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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Jul 26. 2016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 비

비를 음악으로, 음악을 글로 쓸 수 있다면...



빛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슨해질 무렵, 자연은 순한 표정을 짓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녁처럼 비가 내리면 뭐랄까? 

몸이 연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한 가지기도 하다. 

기형도가 말한 딱딱한 구름에서 비의 그림자 향기를 찾으려고 하던 때가 있었다. 

간혹 비에 취해 센티멘털해지면 두고 온 우산처럼 나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우산은 누구든 쉽게 두고 가고, 누구든 쓸 수 있으니 두고 가도 괜찮은 일이지 싶으니까 말이다.


 


여기와 저기가 마주치는 시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백, 

지도 속에 없는 시간, 

신이 아끼는 연필을 꽂아둔 것 같은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구부러진 레일, 

오선지의 음표들, 

낙서 같은 하루의 단편들에게 우산처럼 비를 씌우면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물이 보이는 풍경에서 편안함을 느끼거나 그 주변에서 살고 싶어 한다. 

바닷가가 아니더라도, 강변 또는 호숫가,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 등… 

인간이 물을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 뱃속의 양수를 그리워하는 까닭이란다. 



가장 작은 비가 0.2mm, 

이보다 더 작으면 150m 정도만 떨어져도 증발되어 사라져버리므로 비가 될 수 없다. 

굵기에 따라 안개비, 는개, 이슬비, 억수, 장대비, 작달비. 

내리는 때에 따라서 봄비, 가을비, 겨울비, 밤비, 칠석물.

내리는 양에 의하면 여우비, 소나기, 궂은비, 큰비, 장맛비(봄장마, 건들장마, 늦장마, 억수장마). 

비가 내린 뒤의 효과에 따라 단비, 약비(목비, 모종비), 찬비, 웃비, 먼지잼, 개부심.

비의 옷도 참 여러 벌이다.





비 내리는 날의 음악은 꽃을 닮았다.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에 꽃의 빛깔이 더 선명한 것처럼 저기압은 소리의 명료한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찰현악기보다 피아노처럼 음이 똑똑 떨어지는 악기들이, 

묵직한 음보다 약간 찰랑찰랑한 선율이 어울린다. 

아날로그는 아날로그 대로 디지털은 디지털 나름대로 좋다. 

비의 음악은 그렇다. 

유리창을 열고 빗소리를 그대로 껴안거나 비가 그림을 그리는 유리창을 화면 삼아 음악을 덧칠하면 색다른 비를 경험할 수 있다.    




Cascades의 'Rhythm of the Rain'과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를 들으면 

고인 빗물을 첨벙 거리며 걷고 싶어 지고,


영화 아마데우스 중 빗속에 치러지던 장례식 장면의 라크리모사에선 비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Tony Joe White의 'rainy day lover'나 Giovanni Marradi의 only you는 는개와 어울리고, 



반복의 대가 Philip Glass의 'Einstein on the beach'는 비도 일종의 미니멀리즘인지라 잘 어울린다. 



Claude Bolling과 Jean-Pierre Rampal의 Irlandaise와 sentimental이 비와 섞이면 평소와는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고.

 


Yuhki Kuramoto의 또랑또랑한 피아노 소리 Time for journey를 듣는 공간에 작설차가 준비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또한 Lake of tears의 'Forever Autumn'이나 'So fell autumn rain'은 볼륨을 한껏 키우고 들어야 그럴싸하다. 


Aphrodite's Child의 Rain & Tears는 비의 고전이라 할까? 비의 전설이라 할까?


                                                                                                                                                                           Josh Groban의 ‘Remember when it rained’를 리피트로 걸어 놓는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음악을 닫고 창문을 열어둘 거다. 

때때로 비는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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