 만에 피렌체를 떠날 수 있었다.

기다린 사람은 기다리느라, 렌트를 하고 운전을 하는 사람들 역시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었다.

숙소까지는 넉넉잡고 2시간이면 도착하리라 예상했다.

복잡한 피렌체 구시가지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주유소로 들어갔다.


유럽은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따로 없고 간간히 주유소가 있다.

대부분 편의점 같은 작은 상점이 있어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고,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도 구입할 수 있다.

신기한 건 그곳에서 맥주는 물론 와인이나 위스키를 판매하는 거다.

물론 운전자는 마시지 않겠지만 말이다.

시원한 생수를 한 병 사서 마시고 화장실에도 다녀왔다.

그렇게 한숨 돌린 후 다시 차를 출발시키고 10분쯤 지났을까?

조수석에 앉은 B가 말했다.


'보내준 주소에 도착했는데 coop이 없다고 톡이 왔어.


그러니까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을 출발한 지 고작 30여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coop에 도착하려면 앞으로 1시간은 더 가야 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다른 슈퍼마켓을 찾아갔다면서 주소를 보내왔어. 뭐라고 답장할까?'


운전하느라 폰을 볼 수 없는 나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아직 멀었는데 도착했다는 건 뭐고 거기에 coop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인가?

정말 내가 잘못된 주소를 보낸 것인지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럼 거기서 장보고 숙소로 가라고 보내주세요.'







그리고 50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십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coop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잘못 찾은 게 아니다.

주차를 한 후 자매들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았다는 마켓을 검색하니 피렌체에서 북쪽으로 30분쯤의 위치였다.

우리는 남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말이다.

어떻게 해서 그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내가 coop에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그들은 그곳에서 장을 보고 출발하려는 중이라고 한다.

숙소 도착 예정시간을 물었더니 6시 15분.

나는 그들의 호스트에게 새로운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게 또 있다.

계기판에 자동차 키의 배터리가 약하니 곧 교체하라는 문구가 뜬 것이다.

차를 받은 지 고작 30분 밖에 안되었는데 말이다.

스마트키 배터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계기판에 뜬 경고문



그곳은 제법 큰 마트이니 맞는 배터리를 찾을 수도 있겠다 싶어 남자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친절하게 동그란 리튬 배터리가 있는 코너를 알려주었다.

그곳엔 크기가 다른 배터리들이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 차 키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어떤 것인지 알 리가 없다.

도와줄  있겠냐고 물으니 그가 키의 한쪽 부분을 열었다.

그곳에는 차를 열 수 있는 아날로그 열쇠가 들어있었다.

직원은 단지 자동차 문을 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이 열쇠로 문을 따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을 여는 것은 문제가 아니고 나머지 한쪽에 배터리를 넣는 공간이 있을 것 같으니 열어달라고 했다.

그는 시도해 보더니 못 따겠단다.

게다가 본인이 열어 놓은 한쪽을 원래대로 닫지도 않은 채 돌려주는 거다.

혹시나 망가질까 봐 떨리는 손으로 키의 열린 뚜껑을 눌러 어찌어찌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닫았다.

뭐 당장 차가 서지는 않겠지 싶어 포기하고 일단 필요한 식품 재료들을 구입했다.



한 그루씩 드문드문 서 있는 동그란 나무,

지그재그 길 따라 보이는 싸이프러스,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 옆에는 반갑다는 듯 온몸을 흔들어대는 가냘픈 풀,

푸른 밀밭과 그보다 더 넓은 하늘에 펼쳐진 하얀 구름,

다시 찾은 발 도르차(Val D'orcia)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물이 핑 돌았다.



오후 5시, 까사 보나리(Casa Bonari)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숙소에 도착했다.

가장 기대했던 곳이고 제일 맘에 들었던 몬티키엘로의 까사 보나리는 숙소를 검색할 때 단박에 나를 사로잡은 곳이다.

방 3개에 욕실 2개로 두 사람이 쓰기엔 큰 집이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예약이 가능한 날짜는 단 5일, 더 길게 머무를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예약 버튼을 눌렀다.  

나는 '완벽'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는다.

좋아하는 단어도 아니다.

그러나 그곳은 거의 완벽했다.





내가 사용한 동쪽 방
B가 사용한 서쪽 방
비워둔 싱글룸
주방 옆의 리빙 룸 1
뮤직 룸
주방
화장실 1
벽난로
리본으로 장식한 옷걸이




리가 도착할 시간을 미리 알려주어서인지 자동차가 진입할 있도록 철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호스트 발렌티나는 그 숙소의 딸로 근처 마을에 살고 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70대의 인상 좋은 노부부가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노부부는 2층에 거주)

그리고 할아버지는 알 수 없는 이태리어로 이것저것 설명을 하시며 집안을 소개했다.


아주 오래된 농가주택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방과 거실, 심지어 두 개의 욕실까지 곳곳에 책이 놓여 있고, 옷장의 옷걸이는 하나하나 리본으로 묶어 놓았다.

킹 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은 서쪽으로 노을이 보이는 위치이고 퀸 사이즈 침대와 싱글 침대가 놓여있는 방은 동쪽으로 일출을 볼 수 있다.

가운데 싱글 침대가 놓여 있는 아담한 방에는 작은 책상이 있어 뭔가 집중하기 좋은 방이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욕실은 5성급 호텔 못지않은 어매니티가 구비되어 있다.

한 개의 거실에는 책장과 벽난로,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또 하나의 거실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오래된 오디오, 기타와 책상이 놓여있어 뮤직 룸 같다.

다섯 개의 화구가 있는 가스레인지와 오래된 주방집기들이 그곳이 농가주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군데군데 마른 꽃잎을 담아 둔 접시가 놓여 있고 빈 액자들을 벽에 걸어 모던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했다.

힐다 두리틀의 시집에 뭔가 끼워져 있어 열어보니 마른 작은 들꽃이 짜잔 하고 나타나 감동을 주었고,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책 마담 보바리 사진 액자가 걸린 아래쪽에는 같은 책을 놓아둔 세심함.

족히 100년은 넘었을법한 오래된 옷장 위의 놋그릇에는 누런 밀을 무심하게 담아두어 생기를 주고,

가지런히 접은 하얀 타월은 빨간 리본과 마른 꽃잎을 담은 주머니와 함께 묶어두는 센스가 보였다.

값 비싸거나 화려한 물건 하나 없이 소소한 오브제로 어느 곳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은 치밀한 인테리어에 감동 또 감동을 했다.





마른 꽃이 들어있던 책, 힐다 두리틀의 서사시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같은 책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정원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해 있고 집 주변에는 늘씬한 싸이프러스들이 늘어서 있다.

뒤뜰에는 잘 생긴 소나무들이 품위 있게 서 있고 그네와 해먹이 매어있는 그 너머에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올리브밭이 펼쳐져 있다.

빨랫줄에는 하얀 시트와 수건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현관 옆 나무 의자 위엔 고양이 두 마리가 졸고 있다.

까사 보나리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훌륭했다.


그동안 많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고 그중에는 잊을 수 없이 고풍스럽고 우아한 저택도 많았다.

영국 코츠월드 보튼 온 더 워터에서 묵었던 1800년 경에 지어진 코티지, 올리브 밭 한가운데에 있는 시칠리의 타오르미나의 농가주택, 멕시코 산 미겔데 아옌데에서 묵었던 숙소 등이 손꼽히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 그 순위가 바뀌었다.

이곳을 능가한 곳은 단연코 없다.





소나무가 울창한 옆 뜰(동쪽)
세월이 묻어있는 계단과 아치 모양의 중앙 현관(남쪽)






부모님의 아름다운 유전자만 물려받은 듯한 외모의 발렌티나가 숙소에 도착했다.

딸아이를 하교시키고 오느라 늦었다며  미안해했다.

그녀의 아버지께 이미 설명을 들었고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 마라고 했다.

그리고 선물을 건네며 아름다운 집에 머물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했다.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동차 키의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곧바로 검색하더니 아마도 피엔차나 몬테풀차노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두 곳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내일 피엔차에 가면 찾아가 볼게요. 감사합니다.'


자매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속도로에 8중 추돌 사고가 나서 도착 시간이 더 늦어진단다.

나는 다시 그쪽 호스트에게 정말 미안한데 더 늦어질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6시 40분쯤 자매들이 숙소에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엉뚱한 주소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느라 나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이다.

자매들이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그래도 언제 이런 경험해 보겠냐며 즐거운 추억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우연이지만 날짜도 같다.

작년 오늘, 나는 우여곡절 끝에 이곳 발 도르차를 찾아왔었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곳에 왔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선물처럼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https://brunch.co.kr/@silviano/243




행복의 기준, 만족의 잣대는 모두 다르다.

기대치가 크면 실망이 큰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기대보다 더 큰 만족은 행운이 아니라 운명이 아닐까?

비가 내리는데 산 너머엔 노을이 붉은 입술을 내밀고 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럴 때 나의 행복은 충만을 넘어 지금 죽어도 좋아라는 거짓말 같은 진심을 말하곤 한다.

 

여백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공간을 채운 여백의 아름다움은 쉽게 접하지 못한다.     

까사보나리, 이곳이 그렇다     

빗소리를 걸친 성당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모두 씻기고 있다.


내 마음이 옳았다.

다시 오길 잘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비 온 후 풍경 (2024년 5월 23일 밤 9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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