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망망대해에서 가장 눈에 띄기 쉽다는 이유가 첫 번째로 곤경에 처했을 때 발견이 쉽다는 거다.
그리고 배는 항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기 때문에 UV를 반사하는 효과를 가진 흰색을 사용한다.
또한 여러 가지 컬러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있으며 녹이나 부식, 균열등 배의 손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풀라는 발코니에서 마리나(보트 선착장)가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쪽에선 아레나(원형경기장)가 보이는 탁월한 위치이다.
걸어서 200m도 안된다.
가장 가까운 곳을 마지막 날에 가보게 되었다.
풀라의 아레나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먼저 건축되었다.
게다가 바다가 내려다 보이며 보존 상태는 가장 좋아 콜로세움에 뒤지지 않는 중요한 유적이다.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68년까지 무려 80년 간 건축된 로마시대 극장으로 석회암과 화강암을 주재료로 지은 것이며 72개의 아치로 되어 있다.
이 원형경기장을 건축할 때 여자 죄수들도 동원됐다고 한다.
로마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과거 검투사와 사자의 사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하지만 서로마 시대에 는 경기가 잔인하다 하여 투우 경기로 대체됐고, 중세에는 소나 양을 키우는 우리로 사용하기도 했다.
콜로세움은 티켓 예매를 서두르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비싼데 비해 풀라는 한적하고 티켓도 10유로로 저렴했다.
아레나 입구
쌍둥이 문 포르타 제미나(Porta Gemina)도 원형극장 인근에 세워져 있다.
구 시청사 옆에 위치한 아우구스투스 신전(Augustov hram) 역시 로마 시대의 유적이다.
이것은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쳐진 신전으로 기원전 2세기 경부터 기원후 14년 사이에 세워졌으며 원형경기장과 함께 로마 시대에 제작된 대표적인 크로아티아 건축물이다.
원래 3개의 신전이 있었으나, 2개는 무너지고 1개만 남아있다.
신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작지만 2천 년이란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쌍둥이 문 포르타 제미나(Porta Gemina)
아우구스투스 신전(Augustov hram)
작지만 개선문과 비슷한 세르기우스의 아치(Slavoluk Sergijevaca)는 악티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로마 군단과 세르기우스 가문의 세 형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으로 기원전 29~27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세르기우스는 로마 군인이자 정치가 가문으로 식민지 풀라에서 수 세기 동안 권력을 유지했다.
세르기우스의 아치 옆에 낯익은 사진과 청동상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트리에스테에서도 만났던 제임스 조이스였다.
지금은 율리시즈라는 이름의 카페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건물은 예전에 조이스가 영어를 가르쳤던 곳이라는 내용이 대리석 명판에 적혀 있었다.
세르기우스의 아치(Slavoluk Sergijevaca)
카페 율리시즈
여행의 1막인 이스트리아 일정이 9일 만에 끝났다.
이제 간주곡(인터메쪼) 같은 밀라노로 넘어갈 예정이다.
아침 7시에 풀라를 출발하여 트리에스테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밀라노까지 가려면 베네치아 메스트레역에서 기차를 환승해야 하는데 그 시간의 텀은 14분,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온 타임으로 도착해도 아슬아슬한데 기차는 계속 딜레이 되고 있었다.
기차 출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트레인 어플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우리가 메스트레 역 도착 예정 시간은 이미 밀라노행 기차가 출발한 후로 예상되고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새 기차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미 4개월 전에 예매한 기차 티켓은 슈퍼 이코노미라 취소도 환불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차는 우리 맘을 아는 듯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려와는 달리 제 시각에 도착했다.
더 다행인 것은 바꿔 탈 기차 플랫폼이 바로 옆 라인이라 지하도를 건너지 않아도 되었다.
밀라노 중앙역
무사히 도착했으니 택시만 타면 된다.
밀라노 첸트랄레 역에서 택시 승차장이 있는 출구로 나오니 온통 여행자들만 북적이고 택시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그날 밀라노의 모든 택시가 파업을 했단다.
유럽에서의 파업은 흔한 일이다.
기차 파업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위로했다.
우버를 검색하니 요금이 무려 40유로에 가깝다.
숙소까지 거리는 고작 3km 남짓인데 말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이 달리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터무니없이 비싸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메트로를 탈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지쳤다.
A자매가 먼저 떠나고 이어 내가 호출한 자동차도 도착했다.
밀라노 우버 운행을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의 파업
밀라노 숙소는 예약 당시 셀프 체크인이라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호스트는이틀 전에 체크인을 위한 사전 등록 자료 웹을 보내왔다.
그 내용인즉 숙소를 이용하는 멤버 전원의 여권의 첫 페이지 사진, 뒷면 사진, 본인 여권을 들고 찍은 사진을 등록하라는 거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으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 하는 수 없이 전송했다.
그것은 비케이(vikey)라는 온라인 전자 웹체크인으로 처음 경험하는 시스템이다.
원하는 자료를 등록하니 앱으로 체크인할 수 있는 url을 보내왔다.
그러니까 숙소 앞에 도착하면 어플을 열어 프런트 도어를 오픈하고, 건물로 들어간 후 숙소의 출입문도 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열쇠가 없다.
하지만 만일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
처음 접해보는 것이지만 어렵지 않게 바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Vikey
청소부로 보이는 분이 우리의 등장에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게스트라고 말했지만 영어를 전혀 모르는 눈치다.
의아하긴 우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호스트에게 기차 도착 시간과 체크인 예정 시간을 미리 알려주었고 택시가 없어 그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청소가 안 끝났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빠른 이태리어로 통화를 하더니 대충 정리를 한 후 떠나려는 눈치다.
그런데 빨래가 가득 들어있는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저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냥 놔두라는 제스처를 한다.
그럼 우리는 세탁기를 어떻게 사용한단 말인가?
그녀가 돌아간 뒤 살펴보니 사용한 침대 시트를 걷어 둘둘 말아놓은 채로 구석에 처박혀 있다.
여러 가지로 안 풀리는 날이다.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늦어졌다는 알 수 없는 답이 간략하게 왔을 뿐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침 일찍부터 장시간 운전에, 환승할 기차 놓칠까 봐 조마조마한 데다가 택시까지 파업해서 고생 고생 도착한 터라 기운이 빠졌다.
그래도 식사를 해야 하니 일단 가까운 마켓을 검색하여 물과 식재료를 사러 나섰다.
헛웃음이 났다.
'누가 시켰나, 왜 사서 고생이람?'
길을 건너니 바로 나빌리오 운하가 보였다.
원래 계획은 그날 밤, 야경을 보며 운하 산책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럴 기운이 없다.
작은 상점들이 붙어있는 상가의 고깃집에서 소고기 등심과 달걀을 샀다.
유럽의 소고기는 주로 마블링이 없는 살코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날 산 고기는 기름기가 적당한 것이 고소했다.
신기한 게 아무리 피곤해도 자고 나면 거뜬하다.
완충된 배터리처럼 말이다.
밀라노 두오모 루프탑 테라스를 9시 30분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9시에 두오모 광장에서 A자매들을 만나기로 했다.
1.6km, 걸어갈만하다.
'저기도 유적 같은데?'
그곳은 그 유명한 밀라노 칙령이 선포된 산 로렌초 성당이었다.
밀라노 칙령은 서기 313년, 로마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와 리키니우스가 사인한 칙령이다.
주로 종교에 관한 내용으로 로마의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며 빼앗은 그리스도의 교회 재산을 돌려주고 교회를 조직할 수 있게 하는 허락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