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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Nov 07. 2016

스톡홀름, 색을 여미다

설레는 이름 스칸디나비아  (2. 스톡홀름, 웁살라)




스웨덴 크로나(SEK), 덴마크 크로네(DKK), 노르웨이 크로네(NOK)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세 나라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각각 다른 화폐를 사용합니다.

신용카드를 주로 쓰지만  현금이 꼭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소액의 환전이 필요하죠.

러시아나 체코처럼 환전 수수료가 엄청난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언제 어디서나 믿고 환전을 할 수 있습니다.



환전소
스웨덴 500크로나



스톡홀름에서는 메트로에서 내릴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곳의 메트로 플랫폼은 플랫폼이 아니라 미술관이요, 거대한 설치 예술 작품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미지의 세계에 도착할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각진 천장은 없었습니다.

동굴처럼 아치 모양에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자연미를 살린 마감 방법을 택했어요.

그 무심한 듯 세련된 색깔에 느낌표 달린 감탄사가 연이어 나옵니다.

광고로 도배를 해놓은 우리나라와는 너무 상반된 분위기였죠.

스톡홀름은 총 길이 108km의 100개 역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66개의 역에 모두 장식 미술로 치장을 해놓았어요.

메트로만 이리저리 타고 다녀도 훌륭한 아트 투어가 될 것 같아요.

실제로 메트로 투어가 있다고 하더군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쓴 오베라는 남자, 요나스 요나손이 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야기를 보면 스웨덴 사람이  어떤지 딱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명 깐깐하다로 표현되지만 저는 좋게 말하고 싶습니다. 시크하면서 도도한 게 그렇습니다.


    




국립 미술관으로 가는 중입니다.

호수 건너편에 어제 갔던 왕궁이 보였습니다.

스톡홀름의 스톡(Stock)은 통나무, 홀름(Holm)은 섬이라는 뜻,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통나무를 띄워 도시를 만들면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셰프스 홀멘, 유르고르덴 등의 섬이 여기저기 커다란 건물을 담고 서 있습니다.               

건물 외관에서 내셔널이라는 이름의 느낌이 확 전해지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어쩔까요?

스웨덴 국립 미술관은 2017년까지 휴관이더군요.

아마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는 가 봅니다.

국립 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임시로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의 약도가 문 앞에 안내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포기했습니다.

르누아르, 고갱 등은 파리를 비롯해 여러 미술관에서 보았기도 하고 오후엔 대학도시인 웁살라에 가려고 예정했으니까요.

그 대신 현대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임시 미술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지도



세프스홀멘 섬은  전체가 박물관, 미술관, 호스텔로 구성된 섬입니다.

섬 자체의 자연경관도 아름답지만 다른 섬의 건물과 물어우러진 풍경도 아름다웠지요.

다리를 건너는데 금색 왕관(모형)이 다리 난간 양측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다리 이름이 왕관 다리라고 하네요.

다리를 건너면 하얀 배가 정박되어 있는데  노후한 해군 보트를 개조한 호스텔이라고 해요.

물 위에서 일렁거리는 보트에서 먹고 자는 일도 흥미로울지 모르겠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멀리 어린이 놀이터 같이 알록달록한 조형물들이 보였어요.

그곳이 바로 현대미술관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지요.

세계 미술의 역동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20세기 스웨덴의 회화와 피카소,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달리, 앤디 워홀과 뒤샹, 모딜리아니까지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은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와는 거리가 먼듯 건축 외관이 너무나 평범하더군요.

알고 보니 원래는 체육관이던 건물을  최근에 리모델링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초서 같은 글씨가 건물 외벽에 멋들어지게 쓰여있었습니다.

팝아트의 거물 로버트 라우센 버그의 솜씨라고 하는군요.

미술관을 알리는 이정표처럼 입구 잔디에는 칼더의 모빌 <원소들>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파리 퐁피두 센터 앞에 상시 전시되어 있는 니키드 생팔의 작품 몇 개가 천진난만하게 서 있었어요.


칼더의 원소들
현대 미술관 진입로의 니키드 생팔 작품
현대미술관 Modena Museet(로버트 라우센버그 글씨)




에드바르트 뭉크와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의 <아폴로>,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모노그램>이 눈에 띕니다. 1987년에 도난당한 후 최근 발견된 앙리 마티스의 회화 작품 <정원>도 있습니다.

현대 미술 중 특히 설치 미술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워만 할 일은 아닙니다.

예술이란 본디 만든 사람보다 타자, 즉 듣고 보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작가의 뜻과 공감할 수 있다면 최고의 환희로 다가올 테죠.



마티스(아폴로)
마티스 <정원> 색종이 오브제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모노그램>



어두운 초록 뒤엔 노랑의 벽이 서 있습니다. 산뜻하고 진한 파랑을 돌아서면 보라색 가벽이 공간을 가르고 있었지요. 각각의 컬러를 벽 삼아 걸린 그림들의 조화와 구조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의 작품이나 공간감, 그리고 복도에 진열된 장난감 같은 작품들, 기념품 판매소까지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게 없었니다. 간간히 미술관의 작은 유리창 속으로 호수와 커다란 건물들이 들어옵니다.

미술관은 작은 천국처럼 따뜻했습니다.      



나와 친구가 좋아하는 모딜리아니
뭉크 <결별>
뭉크
르네 마그리트



마르셸 뒤샹의 <샘>
미술관 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그림


야외 그늘에 테이블과 철재 의자가 있더군요. 청포도와 사과를 먹고 일어나 다시 걷습니다.

아바의 노래처럼 Andate Andante...


스웨덴 출신 4인조 혼성 보컬 ABBA - Andante Andante


 

로열 커널 투어가 있더군요. 보트를 탔죠.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요.

그 대신 도도함이 있었어요.

집과 물과 나무와 사람들이 주는 느낌이 둥글둥글하기보다 푸른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떨까요?

파란 하늘이 쏟아질 듯 펼쳐지고 구름이 수를 놓듯 흩어져 있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요?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IC열차로 55분, 근교 도시 웁살라에 도착했습니다.

현대적 건물로 신축된 역사 옆에 구 역사가 그대로 있습니다.

레스토랑으로 바뀐 것 같은데 건물이 아름다웠어요.

창틀과 다리 난간엔 어김없이 꽃들이 조랑조랑, 낭랑 18세 청춘을 자랑하듯 피어있습니다.

웁살라는 1270년 대주교좌의 소재지가 되었고

18세기까지 스웨덴의 수도로서 문화와 학술의 중심이 되었던 곳입니다.



웁살라 구 역



제일 먼저 찾은 웁살라 성,

건물의 외관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온통 핑크 핑크, 얌전한 자태를 자랑했습니다.

웁살라엔 사람이 많지 않더군요.

성에 올라서도 두세 명만 보았을 뿐, 아주 고적한 게 좋았습니다.

소박한 성의 규모에 비해 꽤나 넓은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어요.


웁살라 성
웁살라 성의 정원



1477년 창립된 웁살라대학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학입니다.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연구들을 많이 남겼으며 도서관에는 귀중한 고서와 희귀본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웁살라대학 강당 입구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은 멋지다.

그러나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은 더욱 멋지다.'


저런 근사한 말 한 구절 남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웁살라 대학



약 180년에 걸쳐 완공된 웁살라 대성당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해요.

카메라 뷰 파인더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높고 컸습니다.

중세시대부터 18세기까지 스웨덴 왕좌 대관식이 이루어졌고 지하엔 스웨덴 왕족의 묘들이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웁살라 대 성당
사진 속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초와 꽃


고운 색을 여미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내일은 또 무엇에 젖게 될까요?

사진 속의 책 처럼 읽지 않고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시간들이 일렁입니다.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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