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가을도 아닌 그저 메마른 계절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이 시간이
서러운 악보처럼 펄럭이는 건지
조율을 기다리는 헐거운 기타 줄 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그저 메마른 계절,
아무렇지 않게 똑같은 횟수로 숨을 쉰 오늘 하루가 모순입니다.
같은 수준으로 동맥이 펌프질 하고,
어제와 비슷한 만큼의 물을 마시고,
몇 번의 두통까지도 비슷한 오늘,
그리고 그러할 내일.
아니 그와 비슷한 내일은 없을 테지요.
눈과 귀가 멀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는 게 인생이라 하더이다.
세상에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하더이다.
그러나,
그렇게 혼자일지언정 때론 기대고 싶은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생은 길 끝에 이르러 흔적 없이 사라지며,
단 하나뿐인 이름의 아름다움을 무심하게 지우며 흩날리는 것.
어찌 사랑하지 않고 오늘을 보낼 수 있을까요?
사랑을 믿기에,
사랑을 버리지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따로 있을 것만 같습니다.
쉿!