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가르다 호수
이른 아침 가르다 호수, 물빛은 고요하고, 하늘이 낮다.
일곱 마리 아기 오리들이 착하게 엄마 오리를 줄줄이 따르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홀로 빠지더니 갑자기 제 갈 길을 간다.
"여기가 뭐 군대야? 줄 맞춰 따라가게..."
아기 오리들이 입을 벌려 웅성댄다.
"엄마, 철수가 도망가요."
"철수야 오리탕 되고 싶어? 빨리 이쪽으로 와."
줄이 슬슬 흐트러진다.
수면 위, 질서의 위기.
엄마 오리는 말이 없다.
물 위의 카리스마란 이런 것일까?
"오리탕 되면 어떡하지, 그냥 따라가야겠다."
돌아온 철수, 별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합류한다.
그래도 언제든 도망갈 태세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멀찌감치 따라가는 철수,
'내가 걷는 길이 곧 길이 되기도 한단다.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지는 말자, 철수야.'
오리 가족의 해프닝을 보며 혼자 웃는 아침.(2025년 6월 2일, 가르다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