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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Oct 08. 2016

카우나스의 빌뉴스 거리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여행(5. 카우나스)






카우나스 최고의 사진






  유럽이 매력적인 것은 올드 타운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크고 화려한 도시도 좋다. 하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소도시의 매력을 알고 나면 어떤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도 소개되지 않은 작은 도시를 찾게 된다. 기차를 타고 아무 데나 내려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면 안다. 숨은 그림 찾기 같이 아름다운 벽과 문, 꽃이 놓인 창문들을 만나게 된다. 창문은 집의 얼굴이다. 집집마다 똑같은 창문은 없다. 조그만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이 비워진다. 다음엔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빌뉴스 근교 도시 카우나스로 갔다. 카우나스는 폴란드어이고 리투아니아어로는 코브노(Kowno)이다. 역 앞에는 장이 서있었다. 역전시장이겠지? 카우나스의 구시가지는 도시의 중심부가 아니다. 카우나스는 빌뉴스 거리로 가려고 버스를 탔다. 어디서 내려야 할지 물어보니 버스에 타고 계신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라는 둥, 저기라는 둥…. 우리와 같은 곳에서 내린 할머니 세 분은 친절하게 마지막까지 길을 가르쳐 주셨다.      



소박한 역전 시장
카우나스의 다양한 벽



  빌뉴스대로(Vilniaus Gatve)를 쭉 따라가니 운치 있는 가게와 카페들이 즐비했다. 울긋불긋한 옛 건물들이 들어선 구시가지는 주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주종을 이룬다. 걷다 보니 백조를 닮았다는 하얀 건물이 나타났다. 카우나스 구시청사로 현재는 결혼식장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구청사의 신부는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구청사 옆에는 붉은 벽돌 지붕의 프란시스 자비 아르 성당이 있다.      



백조를 닮은 구청사
프란시스 자비아르성당


  빌뉴스 거리는 카우나스 중심을 관통하는 1.6킬로미터의 보행자 전용 거리이다. 자유롭고 아기자기한 거리 양 옆으로는 기념품이나 린넨을 파는 상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서 그냥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졌다.



  



  꾸물꾸물하던 하늘은 후드득후드득 물방울을 떨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반짝 개었다가를 반복한다. 빌뉴스에 오면서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비라도 내리면 한기가 돌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얇은 코트나 긴 옷이 필요했다.       



  빌뉴스 거리 중간쯤에 있는 카페 모테예우스 케피클렐레(Motiejaus Kepyklėlė) 프랑스 빵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빵을 좋아하는 나와 친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커피도 아주 훌륭하다. 리필을 부탁하니 무료로 해주었다. 맛있는 빵과 리필한 커피까지 먹고 마셨는데 우리 돈 10,000원 정도이다. 폴란드에 이어 이 나라도 참 맘에 든다.        





  낡은 벽을 보면 가슴이 뛴다.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거나 색이 바랬을수록 더 그렇다. 누가 이런 색을 칠해 놓았을까? 멀리든 가까이는 벽은 수시로 내게 말을 건다. 손짓하듯 나를 잡아 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면 기분이 좋다. 수많은 골목을 찾아다니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건 벽 때문일 것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비를 맞고 태양을 견디며 우두커니 집을 받히고 있는 벽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누구에겐 보이지도 않을, 누구에게는 관심도 받지 않을 벽에 나는 마음이 따라간다. 조금 더 왼쪽으로, 아니 오른쪽은 어떨까? 위치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다. 카우나스에도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벽이 있었다. 벽과 문, 그리고 창은 내 여행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벽



  우연히 들어간 상점이 리세일 샵이었다. 따뜻한 겉옷이 필요했던 D는 저렴한 값에 버버리 코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M과 J는 앤티크 한 손가방과 팔찌 들을 샀다. 마치 보물 찾기에 성공한 사람들처럼 의기양양하게 빌뉴스로 돌아갔다. 기차에서 먹는 못난이 복숭아, 천도복숭아, 청포도가 더욱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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